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 대응위한 미래교육혁신 세미나

▲ 지난 13일 열린 차기정부 미래교육 혁신 방안 정책 세미나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주현지 기자)

[한국대학신문 구무서·주현지 기자] “4차 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예측들이 있지만 인공지능이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대학은 인공지능으로 대체 불가능한 가치 판단력을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교육보고서 출간 기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차기정부 미래교육 혁신 방안 정책 세미나’에서 조동성 인천대 총장은 대학의 미래 역할 방향성을 제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입시제도 △교육내용 △교육방법 △교육평가 △대학교육 △학제운영 △교육과정운영 △진로진학 △대학운영 △교육 거버넌스 등 10대 혁신과제가 제시됐다. 조동성 총장은 ‘대학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라는 주제발표에서 대학의 변화를 역사적으로 짚어보고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를 구분했다.

교수가 신(神)의 역할을 하며 하향식으로 지식 주입을 하던 대학 1.0 시대를 지나 대학 2.0 시대에는 교수가 토론 사회자로서 토론식 수업을 진행하고 교육 방향도 수평적으로 바뀌었다. 2000년대 이후에는 학생들이 교육 주체가 돼 정보를 찾아나가고 응용하는 교육 방식이 이뤄지고 있으며 교수는 조력자의 역할을 한다. 대학 3.0 시대다.

초지능·초연결 시대에 대비해 새로운 대학의 패러다임인 대학 4.0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조동성 총장은 우선 알파대학과 베타대학으로 개념을 구분했다. 알파대학은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배양시키는 교육을 하는 대학이다. 반면 베타대학은 인공지능이 침범하지 못하는 능력을 키우고 인공지능이 가진 구조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교육을 시키는 대학이다.

조동성 총장은 “단기적으로는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알파대학이 성장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인공지능은 전문교육기관이 대체할 것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인성을 갖추고 지혜롭고 창조적인 사람이 인공지능 시대를 이끌어 갈 것이다. 바로 베타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인성을 갖추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대학 4.0의 사례로 조동성 총장은 미국 시카고 대학과 우리나라 인천재능대학을 언급했다. 시카고 대학은 4년 동안 고전 100권을 읽어야 졸업이 가능하다. 조동성 총장은 “처음 제도 도입 때는 교수와 학생들이 반대했으나 결과적으로 무명대학이었던 시카고 대학이 8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명문대학이 됐다”고 말했다.

인천재능대학도 인성에 초점을 갖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수와의 상담을 통한 자아 성찰 △사회봉사 △리더십과 다양성 학습 등으로 학생들의 문제해결능력을 강화시키는데 초점을 맞춘다. 조동성 총장은 “인천재능대학의 교육은 대학구조개혁평가 최우수 A등급, 3년 연속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 최우수 대학, 취업률 1위 등 성과를 낳았다”며 “기본에 충실한 베타 교육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동성 총장은 현재 인천대가 시행하는 ‘매트릭스 컬리지’제도를 소개했다. 매트릭스 컬리지는 취업에 필요한 능력 개발 교육을 기업에서 직접 설계하고 졸업 학점의 3분의 1은 입학했을 때 전공 학점으로, 3분의 1은 졸업을 위한 타전공 학점으로, 나머지 3분의 1은 삶을 풍요롭게 하고 마음껏 즐기기 위한 학점으로 짜여 진다. 특히 졸업을 위한 학점은 대학이 아닌 기업체가 신입사원 교육을 시키듯 실무적이고 현장 중심적인 교육으로 채워지는 것이 포인트다. 조동성 총장은 “인위적 학제개편과 구조조정없이 사회 수요에 다가가는 지속가능하고 유연한 학과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동성 총장 발표 후 토론회에서는 매트릭스 컬리지 제도에 우려를 나타내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소속의 한 청중은 “대학이 경제에 종속돼 끌려가는 느낌”이라며 “경제와는 분리해 교육 본연의 모습을 찾는 것에 신경 써야 하지 않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조동성 총장은 “매트릭스 컬리지 제도는 기업만이 아니라 연구소, 병원, 협회 NGO, 정부기관 등도 참여하고 있다”며 “직업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나가는데 있어 어떠한 조직에 필요한 교육 리스트를 보면 학생들이 뭘 준비해야하는지 알 수 있다. 인천대는 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이지 선택은 학생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조동성 인천대 총장. 조동성 총장은 4차산업혁명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가치판단력 중심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주현지 기자)

이 날 세미나에서는 대입 제도 개편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안종배 미래정책연구원장(한세대 교수)은 수능시험을 폐기하고 대학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대입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종배 원장은 “입시와 사교육에 매몰된 우리나라 학생들의 행복지수는 OCED 꼴찌 수준”이라며 “점수로 순위를 매기는 결과 중심의 평가에서 개별 학생의 역량과 교육과정을 평가하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범 서울대 교수(서어서문학)도 대입 제도의 변화가 필요함에 공감했다. 그는 “계속 같은 시스템으로 수능을 운영하면 사회 전체적인 생산력이 줄어든다”며 “전체를 동일하게 규격화할 것인지, 서로 다르게 맞춤형 교육을 할 것인지 중요한 터닝 포인트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학교교육 중심의 단순한 대입 제도가 필요하다”며 “지식의 양적인 측면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질적으로 변화시켜 창의력을 기르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교육제도, 수능, 대입제도를 통합한 ‘정책 세트’가 만들어져야 하며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경범 교수는 “학생맞춤형 창의 교육을 하려면 입시도 여기에 맞춰야 한다”며 “법제화를 하든 사회적 합의체를 구성하든 다같이 모여 바람직한 입시에 대해 광범위하게 의견을 모으고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바꾸지 않겠다는 합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경찬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미래교육 정책 거버넌스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주제 발표에서새로운 교육 거버넌스가 필요함을 언급했다.

민경찬 교수는 교육 거버넌스가 가져야 할 철학과 원칙에 대해 △개별 학생의 변화에 초점 △정치로부터 독립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중심 △상호존중, 공유, 공감의 관계 네트워크 △관리중심이 아닌 지원중심 △진심, 정직 등의 태도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새로운 교육 거버넌스의 핵심 과제로는 △평가에 대한 혁명 △교육에 대한 독립적 플래닝 타워 △교육 관련 당사자 사이 수평적 동반자 관계 형성 △다년 묶음예산 체제 전환 △법령 체계 및 내용 대정비 등을 꼽았다.

이러한 차원에서 민경찬 교수는 대통령 직속의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고 준헌법기관으로서 독립성과 자율성, 정치적 중립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권은 5년 단위더라도 장기적으로 정책을 마련할 수 있는 싱크탱크가 필요하다”며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전문가들을 추천해 10년 임기로 방향을 잡아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교육부 폐지에는 반대 입장을 보였다. 그는 “정책 집행 단위로서 교육부가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며 폐지보다는 정책을 집행하는 역할을 하도록 교육부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이 날 세미나의 아쉬운 부분에 대한 의견이 쏟아졌다. 동원고 공기택 교사는 “교육 현장에서 교사가 큰 역할을 하는데 오늘 토론자와 발제자 중에는 교사가 없다”며 “현장에서 실제 변화를 주려고 할 때 애로사항을 느끼는 교사들이 많다. 현장 전문가인 교사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또 다른 청중은 이 날 논의 내용이 4차 산업혁명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했다. 이 청중은 “모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피해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새 시대를 어떻게 주도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며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주도할 인재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제미래학회가 발간한 대한민국 미래교육보고서는 지난 1년간 57명의 교육계 전문가가 함께 모여 미래 교육을 어떻게 그릴 것인지 논의를 거쳐 탄생했다. 이남식 학회장은 “인적 자원외 가진 것이 없는 우리나라 여건상 정파를 떠나 교육 문제에 대해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오늘의 미래 교육보고서가 조금이나마 일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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