대선후보캠프 “직업교육 정책제안, 공감대 있다 … 곧 공약에 담길 것”

5월 9일 대통령 선거가 확정됐다.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파면된 가운데 한국 사회는 격랑에 휩쓸릴 전망이다. 무엇보다 위기감이 고조되는 것은 국내 상황보다 국외 상황이 더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이른바 ‘스트롱맨(강한 지도자)’ 시대에 접어든 가운데 지난해 1월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회장이 강조한 4차 산업혁명이 코앞에 다가왔다. 이번 대선은 그간의 어려움을 일신하면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이자 위기다. 그러나 정작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는 대선주자들의 공약에는 핵심인 직업교육이 빠져있다. 교육정책은 여전히 1995년 5·31 교육개혁 이후를 담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강화돼야 할 고등직업교육은 취업복지정책 수준으로 논의하는 정도다. 이에 본지는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와 함께 전문대학에서 4차 산업혁명의 답을 찾는 공동 기획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1. 박근혜 정부의 실패 그리고 변죽만 울리는 대선공약
2. 4차 산업혁명의 해답은 고등직업교육 현장에 있다
3. ‘학제개편’ ‘직업교육’ 직업교육 답안지는 나왔다

[한국대학신문 이재·천주연 기자]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할 고등직업교육 체제 혁신 방안으로 △4차 산업혁명과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는 고등직업교육 체제 혁신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성 강화 △고등직업교육 체제 혁신을 위한 법·행정적 지원 체계 확립 등 3개 어젠다를 제시했다. 그리고 각 어젠다를 뒷받침할 정책제안도 내놨다. 한국교육의 병폐는 학벌중심사회와 일류대학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 전문대교협은 전체 대학 입학자 중 35%가 진학하는 전문대학의 위상을 현실화하고 고등직업교육을 발전시키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할 유일한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과거 한때 부실한 학사관리와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진학하는 곳으로 취급받아온 전문대학의 최근 부상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일반대를 졸업한 뒤 전문대학으로 다시 입학하는 이른바 'U턴 입학‘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올해 전문대학 입시 결과를 보면 전문대학으로 U턴입하간 지원자는 7412명으로 전년대비 무려 21%가 늘었다. 실제 등록자도 지난해 1391명에서 올해 1453명으로 4.5% 증가했다.

U턴 입학은 사례별로 살펴봐도 흥미롭다. 서울대 공과대학을 졸업한 학생이 전문대학 컴퓨터 관련 과에 지원하는가 하면 수학강사로 일하다가 노후 인생설계를 위해 간호학과로 재입학한 사례도 있다. 학령기 인구는 취업에 유리한 분야를 찾고 있고, 중장년 사회인은 새로운 인생 설계를 위해 잇달아 전문대학가를 두드리고 있는 셈이다. 이는 결국 그간 학벌 위주의 공고한 대학교육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문제는 제도다. 대학교육시스템이 수십년간 학벌 위주로 작동하면서 사실상 전문대학은 2등대학 입지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대교협이 첫 번째 어젠다로 고등직업교육 체제 혁신을 내세운 배경도 여기에 있다. U턴입학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4차 산업혁명과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이 본격화되면서 학벌위주 대학교육 시스템이 실제 사회에서 먹히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고등직업교육 체제 혁신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한 전문대교협의 해답은 국내 대학체계를 실무중심 직업교육 대학과 학술·연구중심 대학으로 재구조화하는 것이다. 전문대학과 산업대학, 기술대학, 폴리텍대학, 전공대학 등을 모두 포괄하는 직업교육 대학을 하나의 축으로 개편하고 일반대 중에서도 실무·취업중심 교육을 하는 대학들은 직업교육대학으로 전환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대학원을 포함한 4~6년제 일반대학을 연구중심학위로 묶고 1~4년 내에서 수업연한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직업교육중심학위를 직업교육 대학으로 개편해 일반대가 앞서고 전문대학이 뒤처진 현재의 수직적인 대학구조를 개선하자는 내용이다.

한 전문대학 교수는 “현재 고등교육구조는 기초학력이 달리는 중등교육과정 졸업자가 전문대학에 오고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의대로 쏠리는 수직적으로 경직된 체계다. 이를 직업선택의 폭을 넓히고 학생들이 보다 자유롭게 직업교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수평적으로 이원화시키자는 게 기본 골격”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뒷받침할 재원마련은 고등직업교육교부금법을 제정해 풀자는 제안이다. 전문대교협은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 강화를 또 다른 아젠다로 설정하고 있다. 현재 전문대학 137곳 중 국공립은 7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문대학 학생 59%가 국공립대에 재학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이 때문에 국내 고등직업교육은 인구 감소에 따른 등록금 수입 감소와 재정건전성 악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경기도 소재 한 전문대학 총무처 관계자는 “사립 전문대학이 많아 재정건전성 악화를 전문대학의 방만한 운영 탓으로 돌리는 지적도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며 “국내 고등교육 전반의 문제가 국가의 교육에 대한 책무성이 약하다는 지점이다. 전문대학뿐만 아니라 일반대도 사립대가 많다. 그간 국가가 국립대를 늘리지 않은 채 사립대에 고등교육 전반을 위탁해온 체제라는 게 정확한 해석이다”고 설명했다.

고등직업교육교부금법은 내국세의 일정한 비율을 고등직업교육교부금으로 편성해 전문대학에 지원하자는 법안이다. 이는 이미 고등교육계에서 수차례 제안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과 유사한 법안이다. 두 법의 기본 개념은 결국 정부의 부족한 고등교육 정부지출을 늘려 민간지출을 줄이자는 데 있는 것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대학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어 고등교육 교부금법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전문대교협은 이에 대해 두 가지 방안을 내놨다. 먼저 3조3000억원 규모의 교부금을 조성하는 안이다. 2017년 내국세예산 414조원의 0.24% 수준을 고등직업교육교부금으로 삼아 1조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현재 전문대학에 학부모와 학생들이 납부하고 있는 1조7000억원 가량의 민간부담률을 해소하자는 내용이다. 또 다른 방안은 인건비와 연구비 규모를 정부가 책임지는 형태로 2조2000억원 규모의 교부금을 조성하는 방안이다.

마지막 어젠다는 법·행정적 지원체제 확립이다. 연일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면서도 전문기술인력 양성에는 소홀한 사회적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한 제안이다. 특히 고등직업교육은 학문중심교육과 기초학습능력에 초점을 둔 교육정책 탓에 부가적인 교육영역으로 인식돼 왔다는 게 전문대학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래서 직업교육에 대한 학제와 교원, 재정, 학교경영, 수업 등 운영에 제약이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대교협은 해답으로 국가적 차원의 고등직업교육 정책 구상과 지방자치단체의 고등직업교육 촉진을 담은 법안을 제정하고 직업교육대학 설립과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체제 규정과 평생직업교육 촉진을 위한 재직자, 재취업자, 실직자, 경력단절여성을 포함한 성인학습자의 직업교육비를 국가부담으로 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 이를 책임지고 추진할 고등직업교육정책실을 교육부 내에 설치할 것도 주장하고 있다. 직업교육에 대한 총괄지원부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의 업무분장에 따르면 전문대학은 교육부에서, 폴리텍은 고용노동부에서 관할하고 있어 행·재정적인 중복·편중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수조원을 투자하고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는 정부의 청년·취업관련 정책의 비효율성과도 연관이 있다는 게 전문대교협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교육부에 대학정책실과 동등한 위상의 고등직업교육정책실을 신설하고 고등직업교육정책을 총괄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차관기구 수준의 독립적인 ‘직업교육훈련청’을 설치해야 한다는 강화된 제안도 있다.

▲ 아주자동차대학 학생들의 현장실습 모습.

대선 후보들, 직업교육 정책 제안 '공감'

그렇다면 실제 대선후보들은 고등직업교육정책에 대한 청사진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우선 가장 근접한 안을 내놓은 것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2월 열린 고등직업교육 정책 대토론회에서 학제개편을 포함한 직업교육을 강조한 바 있다. 안철수 후보는 당시 “현행 6-3-3제를 5-5-2제로 바꾸자는 제안은 이미 했다. 현행 교육체제를 바꿔야 할 필요성에서는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한 상태”라면서 “학제개편이 이뤄진다면 창의교육과 적성교육, 인성교육이 가능해진다”고 발언했다. 이 제안은 전문대학들이 요구하는 이원화된 고등교육체제 재구조화와 유사한 제안이다. 다만 전문대학가의 요구처럼 대학의 기능을 이원화하기보다 중등교육 단계에서 직업탐색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으로 다소 차이는 있다.

안철수 후보 교육정책을 자문하고 있는 조영달 서울대 명예교수는 “전문대학가의 요구를 충분히 알고 있다. 앞서 제안한 학제개편 등도 전문대학가의 고민을 함께 나눈 내용으로 앞으로도 계속 의견을 수렴할 것이고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주체인 전문대학의 발전을 염두에 둘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인 고등직업교육 관련 공약을 내놓지 않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도 원론적인 공감대를 표했다. 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는 “우선 전문대학의 재정확보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공감하고 있다. 고등교육재정을 OECD 평균수준까지 올려야 한다는 점과 함께 확보된 예산을 전문대학에 우선배정하는 부분도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전문대학이 갖고 있는 열악한 사회적 위상에 대해서도 이미 국회에서 논의돼 왔던 수업연한 자율화 등 법안이 있다. 교육부 내에서 전문대학, 그리고 고등직업교육과 관련한 조직을 확대개편하는 것도 상당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정의당 역시 마찬가지다. 정의당 교육정책 담당자는 “고등직업교육에 관련해 특별한 공약을 내놓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직업교육과 평생교육 분야에 대한 고민에 굉장히 공감하고 있지만 등록금 등 현안이 더욱 시급한 부분이라고 생각해 그것을 공약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국가직무능력표준이나 고등직업교육의 위치를 정리하는 것에 대한 정책연구도 했다. 단지 공약을 만들 때 기존에 진행되고 있는 것들, 그리고 그에 일부 공감대를 형성한 것들을 공약으로 제안하지 않을 뿐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직업교육 중요성이 증대되는 상황도 알고 공감하고 있다. 공약집에 관련 부분들을 추가할지 여부를 다시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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