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권석 동강대학 기획팀장

오랜만에 고향 완도의 조그마한 섬을 다녀왔다. 많이 변해 있었다. 젊은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노인들만이 을씨년스럽게 고향을 지키고 있었다. 내가 그곳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만해도 1개 면에 21개 마을이 있었고, 3개 초등학교가 있을 정도로 제법 사람들이 많이 살았던 섬이다. 십 수 년이 지난 지금은 섬의 동부와 서부의 초등학교가 폐교되고 면 소재지에만 겨우 초등학교 하나만 남아 한 학급만이 유지되고 있었다.

지난 3월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올해 1925년 이후 처음으로 신생아 수가 30만명대로 줄어들고, 연말쯤이면 65세 이상 고령층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 한국이 ‘고령사회’로 진입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노인국가인 일본보다도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생산 가능 인구(15~64세)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전문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숫자도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대학도 언젠가는 내 고향 마을의 초등학교처럼 하나씩 문을 닫고 교육을 계속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불안한 생각이 스쳐간다.

이처럼 인구 감소가 본격화하자 정부는 지난 2013년 6월 전문대학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전문대학의 발전과 지속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지만, 전문대학의 정체성과 독자성을 확보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또한, 학령인구 감소로 최근 정부는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앞세워 2023년까지 대학 입학정원 16만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정부의 특성화전문대학 육성사업이나 대학구조개혁평가를 통해서 단순히 대학의 재정을 지원하고 대학정원을 감축하여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전문대학이 처한 현실에 비춰볼 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변화하는 사회에서 지속적인 직업교육을 통한 산업인력의 확보는 국가적 과제다. 이미 유럽에서는 거의 모든 직업교육기관의 교육 비용은 국가가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자본주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에서도 거의 등록금을 받지 않거나 매우 저렴하다. 그 이유는 직업교육의 공교육화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국가의 책임이며,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력 양성을 통해 인구절벽시대와 고령화 사회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에서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게 전문대학을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육성할 의지를 갖고 전문대학 교육을 정부가 직접 책임지는 형태를 고려해 볼 때다. 그렇게 함으로써 전문대학은 전문대학 고유의 특성화된 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국가산업 발전에 보다 더 기여하게 될 것이다. 전문대학의 교직원 인건비와 실험실습 기자재 및 장학금 확대 등 국고를 직접 사용해 정부가 직업교육을 책임질 경우, 전문대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변화될 수 있고, 학벌중심사회가 낳은 폐해를 최소화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학벌과 학력에 따른 사회적 차별도 해소할 수 있어, 보다 평등하고 민주적인 복지국가로 한 걸음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