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KIST 책임연구원, 바이오 분야 융합기술과 대학교육 방향 제시

▲ 유명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어떤 지식과 기술을 가진 인재가 필요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할 수 있고 숙련된 핵심 지식을 빠르게 체화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2일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열린 본지 주최 UCN 프레지던트 서밋 4차 콘퍼런스에서 유명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전 청와대 미래전략기획관)은 ‘4차 산업혁명과 대학교육 : 바이오’를 주제로 발제를 맡아, 제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대학은 혁신의 허브로서 숙련된 핵심 지식과 기업가 정신을 갖춘 창의적 인재를 양성해야 하며, 토론학습과 프로젝트 학습 등이 더 필요하고, 글로벌화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명희 책임연구원은 “AI와 로봇, IOT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이용해 무엇을 할 것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미 제조업은 곳곳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입장이다. 사람에게 효용이 있어야 하고 가치가 있어야 한다. 무조건 모든 분야에 다 집중할 수 있는지, 국가경쟁력 측면에서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분야가 있는지, 뒤떨어지는지, 또 소비자(국민)의 요구가 높은 분야는 무엇인지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매일경제가 선정한 ‘50년 후 10대 미래기술’ 조사를 언급하며 뇌과학을 비롯해 인공지능, 유전자가위, 합성생물학 등 50%가 바이오헬스 관련 분야라는 점을 지적했다. 구글과 애플, IBM 등 IT기업을 비롯해 뒤퐁(DuPont), BASF 등 화학 기업도 바이오 사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고, 일본의 후지필름도 매출 40%가 바이오 관련 사업이라며 이미 다수의 기업이 바이오 기술에 뛰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은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개념을 정리했다. 헬스케어에서 혁신 분야는 △정밀의학 △디지털 헬스케어 △휴먼플러스라고 설명하며, 혁신의 키워드로 융합과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제시했다.

유명희 책임연구원은 각 개인의 유전자 정보에 따라 약물 투여나 반응 등이 달라진다는 점을 특별 사례로 들며 정밀의학 분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비정밀 의학(Imprecision Medicine) 특정 약물에 대한 대사 속도는 유전체 정보를 통해 예측 가능하지만, 정보가 없으면 치명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그에 반해 정밀 의학은 유전체 연구를 기반으로 정확한 유전체 정보가 있다면 맞춤의학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그 연장선에 있는 디지털(IOT) 헬스케어 분야에 대해서도 추가 설명을 이어나갔다. 전통적인 치료 시스템 밖에서 진단과 치료를 도와주는 실질적인 데이터를 생산하고, 그 과정에서 의료비용을 줄이는 플랫폼(기기)이 구축된다면, ICT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시간과 장소의 한계를 극복하고, 개인의 건강상태를 측정․관리․진단하거나 이를 기반으로 개인맞춤형 건강관리 및 의료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병원에서 단순히 인터넷에 연결해 사용하는 기존의 기기 △일반적인 웰니스/피트니스 앱 △소비자 웨어러블 △IT 솔루션 △데이터 분석 플랫폼 등은 좁은 의미의 IOT 헬스케어에서 제외된다고도 강조했다.

가격은 높고, 접근성은 낮은 현재 고도의 바이오기술의 한계를 타파하고, 디지털 케어는 낮은 가격으로 높은 기술력과 접근성을 가능케 하는 데에는 디지털 케어가 융합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유명희 책임연구원은 지금의 개인 의학정보는 병이 난 다음의 정보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데 반해, 미리 유전자 정보 등의 데이터가 축적되면 의료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른바 ‘3차 예방’을 통해 비용과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유방암 수술 후 항암치료가 필요한 환자와 필요하지 않은 환자를 분류할 수 있는 식이다.

메드트로닉과 IBM왓슨이 힘을 합쳐 평소 혈당 데이터 분석을 통한 저혈당 예측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과 같이, 결국 이를 위해 일상생활에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이 중요해졌다고 봤다.

나아가 딥러닝(Big Data, AI)을 바이오 의료에 적용하는 방안도 소개했다. 유전체 정보(Precision Medicine)를 비롯해 환경과 식사, 라이프스타일 데이터 등 생활 기록(life log)을 기반 자료로 삼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봤다.

유명희 책임연구원은 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인공장기 바이오기술 회사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United Therapeutics)의 CEO 마틴 로스블랫(Martine Rothblatt)의 비전을 소개했다.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할 때 면역 거부 반응이 커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면역반응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사람의 것으로 바꿔 성공했다. 사람의 유전자를 결국 자가줄기세포를 배양해 적용한다면 면역 거부 반응이 줄어들기 때문에,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융합연구의 진수로,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 Agency)가 투자하는 뇌연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핵심기술은 말초신경(peripheral nerve)을 정확히 자극해 뇌의 가소성(plasticity)을 이용한 학습능력을 증진시키고, 기억력은 물론 외국어 암기 실력을 증진시키는 기술인 TNT(Targeted Neuroplasticity Training) 프로그램을 예로 들었다. TNT는 손실된 기능을 회복할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기능을 증가시키는 것이 목표로, 관련 융합 분야로 △인지 신경 과학 △신경 소성 △전기 생리학 △시스템 신경 생리학 △생체 공학 △인간 수행 △컴퓨터 모델링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국내 바이오산업이 헬스케어에 집중되는 경향에 대해서는 국내 시장이 좁다는 점을 지적하고,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식물성 마요네즈, 햄버거 고기, 식물성 단백질로 만드는 가죽을 예로 제시하면서 식품 등 다른 산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유명희 책임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전략 방향에 대해서는 기업은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미충족 수요를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 R&D 지원 역시 고위험, 고가치(High risk-High return) 연구로 가야 하며, 정부는 R&D 인프라나 규제 개편, 수요 활성화를 위한 신산업 정책, 수출 전략 연계 등 생태계 조성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술 발전의 가속화와 산업의 빅뱅 파괴 시대에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 양성 정책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라면서 국정 기조를 ‘창의적 인재 양성’으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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