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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대학이미래를만든다
[심층대담] 권영걸 계원예술대학교 총장 “‘산학일체형 교육’의 산실로 만들 것”“해군이 되기 보다 해적이 되라”…진보성 가속화할 것
천주연 기자  |  heroine@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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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09  22: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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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밀착형 실전적인 창업교육…1인 1창업 시대 열 것
정부는 철저히 지원만…대학에 자율성·독립성 부여해야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인생을 좀 어지럽게 산 편이다. 갈지(之)자의 인생을 살아왔다.”

권영걸 계원예술대학교 총장은 자신의 인생 궤적을 보면 자연스럽게 이 한자어가 연상된다고 말한다. 실제 그는 대학 교수에서부터 서울시 부시장, 한샘 CEO까지 관·산·학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섭렵해왔다. 이제는 36년간의 교수 생활을 넘어서 전문대학 총장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출발선에 서있다.

그는 다양한 경험 가운데 기업 CEO로 활동한 것이 앞으로 총장으로서 대학을 경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자신한다. 기업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물론 시장을 읽는 눈을 배웠기 때문이다. 권 총장은 “사실 그동안 대학 강단에서 디자인에 대해 가르쳐왔지만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는 없었다”며 “기업조직은 대학, 지자체와 달리 졸면 죽는다. 기업에 있는 동안 시장을 읽고 전체를 보는 눈을 키웠다”고 밝혔다.

권 총장은 이를 바탕으로 계원예술대학교를 산학협력에서 보다 더 진보한 ‘산학일체형 교육’의 산실로 이끌어 가겠다고 선언했다.

- 취임을 축하드린다. 취임한 지 4개월 남짓 됐다. 계원예술대학교의 자랑을 한다면.
“취임한 뒤 두 달 동안 교수들과 개별 면담을 실시했다. 그러면서 우리대학의 한계와 가능성에 대해 질문했다. 모든 계획은 가능성과 한계 사이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계원예술대학교는 사실 설립된 지 얼마 안 됐다. 24년이다. 그럼에도 이 짧은 기간 안에 미술·디자인계의 진보적 성향을 일으킨 대학이다. 이미 많은 동문들이 미술·디자인계의 주요 위치에서 활동하고 있다.”

- 취임사에서 기존의 미술·디자인 교육을 바꾸겠다고 했다.
“오늘날은 대기업의 시대에서 중소기업의 시대로 변했다. 다시 중소기업의 시대에서 이제는 1인 기업, 1인 창조기업, 사제기업, 가족기업의 형태로 분화돼 나가는 시점이다. 계원예술대학교는 이제까지 진보적인 성향의 과감한 변화를 시도해온 역사가 있다. 이제 때가 됐다. 이제는 정말 1인 기업, 1인 창업이 가능한 시대를 맞아서 혁신적인 디자이너를 키울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래서 학교의 비전(Vision), 미션(Mission), 가치(Value)에서부터, 제도와 커리큘럼, 교육 내용까지를 그 사회에 맞춰 바꿔 나가겠다.”

- 진보적이라는 말을 수차례 했다. 어떤 의미인가.
“해군이기보다는 해적이 돼라. 이 대학에 와서 자주 인용하는 스티브 잡스의 말이다. 일반대학에서도 디자이너, 미술가를 키운다. 계원은 2~3년안에 키워야 한다. 그러면 이 작은 조직, 역사가 짧은 조직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해적이 돼야 한다. 해군은 관료화ㆍ조직화되고 변화에 둔감하며 매뉴얼에 의해 움직인다. 그 매뉴얼이 오히려 조직을 굼뜨게 하고 신속한 의사결정과 판단이 이뤄지지 않는 보수적 조직을 만든다. 반대로 해적은 자율적으로 움직이고 사고하는 집단이다. 매뉴얼에 입각해서가 아니라 그때그때마다 상황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이 해적이다. 그래서 20명의 조직이 삽시간에 갑판 위에 뛰어오르면 200명의 해군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이미 이 대학의 교수들은 아주 전위적이다. 이 때문에 우리 대학에 입학한 학생도 삽시간에 진보적이 된다. 사실 진보성이야 창의성과 혁신성의 어머니다. 진보적이지 않고는 창조와 혁신이 일어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에 갖추고 있는 계원의 진보성을 더욱더 가속화하고 이런 성향을 더 진작시켜서 해적과 같은 기동성 있고 탁월한 디자이너와 미술가를 만들어낼 생각이다.”

   

- 종래는 기계나 성능 등이 중시되다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넘어오면서 디자인이 훨씬 더 중요시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기업체에서도 디자인스쿨을 운영하는 상황이다. 기존 일반대학, 기업체에서의 디자인 교육과 계원예술대학교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시간이 흐르면서 기술은 평준화된다. 결국은 디자인이 최후의 승부처다. 계원은 창업에 방점을 뒀다.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자신만만하게 창업할 수 있도록 현장밀착형 실전 창업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미래설계와 성공세미나’라는 과목을 개설했다.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학과와 전공을 초월한 전체 학생이 대강당에 모여 15주의 수업을 듣는다. 이 과목은 총 세 가지 주제로 나뉘어 있다. 첫째는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오는 인류 사회의 격변이다. 전문가의 강의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에 비춰 앞으로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두 번째는 창업이다. 창업의 A부터 Z까지 가르친다. 학생들은 가장 기본이 되는 창업 아이템 발굴 방법부터 △인력 조직 △크라우드 펀딩 △판매 전략과 판로개척 △리스크 매니지먼트 등까지 실전적인 내용을 배우게 된다. 마지막으로 인문학 강좌다. 이를 통해 높은 수준의 아이디어를 끌어낼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기업이 정말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워내려고 한다. 이는 산학일체, 산학동체로 가능하다. 산과 학이 떨어져서 필요를 교환하고 협력하는 개념이 아니다. 부부가 일심동체가 돼야 옥동자가 태어나는 것처럼 산학이 한 몸이 돼야 성과가 난다. 교수와 학생이 산업체 속으로 들어가 현장에서 일하는 한편, 반대로 산업체 관계자가 대학에 들어와 함께 커리큘럼을 짜고 수업을 진행하고 성적을 평가하는 등 한 몸이 된 체제를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우리와 한 몸을 이룰 수 있는 산업체를 찾고 있는 중이다. 현재 500개의 기업을 찾아, 이를 200개 기업으로 줄이고 200개 기업을 다시 100개로, 100개를 다시 50개로 줄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16개 학과다. 16개 학과와 딱 궁합이 맞는 30여 개의 기업을 찾아내는 게 목표다.”

- 이번에 새로 완공하는 에피센터가 그런 역할을 하게 되나. 
“그렇다. 에피센터의 공식명칭은 파라다이스홀이다. 높이 7층, 지하 2층 규모의 건물로 초현대식으로 지어 오는 6월 말이면 완공된다. 창업 및 산학협력관으로 쓰일 예정이다. 기업들이 입주한다. 기업 일부가 학교에 들어와서 함께 움직이는 체제를 만들게 된다. 계원예대는 흥덕테크노밸리, 안양IT밸리, 인덕원IT밸리, 판교테크노밸리의 중앙에 위치해 있다. 이러한 지리적 조건을 십분 활용해 파라다이스홀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기업과의 산학일체화 노력을 해나갈 생각이다.”

- 계원예술대학교가 다른 전문대학들에 비해 취업률도 상당히 높은 걸로 안다.
“그렇다. 계원예술대학교는 70%의 취업률을 자랑한다. 우리 대학에는 순수미술과가 있다. 화가, 조각가는 어디에 취업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작품을 생산해내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이런 요소까지 생각하면 거의 100%나 마찬가지다. 철두철미한 관리 시스템으로 가능했다. 포트폴리오 제작부터 이력서 작성, 면접까지 학생들을 개별 지도하고 있다. 면접 리허설까지 한다. 유지 취업률도 중요하다. 취업했다가 한 두 달만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지속가능한 취업을 위해 졸업하고 취업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후관리를 하고 있다. 취업학습센터를 별도로 둬서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직장은 어디이고, 그 기업에 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철저히 훈련한다.”

- 자신만의 가치관, 인생철학을 후학들에게 소개해준다면. 
“우리나라는 디자이너가 많이 배출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중국, 미국에 이어 세 번째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 우리가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눈에 들어오는 모든 사물은 디자인이라는 프로세스를 거쳐서 탄생한 것들이다. 이런 사물의 총체를 우리는 문명이라고 한다. 그래서 문명은 디자인을 기초로 하고 있는 셈이다. 디자이너가 어떤 사고를 하고 어떤 배경에서 어떤 목표를 향해 그 사물을 디자인 했느냐에 따라 이 세상은 유토피아가 될 수도 있고 디스토피아가 될 수도 있다. 세상이 어지럽고 백화점이 무너지고 다리가 붕괴되고 사람이 상해를 입는 등의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다 디자인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들의 사명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생각하면서 윤리적인 디자인을 하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 이제 곧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다. 전문대학 교육 정책 등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전문대학 총장으로 와 보니 국가 지원이 일반대학에 편중돼 있더라. 전문대학에 대한 지원은 너무 미미한 수준이다.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오는 교육혁명의 속성을 보면 일반대학들도 이제는 직업교육, 창업교육, 평생교육의 틀로 바뀐다. 다시 말해 전문대학이 그동안 견지했던 목표, 사회적 기능 쪽으로 일반대학이 역방향의 영향을 받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기성의 직업이 상당량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창출된다고 한다. 또한 지식의 양이 힘이 되는 시대가 저물어가고,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이 중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 그동안 대학에서는 학과 성적이 높은 수재가 이제는 범재가 되고 심지어는 둔재로 추락할 수밖에 없는 격변이 일어날 것이다. 실사구시적으로 시장을 보고 현장을 보는 전문대학의 기능과 같이 일반대학이 변해야 하는 날이 오고 있다. 정부는 철저히 대학을 지원만 하고 대학은 자율성과 독립성을 갖고 경쟁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

■권영걸 총장은…
1951년생. 서울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 환경대학원, 미국 캘리포니아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고려대에서 건축공학박사를 받았다. 1979년 명지실업전문대학 공업디자인학과 전임강사로 부임한 뒤 △동덕여대 △서울대 △이화여대 등에서 40여 년간 교수활동을 이어왔다. 이후 국회 공공디자인문화포럼 공동대표, 광주비엔날레 이사, 서울시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 서울디자인재단 이사장, 국가미래정책포럼 재단이사 등을 역임했다. 최근에는 한샘 사장 겸 최고디자인경영자를 맡기도 했다.

   

<대담=김석준 부회장 겸 발행인 / 정리=천주연 기자 / 사진·영상=한명섭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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