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학술지 "데이터 부적합"…연구실 측 "1저자인 대학원생 A씨가 조작" 주장

▲ 주승기 교수와 A씨(1저자)가 발표했다 학술지로부터 철회된 논문 원문과 데이터를 학술지 웹페이지로부터 받아볼 수 있다. 철회됐음(Retracted) 표시가 나타나 있다.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주승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와 박사과정 대학원생이 공동으로 해외 학술지에 실었던 논문 5편이 철회돼 파문이 일고 있다. 주승기 교수 연구실 관계자들은 대학원생 A씨가 “고의적으로 실험데이터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논문 5편은 모두 박사과정 대학원생 A씨가 1저자로, 주승기 교수가 교신저자(책임저자)로 발표했던 논문이다. 현재 논문 4편은 ‘철회(Retraction)’ 안내문과 함께 학술지 웹페이지에 게재된 상태이며, 1편은 전문이 삭제된 상황이다. 논문 철회는 조작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발표한 논문 내용이나 신뢰도에 중대한 문제가 있을 시 내려지는 결정이다.

주승기 교수와 A씨는 2016년 8월 <Journal of Physics D : Applied Physics> 지가 논문 철회를 결정한 뒤 다른 학술지의 논문 네 편을 자진 철회했다. 네이처(NPG)에서 출판하는 <Scientific Reports> 지는 2016년 3월 게재된 논문의 자진 철회를 알리는 공지사항을 작년 9월 2일자로 올려 “값(Figure)들이 다른 논문들에서 조작됐고(manipulated) 복제됐다(duplicated). 모든 저자들은 이 문제를 알고 해당 논문의 철회에 동의했다”고 적었다. (Scientific Reports 링크)

올해 2월 철회된 <Applied Physics Letters>지 논문 웹페이지 공지사항에는 “저자들의 요청에 따라, 이 논문의 게재를 철회한다. 저자들이 작성한 다른 논문에 쓰인 값을 복제하고 겹쳤으며(overlap), 보고된 결과가 얻어진 장치 및 재료에 대한 설명의 정확성이 우려됐기 떄문이다”며 “저자들은 이 같은 심각한 에러를 인지했으며 이로 인한 불편을 끼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적혀 있다. (Applied Physics Letters 링크)

해당 사실은 연구 부정행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해외 매체인 ‘리트랙션 워치’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이 매체의 지난달 3일 보도에서 <Journal of Physics D : Applied Physics>지 출판사인 IOP Publishing 관계자는 “이전에 발표된 다른 논문에 사용된 부적절한 데이터의 중복 사용으로 인해 출판에 부적합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출판사는 제 3자로부터 ‘잠재적 부정행위’에 대한 제보를 받고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문1 논문2 링크)

학술지 웹페이지 철회 공고문을 보면, 두 논문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문제의 논문은 서지번호 ‘2015 IEEE Electron Device Lett. 36 1033’로, 2015년 10월 게재 후 2016년 철회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논문은 학술지 웹사이트에 철회 공고만 남아있으며, 전문은 내려받을 수 없게 막혀 있다.

출판사 IEEE의 공지사항에는 “여기에 표시돼야 하는 논문은 저자가 포함시킨 조작된(fraudulent) 데이터로 인해 삭제됐다. 이 논문을 인용한 어떤 논문이라도 해당 인용부분을 삭제하도록 합당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적혀있다. (IEEE Electron Device 링크)

리트랙션 워치의 보도에 따르면 IEEE Electron Device 편집장은 2016년 철회되기 전 수정된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편집장은 “해당 논문 실험 부분에 잘못된 정보가 있었다. 두께와 가공 온도 중 일부가 수정돼야 했다”며 △shallow trench isolation(STI) 깊이 △ZrTiO4 (ZTO) 두께 △rapid thermal annealing(RTA) 온도와 노출 시간 및 △전압 수치를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철회되지 않은 다른 논문도 수정된 적이 있다. 주승기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논문이나 A씨가 아닌 다른 연구원이 1저자로 참여한 논문이며, A씨도 저자로 기재돼 있다. 해당 논문의 수정 공지사항에 따르면 그래프 2건이 “실수에 의한 것”이라며 정정돼 올라와 있다.

해당 사실은 지난 8일 포스텍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자유게시판 ‘소리마당’에 전해지며 국내 연구자들 사이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해당 내용을 전해들은 연구자들은 “1저자인 대학원생이 의도적인 범죄를 저지르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거나 “교신저자의 관리가 소홀한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해명을 듣고자 주승기 교수와 지난 14일부터 이메일, 문자 및 통화를 수차례 진행하고 직접 연구실로 찾아갔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연구실 대학원생인 B씨와 C씨는 “A씨가 고의적으로 실험데이터를 조작했다. 연구진실성위원회에 넘어가 조사 중이다”고 설명했다.

연구실 관계자에 따르면 A씨는 작년 5월부터 연구실에 나오지 않고 있다. A씨와 연락을 취하기 위해 연락처를 요청했으나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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