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그런 게 있었어요? 몰랐네요. 적극 검토해볼게요. 앞으로도 전문대학과 관련된 사안들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전문대학 사안에 대한 국회 취재를 하다보면 종종 듣는 말이다. 예기치 않은 감사의 말은 덤이다. 몰랐던 부분인데 알려줘서 감사하다는 거다. 문제점을 지적하려고 걸었던 전화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에게도 물었다. 대학생 가운데 35%가 전문대학생인 것을 아느냐고, 10명 중 3~4명이 전문대학생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데 왜 대학생 관련 현안들을 들여다보면 죄다 일반대학생 중심이냐고 말이다. 열정페이 등으로 논란이 됐던 현장실습은 오히려 전문대학에서 더 많이 하고 있는 실정인 걸 아느냐고도 물었다. 그러자 그에게서 돌아온 답변은 이랬다. 전문대학에 대한 관심은 많은데 도대체 어떤 창구를 통해 소통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다.

최근 본지에서 장미대선을 앞두고 각 당 대선주자 캠프에 고등교육 현안과 관련된 질의서를 보냈다. 여기에는 고등직업교육과 평생교육 부분도 포함됐다. 돌아온 답변서에는 전문대학가에서 요구해왔던 정책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중 일부는 적극 검토해보겠다는 단서가 붙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아쉬움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대개의 공약이 전문대학가에서 제안했던 내용들로 그리 새롭지 않고, 더 발전할 게 없다는 것이다. 한 전문대학 총장은 “대선후보자들 공약에서 직업교육, 전문대학에 대한 부분이 빠져 있는 것 같아 아쉽다”며 “어느 후보가 대통령이 됐을 때 직업교육을 좀 더 내실 있게 발전시킬지 확신을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난 2월 20일과 4월 20일 두 차례에 걸친 ‘고등직업교육 정책 대토론회’가 없었다면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이 또한 전문대학 보직교수들을 중심으로 한 ‘한국고등직업교육혁신운동본부 2기’가 10여 년 만에 재출범해 차기 정부의 교육정책에 고등직업교육 현안을 담아내기 위한 정책 연구를 수행했기 때문에 가능한 성과였다.

지즉위진간(知則爲眞看).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대선주자들은 물론 국회와 시민단체들의 전문대학을 포함한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무관심은 사실 무지에서 비롯됐다. 그간 이에 대한 정책연구가 부재했던 것도 한몫했다.

언젠가 한 직업 관련 연구기관의 연구원이 토론회 패널로 참가해 한 말이 떠오른다. “우리가 고등교육이라 얘기할 때는 일반대학을, 직업교육을 얘기할 때는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를 중심으로 한다. 사실상 고등교육학자라지만 전문대학은 처음 들여다보는 연구영역 중 하나다.”

이제 시작이다.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정책 연구를 할 수 있는 통로가 더욱 다양해지고 활발해지길 바란다. 이를 통해 국회, 시민단체 등 사회의 관심이 전문대학을 포함한 고등직업교육으로 향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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