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용역조사 발표 이후 일부 지자체 유치 준비

블랙리스트 파동 이후 중단… 장관 선임이후 논의 재개

▲ 의릉 복원으로 이전이 예정된 한에종 석관동 캠퍼스

[한국대학신문 이한빛 기자] 한국예술종합학교(총장 김봉렬, 한예종) 캠퍼스 이전을 두고 지자체와 대학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일부 지자체에서는 참여 의향을 밝히며 유치를 준비하고 있는 반면 한예종에서는 어떠한 이전 계획도 논의·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예종은 현재 성북구 석관동, 종로구 와룡동(대학로), 서초구 서초동(예술의 전당) 등 3개의 캠퍼스가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이전이 논의되는 곳은 석관동 캠퍼스다. 석관동 캠퍼스는 과거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부지로 이용되던 곳으로 캠퍼스 옆에는 조선 경종의 왕릉인 의릉이 위치해 있다.

지난 2012년 조선 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면서 의릉 부지에 위치한 석관동 캠퍼스의 이전 논의가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복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25년 이전까지 캠퍼스 이전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한예종은 지난해 캠퍼스 이전을 위한 용역조사를 실시했다. 캠퍼스 통합 이전과 석관동 캠퍼스만 이전하는 방안 등 두 가지 계획을 고려해 유치 의향을 밝힌 서울 송파구, 서울 노원구, 인천광역시, 경기도 고양시, 경기 과천시 등 6곳의 후보지를 선정했다.

이중 송파구와 인천광역시, 고양시는 통합캠퍼스 유치를 목표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며 준비에 나서고 있다.

송파구는 지난 1월부터 한예종 이전에 본격 참여했다. 부서 조직 내에 캠퍼스 유치 팀을 설치하고 유치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방이동 생태체험장 인근 부지를 후보지로 선정한 송파구는 서울 내 교통, 문화예술 시설 등의 인프라가 갖춰진 것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송파구 관계자는 “후보 부지에는 한국체대도 인접해있어 송파구가 문화예술과 체육의 중심지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광역시는 서구에 위치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인근 부지를 후보지로 정하고 유치활동에 돌입했다. 인천광역시는 지난해 인구 300만 돌파에 맞춰 문화주권도시 선언을 통해 공연시설과 영상제작시설 등 문화관광 콤플렉스 구축과 한예종 유치를 계기로 문화도시로 발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한예종 이전 확정 시 해당 부지의 무상 임대 및 기숙사 설립 등 시설 구축과 더불어 접근성 확충 및 창작활동 지원 등 관련 부분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 고양시는 일산동구 장항동 킨텍스 주변의 부지를 확보했다. 방송영상 콘텐츠밸리와 청년스마트타운, 한류문화단지 조성과 함께 어울림누리, 아람누리 등 공연·전시 시설 등 인프라 연계로 시너지 효과 창출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용역조사 후보지에 선정된 서울 노원구와 경기 과천시 등도 부지를 마련하고 유치 경쟁에 가세했다. 선바위역 주변을 부지로 선택한 과천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과천과학관 등의 시설과 교통의 확장성을 장점으로 언급했다.

후보지에 포함되지 않은 지자체에서도 유치 의사를 보였다. 경기도 모 지자체는 “용역조사 결과에 포함되지 않아 공개적으로 유치를 추진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전 계획 상황을 지켜보며 관련 사항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자체의 유치 준비와 달리 한예종과 문체부의 이전 논의는 제자리걸음인 상황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동으로 조윤선 당시 문체부 장관이 연루돼 구속되면서 이전 방식 및 후보지 심사 등의 계획이 모두 중단된 상황이다.

한예종 측은 “현재 문체부 장관이 공석 상태라 어떠한 사항도 결정되지 않았다”며 “용역조사 후보지 이외에 유치의사를 밝힌 지역의 심사 여부와 이전 방식 결정 등은 장관이 새로 임명된 이후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자체 일각에서는 일부 지역의 유치 경쟁 과열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모 지자체 관계자는 “여러  곳에서 다양한 조건을 내걸며 유치 의사를 밝히고 있는데, 경쟁이 과열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부정적인 시선과 반응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이전 계획을 기다리며 조심히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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