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우 한동대 대외협력팀장

#대학 시절 중간고사 준비를 위해 새벽에 도서관으로 향하던 중 본관 앞을 지날 때 코끝을 스치는 향기를 잊을 수 없다. 이 향기를 도종환 시인은 '라일락 꽃'이라는 시에서 "꽃은 진종일 비에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라고 썼다. 이 꽃의 향기를 직접 이보다 더 잘 표현한 글이 있을까?

라일락 하면 미스킴라일락이 생각이 난다. 마스킴라일락은 우리나라 황해도 평안도 등지에서 자라는 식물인 수수꽃다리를 미국에서 개종한 것이다. 지금은 로열티를 주고 사와야 한다. 우수한 우리 종자를 지켜야 하는 사례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라일락은 작은 키 나무로 줄기는 가지가 갈라지고 높이는 3~7m이다. 꽃은 4~5월에 피고 보라색 또는 연한 보라색을 띠고 향기는 진하다.

#그럼 졸업을 알리는 꽃은 무엇일까? 나는 매화라고 생각한다. 해마다 2월 중순 대학 졸업식 시즌이면 캠퍼스 곳곳에서 이날을 기억하고자 졸업생들과 가족, 친지, 친구들이 사진으로 그 모습을 담는다. 이때가 되면 봄을 알리고 이들의 앞날을 축복하는 매화가 핀다. 매화는 추운 겨우내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아직은 봄이라 하기는 이른 시기에 희거나 붉게 핀다. 그윽하고 달콤한 향기를 자랑하는 매화는 사군자의 하나로 선비들이 좋아하는 꽃으로 열매는 매실이다.

#'화무십일홍'이라 해서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십 일 이상을 피지 못한다 했다. 그런데 백일홍은 백일 동안 붉은 꽃을 피운다. 물론 하나의 꽃이 백 일 동안 지지 않는 것이 아니고 다른 꽃들이 연달아 피어 백 일 동안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이 꽃은 대학의 여름방학이 한창일 때 핀다. 백일홍 나무를 빠르고 편하게 발음하여 배롱나무로 불린다고 한다. 옛날에는 이 나무를 서원이나 서당에 많이 심었다. 그리고 보니 한동대 교정 곳곳에서도 볼 수 있다. 꽃은 붉게 피어 화려하지만 그 줄기는 반질반질하게 담백하다. 그 옛날 선비의 지조와 청렴을 보는 듯하다.

#안도현 시인은 그의 글에서 "이 꽃을 발견하면 나는 혼자 신음같은 소리를 중얼거린다"고 했다. '아 방학이 끝나고 개강이 가까이 다가왔구나'할 때 바로 8월 중순쯤에 피는 황순원의 단편 '소나기'에도 나오는 마타리꽃이다. 소설에서 소녀가 "그런데, 이 양산 같이 생긴 노란 꽃이 뭐지?" 라고 묻자 소년은 "마타리꽃"이라 대답한다. 그리고 소녀는 마타리꽃을 양산 받치 듯이 해 보인다. 이 꽃은 여름부터 가을에 산이나 들에서 볼 수 있고 높이는 50~150m 정도다.

계절이 지나가는지도 모르고 산다. 모두 바쁘다. 그래도 주위에 꽃들은 피고 진다. 우리가 보아도, 보지 않아도 계절의 흐름을 느끼며 거기에 반응하며 감사하게 살다 보면 그날이 행복한 날이 아닐까. 이런 날들이 이어지면 우리의 삶도 행복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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