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인재 양성 위축…연구 환경 토대 확충해야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침묵의 암살자'로 불리는 미세먼지가 연일 기승을 부리면서 예방 및 대응 연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대학가에서는 연구와 교육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전 세계 주요 도시의 대기오염 농도를 모니터링하는 '에어비주얼'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공기품질지수는 중국 상하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나빴다. 올해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관광경쟁력 평가에서는 초미세먼지 부분에서 조사 대상 136개국 중 130위를 기록했다.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작은 크기를 가진 미세먼지는 호흡기를 통해 폐포로 들어와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이미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에 의해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됐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으로 인한 입원율은 2.7%, 사망률은 1.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머리카락 30분의 1 정도 크기인 초미세먼지의 경우 농도가 10㎍/㎥ 짙어지면 폐암 발생률이 9%나 오른다.

올 들어 열두 차례나 초미세먼지가 국내 환경기준을 초과할 정도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창궐하고 있으나 관련 연구 부족으로 아직까지 뚜렷한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경제성장 위주의 정책들이 환경 분야 전문 인재 양성을 위축시켰다고 지적한다. 현재 대기환경보전법에는 오염물질이 배출되는 사업장의 사업자는 환경기술인을 의무고용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경제성장을 목표로 제정된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 조치법'은 의무고용 조항을 무력화시켰다. 제29조 4항에는 '환경기술인을 2명 이상 채용하여야 하는 자가 그중 1명을 채용한 경우에는 그가 채용하여야 하는 나머지 사람도 채용한 것으로 본다'는 조항을 둬 사업장에서 사실상 1명만 채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더해 제37조는 '동일한 산업단지에서는 사업자가 공동으로 환경기술인을 임명할 수 있다'는 조항으로 개별기업이 환경기술인을 두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특별법으로 인해 취업의 문턱이 좁아짐과 동시에 교육부가 취업률을 기준으로 대학을 평가하자 대학들은 환경 관련 전공을 축소해왔다. 김동술 경희대 교수는 "4년제, 전문대학 할 것 없이 지난 15년간 환경관련 학과가 대부분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문 후속 세대 양성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김동술 교수는 "기초 학문을 바탕으로 미세먼지 관련 자료를 축적할 수 있도록 인력 확보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재 양성 방법론으로는 융합교육이 꼽힌다. △미세먼지 농도 측정·분석 △미세먼지로 인한 질병 예방 및 치료 △미세먼지 저감 및 제거 등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개별 학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하은희 이화여대 교수는 "미세먼지 분야는 댜양한 분야에서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학과나 학부를 신설하는 등 학문의 융합적 정체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학 자체적으로도 미세먼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대학에서 미세먼지 관련 연구는 연구기관이나 기업체 등에서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대학 자체적으로 미세먼지를 특성화하거나 연구를 지원하는 경우는 없는 실정이다. 하은희 교수는 "지금이라도 미세먼지 연구사업단 같은 것들을 대학이 만들어 각 대학 특성에 따라 잘할 수 있는 연구 주제를 발굴하고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러한 과정들이 꾸준한 관심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영민 경희대 교수는 "미세먼지가 심한 시기에만 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계절이 변하면 다시 관심사에서 멀어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연구자가 장기간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토대가 확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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