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 체크카드 재발급 수수료는 대부분 무료인데...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대학별로 학생증 카드 재발급 비용이 최대 12배까지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4년제 대학 40곳을 조사한 결과, 재발급 비용을 전혀 받지 않는 곳부터 1만2000원에 이르는 곳까지 다양했다. 

학생증 카드란 학생증과 체크카드가 결합한 형태로 학교와 카드사가 계약을 맺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강의 출결·도서관 출입 및 좌석 배정 등 학생증 기능과 금융 및 교통카드 등 체크카드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다기능 학생증’ ‘스마트카드 학생증’ ‘학생증 체크카드’ 등 명칭은 제각각이지만 기능은 같다.

서울 소재 40개 대학 중 36개 대학이 이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학교 건물 출입, 어학시험 할인 혜택 등에 사용돼 학생들의 이용률 역시 높다. 건국대는 학생 전원이 학생증 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동국대는 학생 9000여 명이 학생증 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이 중 10명에 1명꼴로 재발급을 받았다. 이화여대는 작년 기준 7500여 명이 신규 발급했고 5300여 명이 재발급을 받았다. 

■ 0원부터 1만2000원까지···비용 격차 극심= 문제는 학교별로 학생증 카드 재발급 비용 격차가 크다는 점이다. 가장 높은 재발급 비용은 1만2000원이었다. 반면 무료로 재발급 서비스를 해주는 학교도 있었다. 가장 낮은 재발급 비용은 1000원으로 가장 높은 곳과 비교하면 12배 차이였다. 

구간별로 비교하면 재발급 비용 ‘1만원 이상’과 ‘6000~9000원’인 학교는 각각 5곳, 8곳으로 총 35%를 차지했다. 가장 보편적인 재발급 비용은 5000원으로 7개 학교에서 책정했다. ‘1000~3000원’인 곳은 6곳으로 16%를 차지했다. 재발급 비용이 ‘0원’인 곳은 총 10곳으로 27%였다. 

한 학교 관계자는 수수료가 1만원이 넘는 곳도 있다는 말에 “믿을 수 없다. 서울에 그런 대학이 있느냐”며 놀라는 눈치였다.

또 같은 카드사와 계약했는데도 학교별로 재발급 비용이 다르다는 점을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가장 많은 학교와 계약을 맺은 우리카드에서 가격 격차가 두드러졌다. 우리카드를 이용하는 KC대·상명대는 무료였지만, 서울여대·숭실대·한국외대·한국체대는 1만원 이상이었다. 가장 높은 수수료는 1만2000원으로 가장 낮은 수수료(2000원)보다 1만원 더 비쌌다. 

신한카드 이용 대학의 경우 재발급 수수료가 무료에서 5000원으로, 하나카드 이용 대학은 5000~7000원으로 다양했다.

이화여대 김채은(국제3)씨는 “다른 학교도 당연히 5000원 아닌가”라며 “학교마다 수수료가 다를 것이라곤 생각도 못 했다”고 답했다. 함께 있던 황윤지(국제2)씨도 “무료인 곳도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 재발급 수수료가 비싸게 느껴진다”며 놀라워했다. 

학교와 은행 측은 재발급 시 필요한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학생증 재발급 수수료는 제조단가와 업무단가, 카드단가에 의해 책정된다. 제조단가는 △재발급 시 소모품 비용 △프로그램 관리 및 프로세싱 비용 △기계 감가상각비 등으로 구성된다. 업무단가는 특정 시간 동안 해당 업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투입된 인력 비용을 말한다. 

■ “학교 역량 따라 수수료 액수 책정돼”= 제반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재발급 비용이 무료인 곳이 있는데, 이는 학교와 은행이 체결한 협약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어느 카드사와 협약을 맺었는지, 협약 조건이 무엇인지에 따라 액수가 달라진다. 즉, 학교의 재량에 따라 학생들 부담정도가 좌우된다는 것이다.

우리카드의 경우 카드사가 단가를 부담하고 수수료 수입도 가져간다. 수수료 책정 액수는 학교와 협약할 때 정해진다. 학교의 협상력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숭실대 관계자는 “수수료 책정은 은행이 요청하는 것이다”며 “은행과 학교마다 관계가 다르고 어떤 협약이 오갔는지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답변했다. 우리은행 측에 협약 내용을 문의했으나 “업무비밀이라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반면 신한카드의 경우 100% 학교 뜻에 따라 수수료가 결정됐다. 신한카드사 관계자는 “체크카드 단가는 카드사에서 부담한다”며 “우리는 학생증 카드의 경우 신규 발급이든 재발급이든 따로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했다. 학교가 자체적으로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뜻이다.

신한카드와 거래 중인 숙명여대는 “학생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수수료 비용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답했다. 한양대는 “카드 단가는 카드사가 지원하지만, 인건비·소모품비 등 나머지는 학교가 전부 부담하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수수료를 책정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대부분 시중은행에서 체크카드 재발급 비용은 무료다. 비용을 내는 곳도 최대 2000원으로 책정돼 있다. 이런 점에서 학생들에게 수수료 부담을 전가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재발급 비용이 제각각이었던 우리·신한·하나카드사는 일반 체크카드의 재발급 비용을 요구하지 않았다.

건국대 최수정(영문2)씨는 “학생에게 5000원은 적은 액수가 아니다”며 “아깝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고 말했다. 숭실대 관계자 역시 “재발급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며 찾아와서 항의하는 학생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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