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별력 약화는 불가피…자격고사화, 대학별고사 등 거론

상대평가로는 기존 문제 답습 … "절대평가로 변화 모색해야”

▲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수능 절대평가를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수능 개편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대입제도의 문제를 전환할 계기로 절대평가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교육 공약 중 수능 전 영역에 대해 절대평가제 전환 검토를 포함했다. 현재 한국사와 영어 영역에서만 시행 중인 절대평가를 모든 과목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오는 7월에 있을 수능 개편안에 수능이 절대평가 체제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내년 고교 1학년은 문·이과 구분이 없는 공통과목을 배우게 돼 수능 체제의 수정이 필요하며 대입전형 3년 예고제에 따라 올해 수능 체제 수정안을 확정해야 한다.

■ 동점자 증가, 선발의 변별력 우려 = 수능 전 영역 절대평가 전환 시 우려되는 부분은 학생 선발에 있어 변별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순위가 정해지는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동점자가 발생한다. 한 입시업체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7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을 기준으로 절대평가화했을 때 1등급 학생 수는 4만2867명으로 상대평가 1등급 학생 수 2만4244명보다 약 두 배 많아진다.

입시 현장에서 동점자가 발생했을 경우 학생 선발 문제를 당면하고 있는 대학가에서는 이 부분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규민 연세대 교수(교육학)가 전국 대학 입학처장 38명과 고등학교 진학지도 관련 교사 27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021학년도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전면 도입’에 대해 고교 교사 찬성 비율은 30.2%였으나 입학처장 찬성 비율은 16.2%에 불과했다.

일부에서는 전 영역 절대평가로 전환해도 충분히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2021학년도 수능에 전 영역 9등급 절대평가제를 주장하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영역별 중복으로 1등급을 확보하는 학생은 소수라고 말한다. 이들에 따르면 2015학년도 기준, 문과 전체 응시인원 40만4083명 중 국·영·수·탐구 모두 1등급을 받은 학생은 714명으로 전체 응시인원의 0.2%에 불과하다. 2015학년도 서울대 모집정원이 3275명이기 때문에 충분히 변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여러 대학, 여러 학과에 골고루 지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동점자 변별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A대 입학처장은 “상위권 학생들이 몰리는 대학과 학과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정원을 초과하는 동점자는 반드시 나온다”며 “입시는 합격이 아니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떨어뜨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변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절대평가, 변화를 위한 출발점 돼야 = 전문가들은 수능이 절대평가가 되면 수능 자체로 입시전형의 기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이 경우 정시전형에 예상되는 변화는 크게 세 가지로 △학생부 반영 △수능 자격고사화 △대학별 고사다.

학생부 반영은 수능 성적이 동점일 경우 고교의 학생부 성적을 반영해 변별하자는 것이다. 각 대학과 학과의 특성에 맞게 학생부 성적을 취합해 학생을 선발하면 변별력 확보와 특성에 맞는 선발이 모두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선발 제도로서 기능을 잃은 수능이 아예 자격고사화되고 현재 학생부 중심의 수시전형과 통합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규민 교수는 “전 영역 등급제 절대평가 체제가 도입되면 수능은 자격고사화되고 현행 학생부 중심 수시전형 형태로 단일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방향이 꼭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학생부 중심으로 단일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방향은 대학별 고사다. 현재 논술전형처럼 대학들이 자체적인 변별 기능을 갖춘 시험을 통해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변별력 확보의 어려움과 학생 선발의 자율이라는 측면과 맞물려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향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전형의 복잡성과 준비를 위한 학생들의 부담, 사교육 유발 등이 문제로 거론된다.

대학별 고사로 인해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 미양고 이기정 교사는 “대학별 고사를 치를 만큼 학생들이 몰리는 대학은 소수”라며 “이 대학에는 대학별 고사를 열어주고 과잉 경쟁, 사교육 유발 등 입시제도 문제 해결을 위해 큰 걸음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수능 절대평가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경범 서울대 교수(서어서문)는 “상대평가를 지금처럼 유지하면 새 변화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알 수가 없다”며 “절대평가는 선이냐 악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입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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