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영화관 시너지 효과 … 일반인도 찾아 ‘만족’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대학들이 문화와 예술 자원을 지역사회에 개방해 진정한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대학 독립영화관은 일반 극장에서 접하기 힘든 작품을 제공하고 영화제, 토크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 건국대 예술디자인대학 건물에 위치한 KU시네마테크. (사진=KU시네마테크)

■ 영화 감상을 넘어 ‘참여’하는 프로그램 호평=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 건국대 KU시네마테크, 고려대 시네마트랩…. 학생과 일반인들에게 문화공간을 제공하려는 취지로 세워진 이들 대학 내 독립영화관은 나름의 입지를 다졌다. 

스크린 독과점으로 작품 선택권을 침해받은 관객들은 독립영화를 보러 대학을 찾는다. 최근 수년간 스폰지하우스 등 대표적인 예술영화관이 잇달아 폐관하면서 대학 내 독립영화관의 희소성은 더욱 커졌다. 

단순히 문화공간을 제공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문화·예술 활동을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돕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 하다.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는 ‘모모 영화학교’를 운영해 영화 감상을 공유하고 활발한 토론을 벌일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프로그램에는 영화 평론가가 ‘영화와 문학’ ‘네오리얼리즘’ 등의 주제를 선정해 강의를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에는 학생보다 일반인들이 더 많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관객이 직접 영화제를 기획하고 여러 세미나에 참여할 수 있는 ‘모모 큐레이터’, 영화를 본 후에도 북카페로 이동해 전문가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애프터무비’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 이화여대에 위치한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진행하는 '애프터 무비' 프로그램. 관객들은 영화를 본 후에 북카페로 이동해 전문가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아트하우스 모모)

교수가 영화관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하지현 교수의 시네마테라피’를 운영하는 하지현 건국대 의대 교수는 상영한 영화 중 영화의 접근법과 문제 해결법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흩어진 가족이 합쳐지는 과정을 그린 영화 <디센던트(The Descendants)>를 설명하면서 청소년·부부 이야기 등에 대한 임상실험 결과를 해설하는 강의를 진행하는 식이다.

KU시네마테크 관계자는 “대학에서 하는 문화사업으로, 영화과 학생들이 일주일에 두 번씩 실습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학생과 진행하는 행사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대학·영화사·학생들 시너지 효과= 전문가들은 대학 내 독립영화관이 입점함으로써 서로에게 득이 된다고 말한다. 유승철 이화여대 교수(커뮤니케이션)는 “독립영화관은 대학 공간에 다양성을 부여한다. 공간을 브랜딩(branding)하는 것”이라며 “대학 입장에선 독립영화관이 있는 품격있는 대학이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어 홍보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독립영화관 입장에서도 득이 된다. 유 교수는 “이화여대는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공간”이라며 “교·직원과 학생 수는 2만7000여 명이다. 기본 수요가 항상 받쳐주기 때문에 아트하우스 모모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건국대 KU시네마테크의 김종호 대표도 “예술영화관을 상업지구에서 운영하면 금방 없어지기 쉬운데 대학에서 운영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답했다. 고려대의 경우 교직원과 학생 수가 3만명 이상이고 건대 역시 2만3000여 명 정도 된다.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다. 김 대표는 “독립영화나 예술영화 중에서도 학생들이 볼 수 있는 영화를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또 “학생들뿐만 아니라 이 주변 주민들이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상영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재학중인 유신농씨(의류3)는 “처음 왔는데 영화관에서 못 보는 영화들을 접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아트하우스를 방문한 김주윤씨(인문과학1)는 “처음엔 친구들과 함께 왔지만, 이젠 혼자 올 정도로 영화에 푹 빠졌다”며 “학교에서 교과 외 활동을 통해 문화적 감수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다”고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이용률도 높다. 독립영화관이 적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건국대의 경우 인근 주민들이나 멀리에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화여대 역시 영화관 관람객 중 일반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다. 

학생들이 직접 운영하는 영화관 이화시네마떼끄의 우지윤 부관장(도예3)은 “마니아층도 생겼다. 잉마르 베리만 스웨덴 감독 기획전 때 일주일 내내 하루도 안 빠지고 영화관을 찾은 관객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 “영화관을 찾은 관객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대부분 만족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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