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대학과 사이버대, 온라인 콘텐츠 공유 활발

사이버대 간 교류, 필요성엔 공감·현실성엔 글쎄

[한국대학신문 이한빛 기자] 소유가 아닌 협력을 통해 함께 자원을 사용하는 개념의 공유경제가 고등교육에서도 퍼지고 있다. 단순한 대학 간의 교류를 넘어 교육과정과 학점을 공유하고, 시설과 자원을 공유하는 연합형태의 교류로 확대되는 추세다.

사이버대 역시 온라인 교육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오프라인 대학과 활발한 콘텐츠 공유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오프라인에 비해 같은 사이버대 간의 공유는 미진한 상황이다. 각 대학마다 필요성은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교류에는 어려움을 표하고 있어 사이버대 차원에서 공유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오프라인 대학, 온라인 매개로 사이버대와 공유 지속 = 사이버대의 공유 형태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분야는 바로 콘텐츠와 학점 교류다. 사이버대가 제작하거나 또는 참여한 콘텐츠를 오프라인 대학과 공유하고 이를 듣는 학생들에게는 학점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 열린대학교육협의회는 52개 대학이 참여하는 OCU 컨소시엄을 통해 온라인 콘텐츠 공유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OCU 컨소시엄 사이버캠퍼스 강의 모습.

사이버대의 대표적 콘텐츠 교류 사례는 열린대학교육협의회 OCU 컨소시엄이다. OCU 컨소시엄은 지난 1998년 12개 대학을 중심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현재 51개의 오프라인 대학과 운영대학으로 참여하는 한국열린사이버대 등 52개 대학이 회원 대학으로 있다.

OCU 컨소시엄은 오프라인 대학의 의사결정체계를 통해 콘텐츠 개발과 강좌 운영계획을 수립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의사결정체계에서 운영방식이 정해지면 운영대학은 강의를 개발하고 시스템을 관리하는 등 전체적인 과정을 총괄한다. 강의에는 회원교로 참여하는 52개 대학 전임교수들이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강의는 대학생의 직무역량과 핵심역량을 높일 수 있는 교양과정은 물론 각 대학의 장점과 특화된 과정을 공유하는 전공과정이 개설됐다. 또한 기업체 또는 자격인증 기관과 연계를 맺은 특성화 강의를 통해 수업을 이수하는 학생들이 기업 또는 인증기관 명의의 수료증이나 자격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OCU 컨소시엄은 1년간 254개의 강의가 운영됐으며 약 12만 명의 학생이 이수했다. 이중 346명이 학술교류 장학금을 수여받기도 했다.

김우겸 한국열린사이버대 기획팀장은 “OCU 컨소시엄은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고 학점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K무크와 비슷하지만, 교육과정에 대한 뚜렷한 교육목표를 갖고 운영하고 있다”며 “의사결정 체계를 통해 각 대학의 강의는 물론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원하는 내용을 반영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서울디지털대 역시 개교 초반인 지난 2000년부터 연합대학 컨소시엄을 운영하고 있다. 23개 대학으로 출발한 연합대학은 현재 57개 대학이 참여하는 형태로 확대됐다.

컨소시엄 형태뿐만 아니라 모대학이 있는 사이버대는 콘텐츠를 통한 학점교류 방식의 공유를 이어가고 있다. 사이버대가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해 학점을 부여하면 오프라인 모대학에서는 강의실과 주요 시설을 공유하는 형태다.

윤병국 경희사이버대 부총장은 “편한 접근성을 강조하는 사이버대 콘텐츠에 대한 오프라인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 매년 많은 수의 학생들이 사이버대 강의를 듣고 있다”고 전했다.

■ 사이버대, 미진한 공유 논의… 대학 간 이해관계 맞물려 = 오프라인 대학과 사이버대의 공유와 달리 사이버대 간의 교류는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대학들은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지만, 이를 현실로 옮기는 데 제약이 많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콘텐츠, 교육과정의 공유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다. 다수의 사이버대가 비슷한 교육과정과 콘텐츠를 통해 경쟁하는 상황에서 각자 대학이 추구하는 부분이 달라 공유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윤호숙 사이버한국외대 입학학생처장은 “초창기부터 교양과목이나 대학마다 특성화를 추구하는 콘텐츠에 대한 공유방안이 언급됐지만, 대학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논의 이상의 진전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설공유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이버대 지역학습관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공동 활용 방안이 원격대학협의회 차원에서 논의된 바 있으나, 활용을 위한 제반사항 해결과 타 대학의 시설을 사용한다는 어려움 등이 맞물리며 논의가 저조한 상황이다.

사이버대 관계자들은 공유의 바람에 맞물려 무조건 논의를 추진하기보다 자연스럽게 공유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윤희 원광디지털대 입학협력처장은 “현재는 대학 간 공유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시대적 상황이 되지 않아 공유를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며 “앞으로 대학 교육이 대안을 제시할 학문이나 융합분야의 새로운 콘텐츠의 경우 공유 논의를 통해 학습자들이 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공유를 추진하는 목적과 어떤 점이 바뀌는지에 대한 목표의식이 뚜렷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공유가 나타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규현 한양사이버대 기획처장은 “목적이 없는 공유가 이뤄진다면 대학 간 비교만 될 뿐 진정한 공유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공유를 통해 공동의 이익이 발생할 수 있도록 목적에 대한 공유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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