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코티솔의 파킨슨병 치료가능성 밝힌 이윤일 DGIST 선임연구원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스트레스 호르몬 ‘코티솔’은 파킨슨병의 치료제가 될 수 있을까.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손상혁)은 18일 이윤일 웰에이징연구센터 선임연구원(사진) 연구팀이 이연종 성균관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파킨슨병의 치료 후보물질로 스트레스 호르몬 ‘하이드로코티솔(Hydrocortisol)’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파킨슨병은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으로, 치료제가 없는 난치병이다. 비록 1000명 중 1명 꼴로 걸리나 60대 이상의 인구에서 높은 발병률을 보인다. 우울증 등의 전조증상에 이어 느린 운동, 강직, 떨림 등이 주된 증상으로 나타난다. 뇌에서 운동중추가 밀집한 것으로 알려진 중뇌 흑질(Substantia Nigra)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죽으며 증상이 일어난다. 이 신경세포는 도파민(Dopamine)이라는 신경 전달물질을 만들고 이를 통해 들어온 반응을 받아 몸 곳곳에 명령을 내린다.

아직까지 파킨슨병 치료제는 나오지 않았다. 시중에 나온 약물은 모두 신경세포가 사망한 뒤 도파민을 공급해 증상을 늦춰보려는 취지로 개발된 것들이다. 파킨슨병의 원인에 맞는 물질을 규명하는 것은 학계의 숙제였다.

문제는 이번에 연구팀이 발견한 후보 약물이 스트레스 호르몬이라는 데 있다. 의학계에 따르면 코티솔은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분비돼 소모된 에너지를 혈액으로 다시 분비하는 등 컨디션을 조절하는 효과를 갖는다. 동시에 너무 많은 수치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면 비만, 당뇨, 고혈압, 기분장애의 원인이 되는 양면성을 갖는다.

코티솔이 파킨슨병 치료제로 실용화되기 위해 대학과 학계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윤일 DGIST 선임연구원과 이번 연구와 전망에 대해 일문일답을 나눴다.

▲ 연구팀이 처음 규명한 코티솔의 도파민 신경세포 사멸 억제 메커니즘. 이윤일 DGIST 선임연구원과 이연종 성균관대 교수팀 함상우 대학원생은 공동으로 파킨슨병의 치료 후보물질 코티솔을 발굴했다.(사진= DGIST)

- 코티솔은 파킨슨병 치료제로 나온 약물과 어떤 차이가 있나?
“기존 약물은 도파민성 신경세포가 없으니 도파민을 더 넣어주거나, 분해를 막는 방식이었다. 예컨대 레보도파(levodopa, L-Dopa)는 도파민의 전구체다. 레보도파를 더 넣어주면 없어진 기능을 보완하는 효과를 갖는다. 콤트(COMPT), 마오베타(MAO-B) 효소는 도파민을 에피네프린, 노르에피네프린 등 다른 호르몬으로 바꾸는 반응을 촉매한다. 효소를 억제하면 도파민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다. 여타 약물은 1960년대 개발된 것들이다. 효과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내성이 생긴다는 단점도 명확하다. 정상 몸은 도파민을 내뿜었다 제거하면서 항상성을 유지하는데, 이 물질을 계속 유지하니 몸이 이전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연구팀은 코티솔이 도파민성 뉴런의 사멸 자체를 막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1차적 원인을 치료할 수 있다.”

- 수많은 물질 사이에서 코티솔을 어떻게 찾아냈나?
“DGIST 웰에이징연구센터는 노화를 주로 연구하는 기관이다. 처음에는 퇴행성 질병으로서 노인들에게 많이 일어나는 원인을 찾았다. 노화가 되면서 신경세포에 파킨(Parkin) 단백질이 줄어든다는 것을 알아냈다. 파킨은 쉽게 말해 쓰레기를 치우는 쓰레기차다. 도파민성 뉴런이 죽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 β), 타우(Tau)와 같은 독성물질이 축적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파킨은 이 물질들을 제거하는 반응을 촉매한다. 해서 처음에는 파킨을 과발현시켜 봤는데, 세포가 오히려 사망했다. 우리는 파킨을 발현시키는 유전자 인자 단백질을 찾는 것으로 방향을 바꿔 1700여개 물질을 분석했다. 이 중 하이드로코티솔이 가장 효과가 좋은 물질로 나타난 것이다.”

- 코티솔은 스트레스 호르몬이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지 않은가?
“안 그래도 인근 창원삼성병원 임상의와 협의를 했으나 우려를 많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연구성과는 가능성만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임상으로 쓰이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우리도 코티솔이 항상 높은 농도로 유지되는 것은 위험하다는 데 동의한다. 적당한 농도를 찾기 위해 임상 전 동물연구, 임상실험을 실시하길 제안한다. 우리도 인체에 무해한 코티솔 전구체 등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을 연구할 계획이다.”

- 실용화를 위해 향후 대학과 학계가 도움을 줘야 할 부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오픈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본다. 임상의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 연구를 위한 연구를 하는 게 아니라 인류에 도움이 되는 것을 만들어보자고 이야기해도 선입견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물론 코티솔이 스트레스 호르몬이며 스테로이드 성분이기에 위험한 부작용이 많다는 것은 이해한다. 문제가 커지는 걸 꺼려하는 게 잘못은 아니다. 본래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연구하다가 대학으로 왔다. 덕분에 당시 함께 일하던 창원삼성병원 의사들과 수월하게 협의할 수 있어서 이번 연구 성과를 내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학계에 있으면서 당시 경험을 토대로 산학연을 통해 실용적인 효과를 찾아보고자 했다. 앞으로도 병원과 협의해 파킨슨병 증상이 심해 뇌수술까지 진행된 분들께라도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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