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재 본지 논설위원/ 삼육보건대학 교수(교수학습센터장)

필자는 올해로 전문대학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한지 10년째다. 일반적으로 10년차 교수라면 대학교육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교육자로서 혹은 보직자로서 대학운영에 다방면으로 기여하게 되는 시기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교수생활이 길어질수록 독특하고 엉뚱한 상상을 하는 습관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점점 생각이 현실적으로 굳어가고 4차 산업혁명의 핵심역량인 창의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대학가에 불어 닥칠 태풍의 중심에는 단연 대학구조개혁과 4차 산업혁명이 있다. 어찌 보면 이 2가지 키워드는 전혀 다른 성격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데도 같은 방향성을 갖고 있는데, 바로 대학의 혁신과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는 공통점이다. 이 둘을 특징적으로 규명해보자면 대학구조개혁은 성장이 정체된 우리나라 대학들이 현재 당면한 내부적 개혁을 의미하고, 4차 산업혁명은 가까운 미래에 대학들이 추구해야 할 글로벌적 교육혁신방향을 의미한다. 2017년 입학생 모집 하락이 보여주듯 대학 구성원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전문대학에서 4년제 대학까지 점점 확산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일부 학자들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국가적 위기, 대학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장미대선을 통해 선출된 문재인 대통령이 출범한지 2주가 지났다. 하지만 대학정책에 관해 구체적으로 발표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4차 산업혁명을 중요한 키워드로 생각하고 있다는 소리만 들린다. 필자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새로운 대통령에 거는 장밋빛 기대감과 함께 전문대학 발전을 위한 4차원적인 엉뚱한 발상을 몇 개 해 봤다.

첫째는 아시아 국가역량체계(AQF)의 구축이다. 본지에서 실시한 2017 전문대학 교수·직원·학생 인식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문대학 학생들은 전문대학의 사회적 평판도 및 만족도에 대해 절반이 넘는 51.3%가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전문대 졸업자가 성공하면 전문대 신화라 불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국가역량체계(NQF) 도입은 필수다. 기왕이면 한국형 국가역량체계(KQF)를 만들면서 한발 더 나아가 같은 문화권인 일본과 중국을 끌어들여 삼국에서 함께 통용되는 아시아역량체계(AQF)를 만들면 좋겠다.

둘째, 우리나라 전문대학을 글로벌 직업교육의 메카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국내에는 이미 선진국들이 부러워 할만한 IT환경이 구축돼 있다. 학생들은 테크놀로지를 자신의 신체처럼 생각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이며, 부모들은 엄청난 교육열을 갖고 있다. 전문대학들이 IT기술력을 갖춘 내실 있는 중소기업들과 연대해 스마트 리빙 캠퍼스 환경을 구축하고 VR과 AR 그리고 로봇을 활용한 다양한 실감형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창의적 교육을 시도하고 이를 유튜브로 세계에 홍보했으면 좋겠다. 국가적 지원이 잘 뒷받침된다면 중소기업도 육성하고 유학생 유치는 물론 개발한 콘텐츠를 세계 곳곳에 판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전문대학의 교육제도와 수업형식을 완전히 자율화 시키고 IT자격을 필수화 하는 것이다. 전문대는 이미 수업연한을 1~4년제로 다양화하고 일·학습병행제 및 3학기제 등의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학습자가 원하는 대로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려는 것이다. 교육의 방식과 형식도 PBL과 Maker를 적용한 전공 간 벽을 허무는 융·복합 수업을 도입하고 이러한 사례를 온라인을 통해 대학 간에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각 대학마다 특별한 직업전문가를 양성해 보겠다는 교육적 실험정신을 실천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문대학 졸업자라면 누구나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기술적 개념을 토대로 직무수행에 필요한 첨단 기술 및 장비를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주면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고객에게 헤어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는 헤어디자이너나 심부전증이 있는 환자에게 VR로 현 상태를 설명해줄 수 있는 간호사 등을 양성해 전문대학생이라면 자신이 선택한 전공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관련 IT기술자격을 필수로 취득하게 하는 것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벤처부로 격상시키는 등 정부조직법 개편을 추진한다는 소식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이번 정부에서 중소기업과 벤처문화를 활성화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대학은 그동안 중소기업과 벤처 활성화에 필요한 인재공급의 첨병역할을 해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전문대학을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글로벌 고등직업교육기관이 되도록 파격적 지원을 해 줄 것으로 내심 기대해 본다. 4차원적인 엉뚱한 상상이 5년 후 현실이 될지도 모르지 않는가.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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