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들 '총장 리더십'에 곱지않은 시선

▲ 서울대 정문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서울대가 최근 학내 갈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학생과 교수, 직원, 시간강사 등 대학 내 구성원들들의 갈등과 마찰을 해결하기는 커녕 증폭만 시키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학내에서는 임기를 1년 넘게 남겨둔 성낙인 총장이 사실상 갈등관리에 손을 놓은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대는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비학생조교 고용보장 문제를 풀지 못해 비학생조교 파업사태에 직면했다. 서울대는 지난해 12월 비학생조교들을 전원 무기계약직 등으로 전환해 정년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로부터 5개월이 흐른 지금까지 서울대와 비학생조교는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갈등을 거듭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학생조교들은 서울대가 협상에 불성실하게 임했다고 지적했다. 6차례에 걸친 본교섭은 물론이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과정에도 성실하게 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관계자는 “5차 본교섭이 예정됐던 지난 3월 29일 서울대는 시흥캠퍼스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학내 집회를 이유로 교섭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후 노조의 협상안을 전달하고 회신을 요구했으나 이 역시 끝끝내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당초 서울대는 비학생조교들의 고용보장에 대해 전향적으로 접근했다. 비학생조교의 항의가 지속되던 지난해 12월 서울대는 전격적으로 정년을 보장하겠다는 의사를 언론을 통해 밝혔다. 그러나 정작 본교섭에서는 총장이 비학생조교를 고용하던 현행과 달리 학장과 연구소장 등 기관장 수준에서 비학생조교를 고용하도록 고용책임을 사실상 격하했고 임금도 상당부분 삭감할 것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대학본부가 양보했으니 비학생조교들도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노조 관계자는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대학본부가 희생을 감내하고 비학생조교들의 고용을 보장하니까 비학생조교들도 근로조건과 임금후퇴에 합의해야 한다는 식으로 수차례 발언했다”고 증언했다.

노조 측은 이에 사실과 다르다며 반발했다. 실제 서울대는 지난해 비정규직 운영 실태를 점검한 감사원 감사 결과 다수의 부적정 운용 사례가 적발된 바 있다. 비학생조교에 대한 처우 역시 함께 지적됐다. 해당 감사는 18대 국회가 임기 내내 비정규직 운용을 부적절하게 해온 서울대에 대해 내린 징벌적 조치였다.

비학생조교들의 문제제기에 앞서 서울대가 구성원과 갈등을 벌인 것은 또 있다. 음악대학 강사 임용건이다. 서울대 음대가 강사 임용 규칙을 예고 없이 변경함에 따라 당시 강의를 맡고 있던 50여명의 음대 강사들이 일제히 일자리를 잃었다. 서울대 측은 이에 대해 계약만료에 따른 해지라고 맞섰으나 결국 법정으로 비화된 이 사건에서 져 해직된 음대강사들을 복직시켜야 했다.

서울대 구성원들은 성낙인 총장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특히 구성원들과 소통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이 대학 교수들 역시 성낙인 총장의 소통능력 부족을 강하게 꼬집은 바 있다.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지난해 4월 교수 996명(전체 교수의 47%)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성낙인 총장의 직무수행 능력 만족도는 5점 만점에 2.11점으로 ‘다소 불만족’하다고 평가했다.

교수들은 이어 성낙인 총장에게 가장 바라는 직무수행 능력 자질로 ‘소통능력(68.2%)를 꼽았다. 특히 교수들은 시흥캠퍼스에 대해 교수들 의견 조차 제대로 수렴하고 있지 않다며 역시 소통능력 부재를 강하게 질타했다.

서울대 구성원들이 성낙인 총장에 대해 박한 평가를 내리는 이유는 또 있다. 이 대학 A교수는 “서울대가 법인화된 뒤 학술림 양수와 지방세 납부 문제를 아직까지 풀지 못하고 있다. 성낙인 총장도 이에 대한 뾰족한 대안은 내놓지 못하지 않았나. 심지어 이에 대한 대응조차 꺼리고 있다. 지난 3년 여간 서울대를 둘러싼 각종 문제들이 풀리기는 커녕 꼬이거나 갈등이 깊어지는 동안 대학본부와 성낙인 총장이 한 일은 사실상 없었다”고 비판했다.

▲ . 사진=한국대학신문 DB

가장 큰 갈등은 단연 시흥캠퍼스다. 서울대는 시흥캠퍼스 건립을 둘러싸고 학생들과 물리적인 폭력이 오가는 공방전을 연일 치르고 있다. 서울대 구성원들은 시흥캠퍼스 갈등을 다루는 성낙인 총장과 대학본부의 모습이 지난 3년여간의 대학본부를 집약해서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한다.

B교수는 “학생들이 제기한 대학상업화의 문제와 시흥캠퍼스의 졸속건립 움직임은 충분히 타당한 비판이다. 다만 점거가 장기화되면서 학내의 지지를 잃어버렸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타협이 불가능한 점거를 지속하기보다 구성원간 타협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학생들이 보다 유리한 ‘대의’를 견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이 과정에서 대학 측이 보여준 태도는 매우 잘못됐다. 학생들을 행정관 이사라는 말도 안 되는 명분으로 포장해 진압했다. 이에 항의하는 학생들을 재점거의 우려가 있다며 다시 끌어냈다. 반복된 폭력적인 진압이 오히려 학생들을 자극해 또 다른 폭력사태를 불러온 셈이다. 한 차례 폭력으로 진압한 뒤 시흥캠퍼스에 대한 입장을 밝혀 학생들에게 퇴로를 마련해줬어야 했는데 그런 역할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실제 서울대 한 관계자 역시 “폭력진압에 반대했으나 본부와 직원들의 분위기가 워낙 강경해 어쩔 수 없었다”며 “충분히 충돌이 예상됐기 때문에 이후 수습과정이 중요했는데 총장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면 학생들과 만나는 것조차 꺼려 사태를 키웠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학내에선 성낙인 총장이 대학 운영에 관심을 놓은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 대학 C 교수는 “비정규직 문제와 시흥캠퍼스 갈등 관리에서 대학본부와 성낙인 총장이 실패한 게 맞다”며 “사실 2011년 서울대 법인화 전환 뒤 충분히 예상됐던 사회적 갈등이고, 시흥캠퍼스 역시 10년이 지난 문제인데 이에 대해 어떤 해법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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