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인터뷰] 4차산업혁명 등 거대 변화에 대응 방안 모색 강조
“대학정책 전환·대학 자율적 특성화 통해 건전한 경쟁 도모해야”

▲ 장호성 대교협 신임 회장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거대한 변화 속에서 인간의 존재양식, 감성과 이성의 공존, 새로운 문화양태들이 혼합돼 새로운 질문이 쏟아질 것이다. 이 질문들에 대한 응답의 책임 역시 한국의 대학들에 주어진 새 역할이다. 결국 진리, 봉사 그리고 인재에 대한 고유 가치를 지키면서 거대 변화에 대응할 혁신적 대학교육의 모색이 지금 한국 대학에 주어진 사명이라 생각한다.”

7일 취임한 장호성 신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단국대 총장)은 올해 대통령 선거와 함께 고등교육 의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되는 만큼 임기 2년간 정부의 대학정책 방향 전환과 대학의 미래 대응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이대 정유라 사태 이후 무너진 대학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정치권력과 돈의 권력으로부터 대학인들이 자유로워야 하지만 오늘의 대학을 보면 우선 모든 대학이 정부의 재정지원 없이 대학 스스로 독립적 운영을 하기 힘든 현실”이라면서 우선 취약한 고등교육 재정구조를 개선하고, 정부는 정책 절차에, 대학은 행정 정보를 더 과감히 확대하는 등 스스로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려운 때 대교협 회장으로 취임하셨다. 소회는.
“무엇보다 먼저 무거운 사명감을 느낀다. 대교협 202개 회원 대학의 총장이 모두 덕망과 학덕, 그리고 연륜이 저보다 출중하다. 이런 훌륭한 분들을 대신해서 대교협 회장을 맡겨주신 만큼 내게 주어진 과업도 매우 크고 무거운 일이라 생각한다. 곧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고 교육문제 특히 대학교육에 대한 국민적 정치적 관심과 변화의 기대가 커질 것이다. 백년대계의 근간인 고등교육이 어떻게 하면 국가 성장전략의 견인차로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현 상황에서 대학의 본질과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대학의 탄생은 진리 탐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천년이 넘은 대학의 역사에서 예나 지금이나 이 가치는 변하지 않을 대학의 고유 가치이다. 그러나 대학은 또 한 가지 가치를 지켜야 한다. 그것은 진리 탐구를 통해 얻은 지적 자산으로 사회공동체, 인류공동체에 봉사해야 하는 사명이다. 봉사는 시대정신과 환경을 수용해야 한다. 여기에서 새로운 대학의 존재양식, 기능에 대한 혁신의 필요성이 생긴다. 더군다나 대학의 핵심가치인 인재 양성에서 인재는 현실이 아니라 미래사회를 창조할 인적자원이다. 그런 만큼 지금 우리가 가르치고 길러내는 학생들에게 미래사회를 준비하고, 더 진보시킬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 동시에 대학이 창출하는 지식 역시 눈앞으로 다가온 4차 산업혁명의 메가트렌드에 부합해야 한다. 사물인터넷, 로봇, 클라우드, 가상현실, 인공지능 등은 원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 사회를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차원으로 끌어갈 것이다. 한국의 대학은 이들 분야에서 신기술과 신지식을 생산해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최근 대학, 고등교육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방안은?
“우리 사회에는 대학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하나는 대학을 진리의 상아탑이라 규정하는 말처럼 탈세속적이고, 수도원적인 도덕관념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다른 하나는 대학을 국가공동체의 하부기관으로 목적에 따라 통제와 지도를 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상반되긴 하지만 위의 두 시각에는 묘하게 공통점이 있다. 대학의 이상과 현실 중 어느 한 면만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사실 탈세속적이든, 세속적이든 결국 대학 역시 ‘사람’의 집합체다. 사람 사는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은 대학사회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어날 수 있는 일에는 교육기관의 최고 수준으로서 ‘대학’이 가져야 할 금도라는 게 있어야 한다. 특히 정치권력과 돈의 권력으로부터 대학인들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대학을 보면 우선 모든 대학이 정부의 재정지원 없이 대학 스스로 독립적 운영을 하기 힘든 현실이다. 만약 정부를 통제할 권력을 가진 누군가가 대학에 부당한 요구를 할 때, 이를 뿌리칠 도덕적 힘을 쉽게 발휘할 수 있을 지 현실적 고민을 해봐야 한다. 대학의 부패는 비판해야 하지만 이를 시정할 때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대통령 선거 시즌이 오면 교육 정책을 주관하는 정부기관을 이렇게, 저렇게 개편한다는 공약이 많지만 정작 대학의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자율책임경영을 지원할 장기적 정책은 제시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대학에 대한 국가재정지원은 OECD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정부기관을 개편하기 전에 이 같은 고등교육의 취약한 재정구조를 개선하면서 그 기준과 방법의 투명성, 공익성을 높이는 제도 개혁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대학의 자율적 개혁도 중요하다. 무차별적인 정원 증원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기보다 대학특성화, 캠퍼스특성화 전략에 근거한 학사구조조정을 단행해 대학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 동시에 그동안 꾸준히 향상되어 왔지만 대학의 행정 정보 공개를 더 과감히 확대해 사회로부터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해나가는 노력도 지속돼야 하겠다.”

-대학별 상반된 이해관계 대립 속에서 어떻게 연대(連帶)를 이룰 것인가.
“설립기반, 소재지역, 대학규모에 따른 갈등이 생긴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정부 평가에 따른 차별적 재정지원이 제도화되면서 그 결과를 둘러싼 대학 간 입장 차이에 따른 발발, 또 하나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백화점식으로 전공, 학과가 구성돼 있어 국가의 성장전략과 이에 따른 지원정책에 모든 대학의 이해관계가 중복, 중첩되면서 경쟁이 격화된다는 점이다. 경쟁은 성장의 기본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정부의 시장논리에 따른 대학 간 경쟁 유도 정책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그 경쟁이 소모적 경쟁이 되지 않도록 정책운용의 묘를 살릴 필요도 있다. 즉, 대학에 대한 정부재정지원 사업에 있어서 ‘평가와 경쟁’에 의한 지원방식을 진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학교육의 공익성’에 입각한 지원도 병행하자는 것이다. 지금 2011년부터 반값등록금이 무언의 국가정책이 되면서 대학들이 겪는 어려움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장학금은 늘리고, 등록금은 줄이는 정책을 바꾸기 힘들다면 정부의 교부금을 최소한이라도 대학에 투입할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또 하나는 각 대학들이 자신의 설립목적, 소재지역의 사회경제적 여건, 경쟁력이 강한 학문단위를 고려한 특성화 전략을 실천해야 한다. 특성화란 결국 ‘탈백화점식 구조개혁’으로 귀결된다. 고통이 따르고 학내 갈등이 커진다. 그래서 시도를 하다가 주저앉게 된다. 이 두 개의 전략적 과제를 푸는데 대교협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가 회장으로서의 고민이다. 일차적으로는 대학의 중지를 모아 정부에 정책 건의를 하고자 한다. 국가의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와 대학에 공익적 교부금 지원이 가능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들이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의 거대 물결에 대응할 연구 중심 대학 및 우수 연구 및 산학협력 클러스터를 육성할 수 있는 지원책을 강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회원교 구성원들에게 부탁의 말씀 한 마디.
“앞서도 얘기했지만 연부역강하신 총장이 많은데 나에게 대교협을 이끌 힘이 있을지 두려움이 앞선다. 우선 봉사하는 마음으로 회원교의 공동이익을 사회에 호소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할 것이다. 더불어 강조하고 싶은 것은 취임사에서 밝혔듯이 ‘미래형 고등교육’을 확립하는 일에 앞장서고 싶다. 국내적으로나 세계적으로나 21세기 들어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이뤄진 변화의 물결이 이제 빅뱅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감지했다. 우리의 후학들, 젊은 학생들이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미래에 도전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도록 대학이 교육과정과 교육여건을 혁신할 때다. 개별 대학들이 하기 힘든 이 같은 거시적 변화에 대한 대응을 대교협이 주도해 협의하고, 국가와 대학의 중간에서 조정자 역할을 잘하도록 봉사해나갈 것이다. 부디 회원교 총장님과 교직원 선생님들의 지원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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