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3분의1이 공무원 시험 준비…이들은 왜 목을 매나 

“직업 생태계 ‘완충지대’ 마련해야 이 현상 끊을 수 있어”

▲ 오는 8일 '2017년도 국가공무원 9급 공개채용 필기시험'이 치러진다. 이번 시험 응시자 수는 22만8368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사진은 노량진 공무원 고시학원을 오가는 고시생들.(사진=김의진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국내 한 대기업에 다니던 김범중씨는 2년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스스로 ‘공시생’이 됐다. 일과 삶을 모두 즐기고 복지와 여건의 혜택을 더 많이 받기 위한 선택이었다. 김씨는 “대기업에서 일을 하면서도 내 삶을 누릴 수 있는 곳을 계속 찾아왔는데 그게 공무원이라 생각했다”며 “보다 더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에 이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전남 소재 사립대를 휴학하고, 상경해 노량진 W공무원 고시학원을 다니고 있다는 이명씨(경제2)의 이유도 비슷했다. 이씨는 “가뜩이나 취업 시장이 얼어붙어 지방 문과 여대생에게는 사정이 더욱 어려워졌는데 취업에 성공해도 그곳이 여성을 위한 복지가 잘돼있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 아니겠냐”며 씁쓸해했다. 이어 “출산·육아 등과 관련된 복지의 실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정부기관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8일 2017년도 국가공무원 9급 공개 채용 필기시험이 치러진다. 인사혁신처가 지난 2월 14일 내놓은 ‘2017년도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 원서접수 결과’ 통계를 보면, 응시자 수는 22만8368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통계청이 지난달 15일 발표한 ‘2017년 2월 고용동향’ 자료를 보면,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 준비를 하는 인원은 60만6000명으로 취업준비생 3명 중 1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청년들의 공무원 시험 쏠림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3년간 자료를 보면 지난 2015년은 19만987명, 지난해 22만1853명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쏠리는 것은 일과 삶을 함께 누리기 위해서다. 국내 기업들의 근로시간 과다, 낮은 육아휴직률, 육아 휴직의 경우 인사 불이익의 우려 때문에 제도를 떳떳하게 쓸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공무원의 임금이 다른 직종에 비해 낮음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공무원에 집중 과잉되는 이유다.

노진철 경북대 교수(사회)는 “공무원의 경우 정년이 보장돼 취업준비자들이 선호하게 되고, 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우리 사회가 강요하는 육아 등 고정 역할과 일을 병행할 수 있는 곳이 사실상 공무원 사회밖에 없다”며 “청년들이 기업에 취직한 뒤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 사회, 휴직 등의 제도를 떳떳하게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공무원이 청년들의 마지막 도피처’라는 표현은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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