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컨설턴트 박우식

최근 졸업 요건으로 토익 성적을 요구하는 대학이 많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졸업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토익 점수를 취득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하는 우리 기업의 현실과 무역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의 특성상 영어 구사능력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토익 성적과 실제 회화능력은 비례하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직무에서 영어회화 능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필자는 토익 성적을 졸업 요건으로 일률적으로 요구하지 말고 창업 교과목을 필수적으로 이수하게 하고 학점 인정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실제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최근 주요 대기업 자소서 항목을 분석해 보면 어김없이 나오는 항목이 직무와 관련된 구체적인 경험과 직무 지원동기 및 포부, 비전에 대한 질문이다. 지원 직무에 대한 현장감 있는 이해와 깊이 있는 분석이 기반이 되지 않으면 겉도는 얘기로 끝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많은 취준생의 자기소개서를 검토하고 조언을 해주고 있지만 아직 학생들의 기업과 직무에 대한 이해도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창업을 통해 기업을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 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4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대학 2학년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젊은 남녀 학생이 사업 제휴를 하자고 나에게 연락한 적이 있다. 필자도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고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만났다. 이 학생들은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위해서 학교도 휴학한 상황이었다. 어린 나이지만 그 열정에 존경심이 생겼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더놀란건 학생들이지만 시장을 보는 통찰력이 웬만한 대기업의 대리, 과장급은 충분히 돼 보일 정도였다. 오히려 나름 준비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고 사업을 시작한 내 자신이 머쓱해질 정도였다.

사업 제휴까진 이어지지 않았지만 난 그때의 인연으로 그들의 비즈니스를 관심 있게 주시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들은 작은 성취와 실패를 반복해 오면서 꾸준히 진화해 나가고 있었다. 최근에는 비즈니스 모델이 상당히 고도화되고 정교화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필자는 그때 이후로 청년 창업에 대한 2가지 생각을 갖게 됐다. 첫째는 창업을 하려면 빨리 시작하라는 것과 둘째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지 상관없이 창업 경험을 한번쯤은 해보라는 것이다. 물론 재미삼아 창업을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겠지만 실패를 통해서도 얻는 것이 크다고 믿는다. 창업을 통해서 실제 소비자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게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느껴보고 자신이 기획하고 소통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을 통해서 경제시스템의 작동 원리와 기업, 직무에 대한 이해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정부에서 청년 창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미디어에서도 청년창업 성공스토리에 관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취업에서도 창업 경험이 또 하나의 스펙이 된다는 얘기들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창업에 도전하고 실행해 볼 수 있는 환경은 조성돼 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대학에서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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