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수 가천대 교수(바이오나노학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바이오테크놀로지 분야와 관련돼 앞으로 어떠한 기술과 교육이 미래에 전개될지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반드시 다가올 4차 산업시대의 변화에 대비해야 하는 과학자의 한사람으로서 또 후학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부담을 갖고 몇 자 적어보려 한다.

오늘날의 과학은 각 분야의 과학자 및 연구기관이 3년에서 10년의 장기적 연구를 기획하고, 그 계획에 따라 달성한 업적을 논문과 특허, 기술이전 또는 창업 등으로 사회에 기여해온 것이 기존의 형태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기존의 형태로 이뤄질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구조와 체계로 발전될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논쟁은 뜨겁다.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측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은 이유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속도로 과학이 발전하는 현실과,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4차 산업혁명의 불확실성에 대한 수많은 예측에서 오는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곧 다가올 미래에 조금이나마 준비된 인류로 잘 적응하고, 더 낳은 인간으로서의 삶을 영유하고자 하는 욕구라 생각된다.

이러한 사고의 근거는 1차·2차·3차 산업혁명을 통해 기술이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시켰다는 역사적 경험에 근거한다. 4차 산업혁명 역시 우리에게 더 좋은 삶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희망과 막연한 믿음이 우리 안에 있다. 그러기에 이러한 믿음을 현실화하는 구체적인 작업이 중요할 것이다. 또 후학들에게 이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함께 고민해가는 것은 과학자와 기성세대의 의무가 아닌가 싶다.

바이오테크놀로지분야는 방대한 4차 산업혁명의 한 부분이다. 바이오테크놀로지의 발전은 현재진행형으로 수많은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융합돼, 그 방대함은 가히 놀라울 정도다. 앞으로 전 세계의 모든 과학적 연구는 산업과 융합하며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연구소나 의료센터 및 대학연구소에서 각각 진행되는 연구들은 이미 공동연구의 형태로 융합되어지고 기업으로 이전돼 우리 삶으로 들어와 있다. 필자가 속한 가천대에서도 길병원이 지난해 말 한국 대학병원 처음으로 암치료를 위해 IBM 암치료 AI 왓슨 온콜로지를 도입하고, 마이크로소프트사와 공동연구를 통해 한국형 AI 진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이것은 의료기술과 IT 기술력의 융합이라고 볼 수 있다. 각 질병의 자료를 빅데이터화해 공유하는 혁신은 의료 발전에 중요한 의미를 가질 뿐 아니라 치료를 넘어 예방의학으로 확대되며 그 영역이 넓어질 것이다. IBM AI 왓슨과 특정 질병 환자의 빅데이터 및 지노믹스와의 접목으로 환자의 질병상태 및 진행상황을 실시간 분석, 평가하여 맞춤형치료가 가능하도록 만들 것이다.

이 의학적 기술은 통계적인 자료를 활용해 예방의학의 영역, 주요 질환의 진단과 연구에 대한 빅데이터 구축을 통해 질병 예방을 위한 시스템으로 만들고 우리의 삶에 미래의료 혜택을 가져다줄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여러 이슈와 윤리 문제 등의 과제가 남아 있지만, 궁극적으로 미래의료의 방향 즉 치료보다 앞선 예방치료로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대학은 교육현장을 어떻게 준비하고 변화시켜야 할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바이오테크놀로지의 교육은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전통적인 교육 시스템에서 기초과학의 이론적 토대는 유지되고 장기적인 연구목적을 갖고 투자 및 발전하면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교육 단계가 반드시 이뤄져야한다. 실질적인 실험 및 산업현장 기술이 교육에 접목 채택돼야 하고, 이에 따른 현장교육의 시스템이 준비돼야 할 것이다. 대학교육은 인간의 자기실현과 일자리의 교량적 역할을 해야 한다.

수많은 기술 발전과 도입에도 불구하고 100년 넘도록 대학교육 현장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대다수의 대학교육은 전통적인 방법에 따라 학생들로 가득 찬 교실에서 교수의 일방적인 지식전달 형식으로 이뤄져왔다. 놀라운 기술의 발전에 비해 교육의 형태는 변화를 겪지 못했다. 그러면 4차 산업혁명에서 대학교육은 무엇일까. 이곳에서 공간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얼마 전 AR과 VR을 교육에 접목한 미래학자의 사례가 방영 된 적이 있다. 상상해보자. 교수도 학생도 VR 속의 가상 강의실에서 만나 브레인스토밍이 이뤄지고 기본적인 지식이 전달되며 가설의 실험실에 들어간다. 로봇을 사용한 대리 실험 결과를 가지고 다음 수업에서는 결과를 토대로 토론과 산업화 적용이 어떻게 진행 될 것인지 빅데이터를 통해 확인하고 다음의 연구를 위한 새로운 가설을 다시 세우며 토론하고 확인한다. 그것이 다음 대학교육의 강의실 풍경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전단계인 케이무크 교육을 알아보자. 교수의 강의가 특정 대학에만 한정되지 않고 원격강의로 다양한 학생과 연구자가 참여한다. 많은 정보를 배울 수 있어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다. 학교의 경계와 공간을 뛰어넘어 세계에 다른 생각을 가진 학생과 공부하는 것이다. 캠퍼스의 경계가 사라진 좋은 예시다.

우리가 예측한 미래엔 과학자와 과학윤리학자, 과학법조인, 미래과학 마케팅전문가 등 우리가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전문직이 새롭게 창출될 것이다. 이것이 대학이 학생들을 위해 준비시켜야 할 방향이 아닌가 생각한다.

현재 산업의 첨단 연구는 대학과 기업에서 공동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회사 자체연구소에서 회사의 경쟁력과 추진력을 보호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특허조차 출원하지 않고 그들만의 비밀 노하우로서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대학교육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방법의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교수가 바이오테크놀로지 지식 소유주의 입장으로 학생들에게 지식을 교육한다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과학적 사고와 생각의 촉진자 또는 방향의 코치 역할을 해야 한다. 첨단 연구 및 생산에 필요한 연구는 산업의 연구원과 함께 공동으로 진행하며, 학생들을 훌륭한 과학자로서 훈련 및 성장시키는 첨단교육 전달자가 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한다.

교수는 실시간으로 새롭게 변화하는 바이오테크놀로지 학습 환경을 제공하고 학생과 산업체와의 커뮤니케이션 및 연결자의 교두보 역할로 전환돼야 할 것이다. 우리의 지식이 방대하면 할수록 더 큰 미래 가치를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성장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의 가치와 윤리는 계속 존중될 것이라 믿는다.

대학교육은 뿌리가 되는 기초과학 교육에서 시작해 새로운 바이오테크놀로지 기술도입과 변화에 대한 대처는 산업체와의 연계 시스템 구축으로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첨단 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꼭 필요한 것은 기초과학에 투자 되는 시간이다.

안타깝게도 산업체는 더 이상 대학교육에서 원하는 시간을 줄 수 없고, 지체할 수도 없다. 대학은 어떻게 이 부분을 해결 할 것인가를 고심해야 한다. 바이오테크놀로지 기술에서 대학이 구상하고 설립한 가설을 대학이 실험하고 결과를 내는 대신, 협력 시스템을 통해 기업연구소에 전달해 훈련된 과학자나 혹은 첨단 과학 실험 장비로 빠르게 실험결과를 내고 빅데이터화해 다시 대학과 함께 공동연구를 해야 한다.

필자는 나노 기술과 진단의학의 융합적인 연구를 국내외의 병원, 회사 및 국가 연구기관과 지속적으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중점적으로 혈액을 이용한 여러 퇴행성 뇌질환들의 유전자 돌연변이 및 조기 진단을 목표로 연구 및 학생 교육을 하고 있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의 유전자 및 조기진단 연구는 17개 병원과 여러 회사 및 국가 연구소와 함께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진단은 MDS란 기술을 사용해 소량의 혈액으로 혈액 안에 존재하는 Aβ(베타 아밀로이드) oligomer(소중합체)를 측정하는 기술로서 알츠하이머병 조기진단에 적용할 수 있다. 혈액으로 조기진단할 수 있는 진단법이 개발 상용화된다면 알츠하이머병 진단과 치료에 크게 기여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알츠하이머병 정복이 가까워 오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성큼 걸어가 있는 과학이다. 하지만 ‘속도보다는 방향’이라고 한다. 다음 세대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대학교육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4차 산업시대는 시작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걸음마를 하는 초기 단계다. 따라서 4차 산업시대에는 무궁한 가능성이 존재하고, 누구나 참여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자원이 작은 나라라고 기존 교육에서 배워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만큼 최첨단 기술과 높은 교육 수준을 자랑하고 속도전에 강한 민족은 없을 것이다. 즉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많은 자원을 가졌다는 말이다. 인간이 미래인 이 시대에 적합하게 미래가 준비되어 있는 나라는 없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아직도 과학도로 교단에 서는 자긍심이고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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