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아 / 용인대 학생생활상담센터 전임상담원

혼란의 정류장에 덩그러니 놓인 사람들이 있다. 무언가 방향을 잃었다. 목적지로 안내할 차들은 오지 않고 버스 도착을 알리는 전광판은 전산망 오류로 먹통이 된 지 오래다. 고장이 난 지 알면서도 고개를 올려 ‘시스템 오류’의 깜박이는 붉은 글씨를 다시 확인한다. 깊은 한숨이 난다. 도로까지 목을 쭉 내민다. 내가 타야 할 버스는 오긴 오는 걸까.

마치 우리의 삶과 같다. 나는 제시간에 삶의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을까? 가야 할 길은 어디일까? 지금 탈 버스가 늦는다면 나는 어느 역에서 환승을 해야 하는 것일까? 대학에 와서 미래를 그리지만 대학생활은 그저 혼란스럽게 머물다 가는 정류장일 뿐이다. 나는 목적지를 제대로 결정하기는 한 것일까. 도무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최신 교통정보까지 반영되는 내비게이션을 장착한 자동차를 탔거나 또 누군가는 손을 뻗어 닿을 수도 없는 곳의 인공위성 신호까지 잡아 이미 갈 길을 완수해 편하게 쉬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내가 어디를 가려고 했는지 그 목적지까지도 잊을 지경이다. 최근 ‘대2병’이라는 말은 이러한 대학생활의 현실을 반영하기도 한다. 대2병은 대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다 답을 찾지 못해 결국 휴학을 하거나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보이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자, 그럼 이런 때일수록 삶의 기술을 높여보자. 어떤 대학생활을 해야 하는가. 심리학에서 사회의 역할을 강조하며 자신의 이론을 개인심리학이라고 명명한, 아들러(Adler)라는 학자가 있다. 아들러는 최근 한국에서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한 개인의 삶의 모든 방향이 개인적인 이익보다는 사회에 유용한 방식으로 향해야 한다고 보았다.

나는 지금 대학에 와서 길을 잃었다. 혼란스럽다. 겁도 난다. 그렇다. 그러니 먼저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여 보자.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할 때 즐거운가. 또 그 일이 내가 속한 사회에 어떤 형태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까. 그리고 주변을 돌아본다. 미운 사람, 부러운 사람, 꼴 보기 싫은 사람. 다양하다. 더 깊이 살펴보면 당황해 두려움에 떠는 사람, 화가 난 사람도 보인다. 그곳에서 유독 내가 관심이 가는 사람들을 찾는다. 세심하게 관찰한다.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나눈다.

인간의 긍정적인 정신건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방향들이 논의돼 왔지만, 아들러는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사회적으로 더 유용한 삶을 산다고 보았다. 이제 내가 선택해 연습할 앞으로의 삶의 방법을 고민해보자.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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