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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시론
[시론] 정치의 새봄을 맞으며 총장께 바란다황은성(본지 논설위원 /서울시립대 교수·생명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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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30  17:5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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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가 정유라 부정입학으로 한참 곤욕을 치르는 것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정유라가 대한민국 모든 대학에 지원했다면, 합격하지 않은 대학이 얼마나 있었을까? 만일 정유라가 우리 대학에 지원하고 그 면접심사를 내가 맡았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총장이 면접심사를 맡은 나에게 “우리 대학에 득이 될 일이니 협조하라”고 설득해 오면 과연 나는 “공정하지 않으니 따르지 않겠다” 하고 뿌리쳤을까? “우리 대학에 떡고물이 떨어질 거라는데 유난스레 굴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대학이 사회 지도층이기는커녕 이득만을 좇는 이기적 집단이라는 비난은 이미 우리 사회 저변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정부와 정치만의 적폐를 비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는 지금이 우리 대학들이 오랜 적폐들의 청소를 시작하는 적기다.

적폐의 첫 번째로 끊임없이 매스컴을 달구는 연구부정에 대한 태도 문제를 들겠다.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한다. 첫째,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 학위논문들에서 두드러지게 발생하는 표절 문제다. 거짓과 부정을 한 이들에게 일차적 잘못이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대학과 교수들의 잘못된 관행에 있다. 논문표절 예방을 위해서 더 치밀한 감독과 연구지도가 이뤄져야 한다. 학생이 스스로 논문을 쓰지 않은 것을 교수가 알아채는 일은 결코 어렵지 않다. 따라서 표절 논문이 나오는데 대한 비난의 절반 이상은 지도교수와 논문심사위원에게 가야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왜 충실한 연구를 기대할 수 없는 사람들이 학위과정을 등록해야 하는가다. 주경야독이라는 말은 옛말이다. ‘주경’하는 일만 잘해도 실력과 업적을 인정받는 사회를 만드는데 대학이 진작 나섰어야 한다. 또 ‘최고지도자과정’이라는 대학원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많은 대학 웹페이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문구인 ‘분야 지도자들의 만남과 교류의 장’. 소위 사교의 장을 대학이 왜 제공하는가?

두 번째 이슈는 대학 내 연구윤리와 교원윤리를 위반한 사례들이 조용히 덮이고 있는 문제다. 2014년 연구재단이 발표한 ‘국내 연구윤리 활동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연구부정행위 전체 발생 건수는 30건이었다. 그러나 필자 경험에 의하면 서울 어느 한 대학에서 작년 한 해 발생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만 해도 11건이다. ‘공개 사과’라는 징계가 내려졌음에도 대학구성원들 아무도 그 사건이 있었던 것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다. 부적절한 일을 범했다면 이에 대해 징계를 내리고, 그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 ‘잘못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교훈을 남겨서 재발을 막아야 한다. 그 어떤 변명도 ‘교육’이라는 명제 앞에서 당당할 수 없다.

정유라 사태 이전에 이대에서는 ‘평생교육 단과대 설립’에 반발해서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매스컴에서 지적했던 대로 교육 질적 발전보다는 교육부 지원금에 대한 욕심 때문에 초래된 일이었다. 그런데 학생 시위가 더 크게 폭발했던 것은 총장이 경찰을 동원해 학생들을 강제해산시켰기 때문이라고 한다. 학생이 대학 존재 이유임을 망각하고 면피용 행정 편의주의에서 야기된 문제다. 오래전 군사정권이 캠퍼스에서 제자들을 트럭과 버스로 잡아갈 때 당시 교수들은 몸으로 이를 막았다. 대학에서는 법규가 아닌 인간과 실질이 우선해서 사는 방식을 가르쳐야 한다.

마지막은 적폐이다. 교수들의 하루 일과는 이공계, 인문사회계 할 것 없이 강의와 논문으로 채워진다. 다른 사람들과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고 해결책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여유가 없다. 교수로 생활한 시간이 꽤 되다보니 지금까지 필자가 발표한 논문들이 과연 내가 바친 시간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회한이 들기 시작한다. 국민이 교수라는 직업인을 수용하고 그들을 지원해 주는 것은 영양가 없는 논문 수십편 만들어내는 일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비록 교육부와 연구재단이 대학과 교수들을 논문실적으로 줄 세우는 현실이라도 총장의 첫 번째 임무는 대학과 교수들이 사회에 도움 되는 일을 하는 집단이 되도록 드라이브하는 것이어야 한다. 새 정부에 대한 설렘과 더불어 우리 대학도 새봄의 청소를 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부탁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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