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조교, 학생-근로자 이중 정체성으로 열악한 처우 호소
근로자성 인정시 BK21 참여 불가…중재 방안 필요

▲ 성균관대 자연캠퍼스 전경

[한국대학신문 김진희 기자] 학생 조교들이 ‘학생과 조교’라는 이중적인 정체성으로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열악한 처우를 호소하고 있다. 이에 곳곳에서 학생 조교의 근로자성을 인정해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지만 대학 측의 미온적인 태도로 갈등 해결은 요원한 상태다.

동국대 대학원 총학생회는 지난해 12월 학생 조교의 근로자성을 인정해달라며 고용노동청에 총장을 고발했다. 학생 조교들이 근로자로서 근무하고 있음에도 지난해까지 동국대는 등록금을 감면하는 방식, 즉 장학금으로 급여를 지급했다는 데 반발한 것이다. 이들은 초과 근무에 대한 수당과 퇴직금 역시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태는 동국대 본부가 지난 3월 조교 제도를 개편하면서 마무리되는 듯 했다. 행정 조교의 근로자성을 인정해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퇴직금과 추가 근무 수당도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제도 개편 후, 행정 조교가 아닌 교육 조교의 근무시간을 15시간 미만으로 고정했다. 시급에 따라 임금이 책정되기 때문에 자연스레 이들이 받는 임금은 기존 장학금보다 줄었다. 신정욱 전 동국대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15시간 미만 근로자는 초단기 근로자로 분류돼,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아도 되는 법을 악용했다. 당초 목적과 달리 일부 학생들에게 더 안 좋은 결과를 낳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역시 학생 조교의 처우 개선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성균관대 대학원생 조교 중 일부는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국문과 조교로 일했던 홍모(31) 씨는 “동료들을 보면 34시간을 일하는데 급여가 85만원을 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였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대학본부가 재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국문과와 철학과를 비롯한 몇몇 학과의 조교 임금을 일방적으로 삭감하면서 학생조교들의 반발에 불을 당겼다. 

이렇듯 학생 조교들의 근무 여건 문제 해결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대학 측에서 학생 조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문학협동조합 연구복지위원회 복지팀장 임세화씨는 “학생 조교라고 임금을 덜 줘도 된다는 뜻은 아닌데 그러한 논리가 대학 사회에 만연해있다”면서 “학생 조교도 엄연히 일을 하는 근로자인데 이를 인정해 최저임금 보장, 퇴직금 지급 등 근로자에 준하는 처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학생 조교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장학금 박탈 등 대학원생에게 실질적인 피해가 갈 수 있는 제도상 한계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대학원생들에게 월 60만~1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BK(두뇌한국)21플러스 사업의 경우, 참여 가능한 대학원생의 기준은 ‘전일제 대학원생’으로 제한돼있다. 때문에 이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선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았다는 증빙서류를 제출해야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 조교가 근로자로 인정받아 4대 보험의 수혜를 받게 된다면 장학금의 기회도 박탈될 수 있다.

현재 BK 21사업에 참여중인 대학원생 김모 씨(28)는 “고정된 장학금을 받지 못한다면 나라도 근로자성 인정을 포기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학원 학생 조교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근로자성을 인정받아야 하지만 그에 따른 불이익도 수반될 수밖에 없는 딜레마다.

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중재방안을 찾아내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학생 조교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판례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무작정 현실화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현재 교육부에서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근로 계약서가 아닌 조교들을 위한 ‘조교 계약서’ 작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들었다. 나아가 각 대학들이 이를 준수하게끔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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