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종배 한세대 교수 · 미래정책연구원장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지난해 초 스위스 다보스 포럼 연차총회에서 처음 제시된 ‘제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물결은 국내 교육계와 학계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미 2007년에 국내·외 미래학자 100여 명은 뜻을 모아 국내에 본부를 둔 ‘국제미래학회’를 설립했고, 지금은 학자·전문가 등 1000여명의 석학이 미래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특히, 한국교육에 아쉬움이 많았던 미래정책연구원장 안종배 한세대 교수(미디어영상)는 미래교육을 혁신할 전문가 56명과 함께 지난해 7월 회의를 개최했다.

최근 펴낸 책 《제4차 산업혁명시대 대한민국 미래교육보고서》의 출발이었다. 10차례 워크숍에 걸친 집필 노력은 9개월 만에 미래교육보고서를 탄생시켰다. 책 출간의 총괄집필위원을 맡은 안종배 교수를 지난 19일 그의 교수연구실에서 만났다.

안종배 교수가 미래교육보고서를 발간한 이유는 명확했다. 안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변화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교육이 우리사회에 큰 역할을 했던 점은 분명하지만, 산업시대에 적합했던 교육 패러다임이었다. 산업 패러다임은 단시간에 무언가를 익히고 활용하며, 만들어내는 표준화·규격화·정형화시키는 방식이었다. 이를 통해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추구했던 것이다.”

안 교수는 “입시·교육 제도도 마찬가지로 학생들을 단시간에 주입시켜 교육하고, 평가하는 패러다임이었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렸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는 승리감에 도취됐었다. 그 시대에는 맞았을지 모르지만, 이후 한국 교육은 변화보다는 강화를 선택했다”고 했다.

“그사이 세상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모했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이전의 역량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뀔 때가 도래한 것이다. 이제는 다양한 개인에 각각 맞춘 교육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 등 예전과는 전혀 다른 역량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안 교수는 미래교육 혁신을 강조하며 4대 방향을 제시했다. △유연한 학제와 자율적 교육과정 등 ‘교육 시스템 혁신’ △창의적 미래학교와 스마트학교 등 ‘학교 혁신’ △창의적 인지 역량과 인성적 정서 역량 등 ‘교육 콘텐츠 혁신’ △정책 결정 프로세스와 새로운 패러다임 등 ‘교육 거버넌스 혁신’ 등의 변화를 역설했다. 또 이 4가지 변화는 모두가 동시에 이뤄져야 하며, 어느 것도 따로 추진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 교육은 근본적으로 다른 패러다임이 돼야 하고, 또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기존의 지식 전달 중심의 △입시제도 △교육의 내용·방법·평가 △대학교육 등은 역량 함양 중심이 돼야 한다”면서 “수능시험을 폐기해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하게 하고, 순위 매기기를 위한 결과 측정 평가에서 교육과정 동안 개별 학생의 역량을 평가하는 것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통제적 교육 제도에서 탈피해 ‘자율적 교육 제도’를 형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 내용별로 학생 수준에 따라 학교에서 유연하게 학년제·무학년제를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또 학생 선발부터 교육과정·특성화까지 학교가 자유롭게 계획·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누구든지 정해진 틀로 학교를 다닐 필요가 없다. 잘하는 학생은 월반하기도 하고 5~6년이 필요한 학생은 충분히 가르쳐 졸업시키는 제도가 정착돼야 하는 것이다. 과목도 교육부에서 정해주거나, 권장하는 과목을 모두 가르칠 필요도 없다. 학교 특성에 맞게 자유롭게 선택해서 가르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줘야 한다. 정부는 교육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범위만 정해주고, 그 안에서 선택은 학교가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안 교수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대선 정국과 맞물려 국민들의 4차 산업혁명 시대와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사회적 인식이 뒷받침됐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때 안 바꾸면 언제 바꾸겠나”면서 “새로운 정권도 이에 맞춰 변화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기존의 서당교육에서 신(新)교육을 했을 때, ‘왜 서당교육 안하느냐’고 하는 사람 없었다. 왜냐하면 시대 흐름에 맞는 새로운 교육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이 그와 비슷한 분위기라고 보면 된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전체적인 교육 변화가 따라야만 건강하고 역량을 갖춘 인재를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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