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욱 가톨릭대 교수(국어국문)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 청년실업난 등 최근 한국의 대학은 안팎으로 엄청난 시련에 봉착하고 있다. 종전의 대학 구조로는 현재의 난관을 도저히 타개할 수 없기 때문에 다소 무리한 변혁까지 시도하는 실정이다. 그 변혁의 과정이 부정적 혹은 긍정적 결과를 초래할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한 변혁 속에서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다면 대학교육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다.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사업 중 학부교육선도대학육성(ACE)사업의 취지이기도 했던 대학교육의 중요성은 대학 변혁의 과정에서 가장 큰 숙제로 자리 잡고 있다.

이상적인 대학교육이라면 교수자와 학생 그리고 사회가 모두 만족하는 교육일 것이다. 그러나 이 접점을 찾기가 정말 쉽지 않다. 개설할 교과목을 결정하는 주체는 교수이고, 그 과목을 선택할 권리를 가진 자는 학생이다. 이른바 개설권과 수강권의 주체가 다른 셈인데 여기에서 항상 갈등이 벌어진다. 학생은 항상 수강할 만한 과목이 많지 않다고 불만이고, 교수는 어렵고 재미없어도 이것만은 꼭 수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전공 속에서도 학생이 몰려 수강 제한을 해야 하는 과목이 있는가 하면 언제나 폐강의 위험에 시달리는 과목이 있다. 학교의 입장에서는 소수자를 위한 과목을 무한정 개설할 수 없기 때문에 폐강 기준을 적극적으로 유지하려고 한다. 각 대학들은 수강바구니 혹은 예비수강제도 등을 마련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교수자의 입장에서는 이것은 학문을 무시하는 시장 논리라고 비판한다.

학점 잘 나오고 듣기 편한 과목만을 원한다고 학생을 비판할 수 있고, 학생은 무시하고 자기만 행복한 강의를 한다고 교수를 비판할 수도 있다. 이 수강권과 개설권 사이의 갈등은 갈수록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교수의 교수법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과목의 성격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것은 교수뿐만 아니라 해당 전공의 정체성과도 관련되는 심각한 문제다. 응용 학문이 아니라 기초 학문 분야의 전공 교과목들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아예 개설하는 과목 과반수가 폐강 위기에 몰리는 전공도 나오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대학교육이 더 이상 학문을 통한 진리의 추구만을 고집할 수 없다는 흐름과 맥이 닿아 있다. 씁쓸할 현상이지만 학생 대다수가 대학에 입학하는 이유는 더 이상 학문과 진리 추구가 아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 입학하는 학생이 있다고 해도 학문 후속세대가 되는 것이 그들의 꿈은 아니다. 대학 4년 동안 학생들은 무엇을 먹고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산다. 어쩌면 고등학생 시절보다 더 암울한 대학 생활을 누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은 이제 개설권을 내려놓고 수강권에 대해 보다 철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최근 대학가의 화두인 융합을 통한 탈전공 현상 역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 방편일 것이다. 결국 대학교육의 사회적 적합도를 높여 보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교수 스스로의 과감한 변화가 요구된다. 교수이기 이전에 학자로서 새로운 교과목 개발 자체가 야합으로 인식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는 이미 그러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교수가 학자인가 교육자인가에 대한 물음을 떠나서 교수를 믿고 들어오는 학생과 그러한 학생을 믿어줄 사회를 위해 교육 수요자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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