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억 (본지 논설위원/ 세종대 교학·행정부총장)

대학은 현재 유례없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대학구조개혁평가, 등록금 동결이 그것이다. 2017학년도 현재 학령인구는 약 52만명으로 전국 대학 입학정원인 약 51만명에 근접한 상황이며, 향후에도 학령인구가 급감해 2020년에는 47만명, 2023년에는 40만명으로 감소하게 된다. 지방대학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다.

교육부는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실시하기 위해 지난 2015년 1주기 평가에 이어 2018년 2주기 평가를 계획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대비하기 위한 교수 충원으로 인건비 증가, 장학금 증액 등 재정적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구체적으로 전임교원 확보율은 전국 4년제 대학 기준으로 2012년 평균 68.8%에서 2016년은 73.3%로 4.5% 증가했다. 이를 위해 전국 대학 총 인건비는 매년 약 2200억원 추가 투입되고 있다. 교비로 지급된 장학금은  2015년에 2012년 대비 약 2%증가해 전국 대학 총 장학금이 매년 약 2000억원 추가 투입되고 있다.

한편 정치권에서 촉발된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대학은 2012년부터 6년째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칙을 도외시한 정책이다. 동 기간 물가상승률은 8.5%, 공무원 임금 상승률은 18.3%로 이를 고려할 때 전혀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정책이다. 교육비 및 대학 교직원 임금 수 분석 등 경제적 분석을 통해 논리적이며 합리적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라 일부 정치인의 발언에서 촉발된 정치논리에 근거한 것이 문제다. 정치는 정치로, 경제는 경제로 풀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상황이 안타깝다.

이러한 대학 재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교육의 부실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피해로 귀결될 것이 우려된다. 대학 재정이 파탄나기 전, 이제는 등록금 인상을 허용해야 한다.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 사업의 경우 국가장학금 II 유형과 연계함으로써 등록금의 동결을 유도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재정지원사업 예산으로 대학에서 기존에 지출하고 있는 예산을 쓸 수 없게 함으로써 어려운 대학 재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재정지원사업의 50% 정도까지는 기존 대학 예산을 대체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학 재정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정부정지원 사업에서는 전국을 5대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대학 수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동일한 대학 수를 선정하고 있다. 권역별 4년제 대학 수를 살펴보면 수도권 72개교, 대경/강원권 32개교, 동남권 23개교, 충청권 39개교, 호남/제주권 31개교이다. 수도권 대학 수는 다른 권역 대학 수의 2~3배에 달하는 반면 사업 선정 수는 권역에 상관없이 동일하다. 이것은 수도권 대학에 대한 역차별이다. 수도권 대학은 다른 권역 대비 훨씬 치열한 경쟁를 치러야 하는 반면 선정률은 2~3배 낮은 문제가 있다. 이런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권역별 대학 수에 비례해 대학을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전국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성공 여부는 창의성에 달려있다. 교육부는 대학에서 창의적인 교육을 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은 획일적인 구조개혁평가, 재정지원평가 및 등록금 동결의 환경에 놓여 있다. 과연 대한민국의 대학은 창의적인 인재를 키워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지금 우리 대학에 필요한 것은 자율이다. 대학은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에 몰두해야 하고, 정부는 대학의 자율성을 어떻게 부여할 수 있을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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