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인재상·학문 분야…획일화된 평가는 어려워

‘좋은 학생’ 발굴할 수 있는 평가 능력은 더 키워야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대입제도가 다시 한 번 들썩이고 있다. 정권마다 새로운 정책을 쏟아냈던 대학입시는 다가오는 조기 대선에서도 교육 분야 주요 단골 소재다. 특히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내 교육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대입제도의 변화를 갈망하는 사회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본지는 3회에 걸쳐 △현 대입제도의 문제점 △입시와 대학의 관계 △입시정책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 - 편집자주

▲ 지난해 서울 한 대학의 논술 시험장. 대학들은 대입 제도 문제에 대해 특정 대학 선호와 점수 중심 평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대입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대입의 목표인 대학에도 비판의 화살이 쏠리고 있다. 공교육을 붕괴시키고 학생들을 과도한 경쟁에 몰아넣으면서 사교육비를 증가시키는 대입전형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대학은 대입제도 적폐를 양산하는 곳일까. 대학의 입학 관계자들을 만나 대학에 제기되는 비판들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 대입 전형은 복잡하고 불공정한가 = 현재 대입 전형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복잡성과 불공정성에 대해 대학은 그렇지 않다고 항변한다.

현재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수능 △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 △논술 △특기자 다섯 가지다. 분류상으로 대입 전형은 다섯 가지뿐이어서 간소해 보인다. 그러나 1부에서 언급했듯, 대학마다 각 전형을 세분화해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2015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밝힌 보도자료에 따르면 전국 대학의 전형방법 수는 총 867개였다.

대학에서는 867개라는 숫자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명채 대학입학지원실장은 “총 전형 수가 867개라지만 이것은 말 그대로 총합이고 전국 대학의 수로 나눠보면 한 대학당 전형은 4개 정도”라고 설명했다.

각 대학과 학과마다 요구하는 능력이 다른 만큼 전형 요소가 세부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국입학처장협의회장을 역임한 오성근 한양대 교수는 “대학에는 인문대, 사회대, 경영대, 자연과학대, 예체능대 등 다양한 학문이 존재하는데 다 똑같은 기준으로 선발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정성 역시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문제점 중 하나다. 특히 객관적인 점수가 아니라 정성 평가가 들어가는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공정성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그동안 객관적인 점수 위주의 획일화된 평가 방식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김겸훈 회장은 “수능에서 94점을 맞든 95점을 맞든 둘 다 우수한 학생인데 이걸로 당락을 가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대학에서는 복수의 입학사정관이 학교의 인재상에 맞춰 다각도로 지원자를 평가해 학교와 학과에 어울리는 인재인지를 판단한다. 점수 일변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상식 동국대 교수는 “입학사정관제의 선진 모델인 미국에서는 공정성이 전문가의 고유한 역량으로 여겨지는데 우리나라에는 이 부분이 통용이 안 된다”며 “극심한 경쟁 때문에 우리나라는 합·불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공교육 간 격차 존재, 공교육 강화 뒷받침 돼야 = 상위권 대학에 제기되는 비판 중 하나는 특목고와 자사고 등 특정 고교 출신 학생들만 선호한다는 점이다. 실제 서울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수시 합격자를 보면 전체 합격자 중 일반고 출신은 32.9%에 불과했다.

대학에서는 특정 고교를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고교 체제가 특목고 학생들이 대학 진학에 유리하도록 돼있다고 주장한다.

A대 입학처장은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들은 중학교에서 고교로 진학할 때 이미 한 번 걸러진 아이들”이라며 “그런 아이들만 따로 모아놓고 공부를 시키니 평균적으로 봤을 때 학업능력이 높은 위치에 올라가게 된다. 지금 고교 시스템이 그렇다”고 설명했다.

대세로 자리 잡은 학생부종합전형은 학교마다 차이가 뚜렷하다. 학생부 기록에서 주요 평가요소로 꼽히는 ‘창의적 체험활동’ 프로그램 수의 격차가 크다는 것이다. ‘자동봉진’이라고 불리는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이 이에 해당한다.

A대 입학처장은 “특목고나 자사고는 비교과 프로그램이 10개가 넘는데 일반고에는 3~4개에 불과한 곳도 많다. 대학에서는 다양한 교내 비교과 프로그램을 해온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에게 같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이는 교육비 문제와 직결된다. 우리교육연구소 이현 소장은 “교육비하면 사회에서는 주로 사교육비만 말하는데 공교육비 문제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학교 알리미 공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에 합격을 가장 많이 시킨 상위 10개 자사고의 학생 1인당 창의적 체험활동비는 약 71만원이다. 많은 곳은 1인당 100만원에 육박한다. 반면 일반고의 학생 1이당 창의적 체험활동비는 평균 6만5000원에 불과했다. 이현 소장은 “공교육비가 10배 이상 차이가 나니 대학은 학생부기록을 본다고 하지만 학교를 보게 되는 결과가 나온다”며 “결국 돈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 과도한 경쟁, 대학도 책임 있어 … 평가 방식 연구 필요 = 대학에 제기되는 비판들에 대해 대학이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점에는 공감했다.

대학이 소득 격차와 사회적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자성적인 목소리도 있었다. 안선회 중부대 교수(교육학)는 “서울의 주요 사립대는 소득 분위 9~10분위의 최상류층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며 “학생부종합전형의 전형기준을 세부적으로 공개하고, 대학은 가능하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적극적 차별 정책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경쟁 역시 좋은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대학의 욕심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A대 입학처장은 “대학 입학처의 존재 이유는 학생을 뽑는 것이 아니고 좋은 학생을 뽑는 것”이라며 “대학에서 좋은 학생을 뽑으려는 욕심이 지나치다보니 과도한 경쟁이 유발됐다”고 말했다.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도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학력에 의해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학력도 그냥 시험 성적, 그 시험 성적도 공정한 것에만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학력에 의해 한 줄로 학생을 세우지 말고 여러 줄을 세워 선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에서 좋은 학생을 선발하려는 욕심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다만 좋은 학생에 대한 개념과 어떻게 좋은 학생을 선발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오성근 교수는 “아직 대학에서는 학생을 평가할 수 있는 평가 능력이 부족하다”며 “어떤 학생이 우리 대학에 잘 맞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좀 더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입학 과정이 다 전산화돼있고 복수의 평가위원을 두는 등 대학들도 공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대학을 믿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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