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얼마 전의 일이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보이스피싱일 수도 있지만 고민 없이 받았다. 온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게, 이 일을 하면서는 불가능했다. 시간도 그렇다. 늦은 시간에 온 전화일수록 받았다. 늦은 시간에 취재원에게 걸려온 전화벨소리만큼 다급한 것은 없다. 어떤 서스펜스보다 받기가 두렵기도 하다.

꼭 받고 싶은 전화를 기다리기도 한다. “회의 끝나고 연락하겠다” “메모 남겨주시면 전달해드리겠다”는 말은 거의, 아니 완전히 희망고문이다. 예의상 메모는 남기지만 기대는 없다. 다른 경로를 찾아보든지 문자를 다시 남기든지 아니면 결국 1~2시간 간격으로 다시 전화를 하는 수 밖에 없다.

최근 대학가에서도 꼭 받고 싶은 전화가 늘고 있는 모양이다. 교육부가 각종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진행하면서 통보를 유독 전화로 해서 그렇다. 늦은 시간에 사무실로 전화를 했을 때, 그리고 교육부가 아닌 기자임을 알아챘을 때, 전화 상대방의 목소리에는 짙게 실망감이 밴다.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직감하고도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음을 이 글을 통해서라도 사과드린다.

아마도 교육부는 전화를 퍽 좋아하는 모양이다. 몇 년 전에는 사학연금 개인부담금 소송에서 패소한 대학에 재심을 청구할 것을 전화로 요구하기도 했다. 소송비를 대주겠다는 말은 없었다고 한다. 당시 교육부 한 관계자는 대학에 ‘항소지도’를 했다고 말했다. 대학은 결국 또 졌다. 교육부도 대법원까지는 항소지도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엔 최근의 일이다. 교육부가 또 전화를 했다. 특정 대학 몇 군데를 콕 집어서 했다. 내용은 밝힐 수 없다. 대학경영에 개입해 어떤 행동에 나설 것을 종용하는 수준이었다. 실제 일부 대학은 시키는 대로 했다.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결과에 따라 밝힐 수 있는 사안들이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화가 왜 편리할까. 생각해보니 전화는 꽤 신속하다. 직접 찾아가는 수고도, 문서를 만들어 전달하는 이른바 ‘서류작업’도 없다. 즉각즉통이다. 그래서 신속하게 정보를 얻거나 결정을 내릴 때 좋다. 무엇보다 기록이 남지 않는다. 전화기록을 기자가 단독으로 입수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서스펜스를, 누군가에게는 기다림을 주는 전화가 각광받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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