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슈] 교육부 폐지 찬반 쟁점과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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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측 "교육통제부 변질돼 불가피" vs 존치 측 "역할·기능 재조정"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교육부 폐지 공약이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19일 밤 스탠딩 토론으로 진행된 KBS 대선후보 토론회에서도 공방이 벌어졌다.

이날 유승민 후보는 교육·경제·사회·문화 관련 주제 토론 시 안철수 후보에게 “교육부 폐지 공약은 교육부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 동의할 수 없다”면서 “정치인들이 정권을 잡으면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데 공무원들을 하수인으로 동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를 폐지하는 것은 세월호 참사 이후 해경을 해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발상”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에 안철수 후보는 “우리나라 교육 체계 문제는 장기적 교육정책이 먹히지 않고, 정권과 장관이 바뀔 때마다 바뀐다는 점”이라며 “(교육부가) 말 잘 듣는 학교에 돈을 주면서 길들이니 창의성을 키워낼 수 없고 교육과정 개편 시도도 모두 실패했다. 이제야말로 정부의 컨트롤타워를 바꿔 장기적 교육정책을 가능케 해야 한다고 본 것”이라고 강조했다.

▲ <표>주요 정당 대선후보 교육행정체계 개편 공약

■교육부 폐지 찬성 측 “통제부로 변질돼 불가피”= 5ㆍ9 대선을 약 3주 앞두고 교육부 폐지에 대한 찬반논쟁이 교육계를 강타했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국립대 총장 선출방식 △대학구조개혁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시도 교육감과 갈등 △교육부 간부의 ‘국민은 개·돼지’ 발언 등 전 국민적 논란의 한가운데 있게 되면서, 교육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교육부 존폐론 첫 포문은 안철수 후보가 교육부 폐지 및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공약을 내세우면서 열었다.

안 후보 측은 교육부가 교육통제부로 변질돼 말 잘 듣는 대학에 돈을 주는 등 교육 현장의 자율성을 말살하고 있다면서, 교육부를 폐지하고 장기계획이 가능한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계획에 따라 지원하는 교육지원처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교육위원회에는 정부 조직관료뿐만 아니라 여야 대표, 대학 대표, 교육 전문가, 학부모 대표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로 구성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형태다. 다만 구체적인 위상까지 제시하지는 않았다. 민간의 참여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와 유사한 형태다.

야권 성향의 교육단체와 시민단체도 교육부 폐지에 힘을 보탰다. 전국 교수 6만6000명을 대표하는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가 발족한 대학정책학회도 ‘고등교육 적폐 청산과 대학 발전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면서 교육부 폐지에 준하는 수준으로 역할과 기능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존치 측 “역할 기능 조정하면 충분”=반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교육부는 존치시키되 역할과 기능을 축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름은 서로 다르지만 교육 장기계획을 설계할 국가적 차원의 위원회를 설치한다는 데는 공감대를 이뤘다.

교육부 기능과 관련해 문재인 후보 측은 초ㆍ중ㆍ고 관련 업무는 교육청으로 넘기고 대학 관련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승민 후보는 교육부가 교육 격차, 양극화 해소 등 교육 복지와 평생 학습 관련 업무에 집중하고, 미래교육위원회에서 중장기 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측은 교육미래위원회를 신설해 장기적 정책을 수립하고, 교육부는 집행과 관리 역할을 하도록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4년제 대학협의체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장호성, 대교협)도 교육부 폐지보다는 축소에 무게를 실었다. 대교협이 각 대선후보 캠프에 전달한 ‘대학 발전을 위한 정책건의’에는 대학 자율성 확보와 관련해 “교육부를 폐지하는 극단적인 안보다는 일상적인 정책 설계 및 집행 업무, 재정지원 운영 등으로 역할을 한정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제안이 담겼다.

다만 고등교육 부분의 장기 발전전략과 정책 설계 등을 담당할 고등교육위원회(가칭)와 같이 국가 수준의 연구를 지원하는 컨트롤타워로서 고등교육기관 간 역할체계를 조정할 합의제 독립기구를 설립하고, 고등교육 정책 거버넌스 체제 구축이 필요하며, 대학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육부에서는 폐지도 축소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식 부총리는 지난 13일 본지 주최 UCN 프레지던트 서밋에서 “정작 교육부가 교육지원처로 축소되거나 없어지면 대학을 챙기고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부부처는 없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 19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열린 한국교육학회 교육정책포럼 (사진=이연희 기자)

■교육학계는 '분풀이식 폐지 안 돼' 신중론= 교육학계에서는 교육행정체계 개편과 관련해 신중론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열린 한국교육학회 주최 교육정책포럼에서 교육부 폐지보다는 기능 조정에 초점을 맞춘 정부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수(교육학)는 “교육부 폐지와 기능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선후보들이 정작 내세운 교육공약들을 살펴보면 교육제도 근간을 혁신하는 구조개혁 과제들이 다수”라면서 “그렇다면 오히려 교육정책을 수행하는 조직은 확대돼야 함에도 축소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교육정책이 자주 변경되고 이념 갈등에 휩싸인 것은 정부 실패에서 기인한 대표적 사례”라면서 교육부 기능 재설계 및 조직개편에서 고려해야 할 가장 큰 원칙은 과도한 국가 주도 교육에서 탈피해 교육 당사자인 대학과 단위학교들의 자율적 결정권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일환 대구가톨릭대 교수(교육학)는 오히려 산재한 교육인적자원개발(HRD) 기능을 통합하는 방식의 개편으로 교육부 확대안을 제안했다. 정일환 교수는 △학생선발 △교육과정 등 학사 운영 △거버넌스 체제 △재정 운영 △유학생 선발 및 교육 등 대학교육 관련 업무는 대학과 대학협의체에 전폭적으로 이양하고, 새로운 교육행정체제는 △전문인재 양성 △평생교육 분야 △직업교육 분야 △국제화 영역 등에 집중하는 식의 권한을 재배분해 교육격차 해소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신현석 고려대 교수(교육학)는 “교육부가 폐지되면 한국 교육이 좋아질 것이라는 여론의 반어적 비판에 관료들이 주목하고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면서 “교육부가 조직 비전과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면 원인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BOX]국가(미래)교육위원회 어떤 모습일까

각 대선후보들이 내세운 국가(미래)교육위원회의 형태와 위상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 장기적인 교육 철학을 제시할 것인지, 정책 의결 권한까지 가질 수 있을지, 누가 위원으로 참여할지 등에 대해 교육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수는 국가교육위원회 형태를 연구해 4가지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첫 번째는 대통령 자문기구 형태다. 중앙행정기관에서 담당하기 어려운 중장기 교육개혁 방안을 수립하거나 교육 갈등 해소, 사회적 합의를 유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현재 헌법에서 보장하는 자문기구는 △국가원로자문회의(사문화) △국가안전보장회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국민경제자문회의이며, 대통령 직속으로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등이 있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는 국민대통합위원회, 통일준비위원회, 지역발전위원회 등이 있다. 대통령령인 '교육개혁위원회 규정'에 따라 1994년 발족해 5ㆍ31교육개혁을 단행한 '교육개혁위원회'가 대표적인 예다.

두 번째는 방송통신위원회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과 같은 ‘합의제 행정기구’ 형태다. 별도 법률에 의한 합의제 행정기구로 대통령 권한 안에 있다. 교육부는 국가(미래)교육위원회 사무 처리 조직으로 기능이 축소된다. 다만 이 형태는 비(非)전형성과 중립성이 핵심인데, 교육분야는 행정 대상이 전 국민적 수준으로 광범위하고 전형적인 업무가 다수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는 게 김경회 교수의 의견이다.

합의제 집행기관으로서 교육정책 의결권만 갖고 사무집행 권한이 없는 위원회 형태도 있다. 그러나 이 형태의 경우 업무 중복 문제가 발생해 행정 비능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독립적 국가기구 형태다.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이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 등 국가기관과 대표성 갖는 사회단체들이 위원 지명권을 행사한다. 초정파성을 띠고 있지만, 김경회 교수는 “입법과 행정, 사법 3권을 벗어나는 제4부로서 헌법상 정부부처를 관할한다는 점에서 위헌 여부 시비가 있어 입법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회 교수는 이 중 대통령 자문기구 형태가 가장 적절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교육현안에 매몰되지 않고 중장기 비전을 갖고 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위원의 대표성과 전문성을 고려하고, 여야 추천을 받아 균형 있게 선임 구성해야 한다고 봤다. 법령에 근거하고, 대통령의 관심과 지원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앞서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법률기구인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기구로 설립하고, 장기적으로 헌법을 개정해 국가교육원으로 확대하는 안을 제안한 바 있다.

교육계 원로인 곽병선 인천대 석좌교수는 “교육정책은 초정파·초정권적으로 20~30년 앞을 내다보고 움직여야 하는 만큼 일관성을 갖도록 위원회를 꾸려야 한다”면서 “방송통신위원회나 국가인권위원회보다 더 높은 위상으로 설정해 교육정책 기본 방향을 설정하고, 관련 현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국론 형성 기능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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