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경쟁에서 벗어나려면 절대평가 필요

“취지에는 공감하나 당장 도입은 무리” 의견도

▲ 지난 18일 건국대에서 내신 절대평가 도입을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사진=구무서 기자)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지난 18일 건국대에서 열린 '2015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내신 절대평가 가능한가 심포지엄'에서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진동섭 이사장은 "내신 절대평가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전국진학지도협의회·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한국진로진학정보원 등 4개 진로진학 단체가 함께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은 2015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내신의 평가방법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발제를 맡은 진동섭 이사장은 성취평가제 전격 도입을 주장했다. 내신 성취평가제는 절대평가를 기반으로 학생들에게 석차등급 대신 성취도를 부여하는 평가체제다. 현재 대학은 고교로부터 과목, 단위수, 원점수/과목평균(표준편차), 석차등급 등을 제공받는다. 진동섭 이사장은 과목, 단위수, 원점수/과목평균(표준편차) 등은 놔두고 석차등급을 A,B,C,D,E와 같이 절대평가를 기반으로 한 성취평가로 바꾸자는 것이다.

진동섭 이사장은 △점수 경쟁에서 탈피 △협력 학습 형성 △학습 성과 공유 △자존감 손상 방지 △소수 선택과목 활성화 등을 이유로 성취평가제를 주장했다. 일렬로 줄을 세우는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학생들이 경쟁 때문에 협력을 하지 못하고 보다 좋은 내신 성적을 위해 소수 과목을 회피하게 되는데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이러한 현상이 해소된다는 것이다.

그는 "일각에서 우려되는 성적 부풀리기의 경우 오히려 성적을 부풀린 고교는 대학으로부터 불신을 받아 손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평가 체제에서 일반고에 비해 불리했던 자사고·특목고만 유리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활성화된 학생부종합전형은 교과 성적이 아니라 진로 방향을 포함한 교과 학습 상황을 중요한 평가요소로 삼기 때문에 자사고·특목고가 성적만 좋다고 유리하게 작용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대평가가 갖고 있는 장점은 오직 변별력밖에 없다"며 "지금 이 논의는 2011년부터 진행돼왔다. 더 이상 발을 묶지 말고 빨리 극복해야 학생들이 적성에 맞는 다양한 학습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참가자들은 성취평가제의 취지와 방향성에는 공감을 하면서도 도입에 있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임보영 연구위원장(인하대 책임사정관)은 "개인적으로 공감을 하지만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입학사정관 입장에서는 걱정"이라며 "지원자가 많으면 그 안에서도 우리 대학에 적합한 학생을 뽑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지원자를 서열화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는데 그랬을 때 성취 등급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워 또 하나의 전형이 발생할 수 있고 이게 또 다른 사교육을 유발할 염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김정현 교육위원장(경상대 입학정책실 팀장)도 "내신 절대평가는 수능 절대평가와는 차원이 다르다"면서 "학교에서 얼마나 투명하고 타당성 있게 평가를 하는지, 모든 고교를 동등하게 봐야 하는지 등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교에서도 신중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이재하 공동대표(중일고 교사)는 "성취 등급을 부여하는데 있어서 학교, 교사 간 차이가 있고 대학으로부터 성적 부풀리기에 대한 피드백이 몇 년이 걸릴지 몰라 성적 부풀리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취지에는 공감하나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면 당장 도입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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