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민달희 교수 연구팀 최초 개발

▲ 연구책임자 서울대 민달희 교수(왼쪽)와 1저자 김성찬 연구원.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전신에 피해를 입히던 기존 항암치료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되던 표적치료. 국내 연구팀이 치료에 쓰이는 화학물질과 신소재를 결합해 부작용을 줄이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생체에 해를 입히는 물질은 더 빠르게 분해되고, 치료효과는 그대로 가져가 암 치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은 민달희 서울대 교수 연구팀(사진)이 빛에 반응하는 화학물질인 ‘광감작제(Photosensitizer)’를 활용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기능성 2차원 광감작제-나노시트 복합체’를 최초로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광감작제를 이용한 암 치료방법인 광역동 치료는 앞서 1995년 미국FDA 승인을 받은 선택적 암세포 제거 방법이다. 빛을 이용해 암 세포가 생긴 국소 부위에 치료를 집중시키기 때문에 타 정상세포의 손상을 최소화한다. 폐암, 피부암, 소화기 및 후두암 등 내시경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의 암에 대해 주로 시술하며, 고령이나 건강상태가 나빠 큰 수술이 어려운 암 환자에게 활용된다. 이미 외국에서 일반화됐으며 도쿄대 의과대학 병원에서 해마다 700여 건 이상의 시술이 이뤄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광감작제의 특성상 따라오는 부작용은 이 치료방법의 골칫거리였다. 광역동 치료는 광감작제가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 에너지전달 기전을 거쳐 세포에 독성을 갖는 활성산소*를 만들어내 암세포를 제거하는 방법이다. 효율이 우수한 광감작제는 물에 잘 녹지 않는다. 또 치료 후 남아있는 광감작제가 햇빛과 반응하면 활성산소를 내놓아 다른 세포를 손상시킨다. 때문에 이 시술을 받은 환자는 한 달 이상 햇빛을 피해야 하는 등 여러 불편함이 따라왔다.

연구팀은 이산화망간 나노시트를 이용했다. 이산화망간은 세포내 특정 환경에서 분해돼 약물전달 및 바이오센서에 응용되는 물질이다. 이 시트를 활용하면 광감작제를 기존 치료법에 비해 10분의 1로 줄여 효율적으로 적재할 수 있다. 또 시트가 광감작제를 붙들어, 기존처럼 혈액 내에서 물질이 분리돼 생기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었다.

▲ 빛을 이용한 광감작제-나노시트 기반의 능동적 암세포 표적 광역동치료 모식도. 연구팀은 암세포에 과다 발현되어 있는 엽산 수용체에 특이적으로 결합하여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기능성 나노시트를 개발했다. 동물 실험 결과 효과적으로 암세포를 제거하면서 광감작제를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사진=미래창조과학부 제공)

암세포에는 통상 엽산을 받아들이는 단백질 통로인 엽산 수용체가 다른 세포에 비해 많이 나타난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엽산을 이산화망간 나노시트에 도포하고 광감작제를 실어 암세포 내부로 들여보낼 수 있었다. 종양 동물 모델을 활용한 실제 실험 결과, 암세포가 자기 생존 등을 위해 많이 만든 항산화물질 글루타치온(GSH)이 이산화망간 나노시트를 분해시켜 광감작제가 방출됐다. 여기에 빛을 쪼인 결과 암세포만 효과적으로 죽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생체에 부담을 줬던 광감각제는 최소화하고, 암세포 내에서 분해되므로 기존 치료법의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평가다. 연구책임자 민달희 교수는 “정상세포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만을 표적 치료하는 생체적합적인 2차원 나노시트를 개발한 것이다. 부작용이 적고 시술성공률이 높은 차세대 항암치료 기술로 발전시키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래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지원사업(개인‧집단)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응용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투디 머테리얼즈(2D Materials)에 지난 11일 게재됐다.

* 활성산소 : 화학적으로 불안정한 산소원자 또는 분자. 안정해지려 하는 과정에서 주변 물질과 산화-환원 반응을 일으켜 세포구조를 손상시킨다. 일반적으로 생체에서 발생해 항상성 유지와 신체대사 및 신호전달에 관여하나, 과량의 활성산소는 노화와 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