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단행본 출간

‘대학원 문제’ 끄집어내 세상 밝힌 ‘대학원생’

누적 조회 수 120만, 지난해 단행본 출간 ‘화제’

▲ 염동규씨

[한국대학신문 황성원 기자] “부담됐죠. 대학원생이 대학원 문제를 꼬집는다는 것. 대학원 사회가 워낙 좁아서 처음 연재를 시작했을 때 제 이름을 이니셜로 표기했어요. 그런데 한 회씩 연재될 때마다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깨달았어요. 무서워해야 할 쪽은 잘못을 저지른 쪽이었죠.”

누적 조회 수 120만에 달하는 웹툰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의 대학가 반응은 시쳇말로 ‘핫(Hot)’하다. 대학원생들이 쉬쉬하고 일반인들은 무관심했던 대학원만의 문제를 공론화했다는 평을 받으며 지난해 여름 단행본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그 시작에는 염동규(25)씨가 있다. 그는 현재 고려대 일반대학원 현대문학 전공자다.

점심시간, 사람들이 북적이는 안암동 근처에서 염씨를 만났다. 깨끗한 흰 셔츠에 동그란 안경을 낀 그의 목소리는 낭랑했고, 눈빛은 재기로 번뜩였다. 그가 맨 검은 백 팩에는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노란 리본이 달려있었다. 해감에 뒤덮인 채 육지에 뉘어져있는 배 한 척. 누구나 두려워했던 문제를 들춰내자 세상이 변했다. 어디선가 노란 리본을 맺은 염씨도 그러했을까.

“대학원에 들어오기 전에도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었어요. 문제의식을 느끼고 사회를 바라보는 일은 꽤 중요한 일이에요. 그렇게 들어온 대학원 총학생회에서도 숱한 고민을 했죠. 학생 사회가 점점 죽어가는 현실에서 우리가 가진 문제들을 어떻게 대중적으로 알릴까. 문화산업이 가장 유망했고, 웹툰을 해보자고 결심했어요. 하지만 자신은 없었습니다.”

그는 실패할 거라 생각했다. 악화 일로를 걷고 있던 한국 사회에서 희망을 찾기 힘들었다. 웹툰이 게재되고 조회 수가 올라가고, 문제를 알리는 제보가 들어오기 시작하자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대개 대학원 학생회는 학교가 주도하는 판에 관성처럼 끌려가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학교는 학생회를 불편해하거나 무서워하지 않죠. 웹툰이 관심받기 시작하니 자신감이 생겼어요. 학교들이 무서워하더라고요. 누구도 알아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돌이켜보면 스스로도 성장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웹툰에 쏟는 시간이 늘어나자 주위에선 ‘그 시간에 공부하라’는 볼멘소리가 날아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곱지 않던 시선들도 바뀌기 시작했다. 그의 노력에 변화되는 대학 사회를 봤기 때문이다.

학교가 논문 조작을 한 교수와 대학원생에게 60억원을 물어내라는 소송을 한 사연을 다룬 웹툰을 보고 시민들과 대학원생, 해당 대학 동문회 사람들이 나서 사태가 수습되기도 했으며, 한 연구원이 받은 연구 수련 장학금이 근로소득으로 신고 돼 180만원에 달하는 건강보험료가 청구된 사건도 웹툰이 화제가 되자 청구 취소되기도 했다. 이 같은 결과는 쉽게 얻어지지 않았다. 어떤 웹툰의 경우 완성하는 데만 3개월이 넘게 걸렸다. 학업도 병행한다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힘든 점도 있어요. 제보자 이야기의 핵심이 모호할 때 상당히 힘들어요. 대부분 제보자는 자신의 처지에서 자극적인 이야기를 강조하거나, 사실관계보다는 의혹 제기만 내세우는 일도 있거든요. 웹툰은 누구나 볼 수 있어서 사건의 팩트(Fact)만 담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떨 땐 제가 제보자를 ‘추궁’하고 있어요.(웃음)”

그는 제보자와 웹툰 제작을 약속하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던 그 약속은 꼭 지킨다. 그 원동력의 기저엔 ‘책임감’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완성된 웹툰은 연재가 종료돼도 사라지지 않죠. 문제를 겪고 있는 대학원생은 언제가 됐든 웹툰을 접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때 ‘내 이야기는 없네’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요. 누군가가 웹툰을 보며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구나’ 하고 위로받았으면 좋겠어요. 연재 종료까지 다루지 않은 주제는 없도록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2017년 8월이면 2년여 간 달려왔던 웹툰도 시즌2를 끝으로 종료된다. 대학원 논문 학기를 남겨둔 염씨의 소회는 어떨까.

“남다른 소회는 없어요. 다만 아직 사회에 소외된 이야기가 많을 텐데 그 이야기를 모두 다뤄보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워요. 우리 사회는 우리가 겪는 어려움을 별거 아닌 것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있어요. 어느 순간 고질적 문제로 자리 잡았죠. 이제는 변해야 합니다.”

대학 사회에 이 말은 꼭 하고 싶단다. ‘변화가 필요한 일은 피하지 말라’고 말이다. 무거운 가방을 들쳐 메고 악수를 청하는 그의 손아귀에서 팽팽한 강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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