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신세현 교수팀, 의생명 분야 응용할 미세입자 코팅기술 개발

▲ 좌측부터 고려대 연구팀 신세현 교수,공동1저자인 서창덕, 장대호 연구원(사진=한국연구재단 제공)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국내 기계공학자들이 기초과학을 반영한 융합 연구로 코팅 공정의 난제를 풀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은 13일 신세현 고려대 교수(기계공학) 연구팀이 미세입자를 물질 표면에 고르게 코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특히 생체 친화적인 물질을 이용한 기술로 암을 검출할 수 있는 미세입자를 코팅한 정밀 센서를 개발하는 데 응용될 전망이다.

연구팀은 의생명 분야와 같은 첨단 분야 뿐만 아니라 자동차 도장 같은 일반적 코팅 공정의 공학적 난제를 풀었다. 미세분자를 스프레이로 분사하면 건조 과정에서 액체 방울이 마치 커피 방울이 반지모양을 형성하면서 마르는 것과 같은 ‘커피링 현상’이 발생한다. 액체가 분사되면서 불균일하게 힘을 받아 바깥으로 몰려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이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계면활성제 특성을 갖는 중합체(Polymer) 물질을 섞어 연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예측하지 못한 문제에 부딪혔다. 폴리머를 추가하자 외곽으로 모이던(커피링) 미세입자가 빠르게 소용돌이치며 중앙으로 모여든 것이다. 연구팀은 이 현상을 해석하기 위해 5년 동안 생소한 물리학 지식과 중합체의 화학적 특성 등을 다룬 연구논문과 씨름했다. 국내에 관련 연구자도 많이 없어 도움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이 소용돌이가 커피링 효과와 ‘마랑고니 유동’이라는 현상의 결합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마랑고니 유동은 ‘와인의 눈물’로 알려진 액체 유동 현상이다. 와인을 따른 와인잔을 부드럽게 돌리면, 와인이 잔에 얇게 발라지다가 천천히 내려온다. 알코올이 증발하면서 물 성분의 표면장력이 증가, 붙어 있다가 자체 중력에 의해 흘러내리는 것이다.

연구팀은 선행 연구와 차이를 분석하면서 해결책을 찾았다. 계면활성제 특성을 보이면서, 동시에 점성을 갖는 중합체인 폴리에틸렌글리콜(PEG)을 중합체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 물질은 농도에 따라 점성과 표면장력이 함께 변하는 특성을 갖는다. 처음 커피링 모양으로 분사된 액체가 계면활성제 성질로 인해 외곽에서 안쪽으로 들어온다. 이 현상이 기존 마랑고니 소용돌이와 함께 일어나, 규칙적으로 성분을 분산시키면서 입자를 고르게 코팅하는 결과를 가져다 줬다.

▲ 미세입자가 포함된 액체가 증발된 후 사진과 표면 두께 분포. 대조군(좌측, 물), 단순히 계면활성제를 섞어서 분사했을 때(중간)보다 PEG를 섞을 때(우측) 입자가 균질하게 도포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은 물리, 화학 선행연구결과를 이용해 기계공학적 난제를 풀어냈다.(사진=한국연구재단 제공)

연구팀은 이번 발견을 바이오 물질의 탐침용 미세입자 코팅 기술에 적용하면 혈액으로 암을 진단하는 센서의 민감도를 향상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또 나노물질의 전자인쇄와 휴대폰 프레임 코팅, 자동차 도장에 활용해 산업현장의 경제적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책임자 신세현 교수는 “커피링 현상을 해결하지 않고는 혈중에 극미량 존재하는 암 진단 물질을 검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기초 물리와 화학적인 현상을 연구한 결과다. 혈중 종양 물질 검출 센서의 민감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고, 나아가 액적 형태로 코팅하는 대부분의 공정산업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래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지원사업(집단연구)와 원천기술개발사업(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3월 29일자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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