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취·창업 고민하다 공무원 준비로 ‘눈길’

대학들 “정부 따라갈 수밖에…계속 뒤집히는 정책 ‘우려’”

▲ 노량진역 근처 고시학원 주위가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황성원 기자)

[한국대학신문 황성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 공약 실현을 위해 정부가 올해 하반기 공무원 1만2000명을 추가 선발하기로 하면서 공무원 준비 학원으로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그간 창업 사업에 열을 올리던 대학들은 뒤바뀐 정부 정책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지만 개편된 정부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방향 재설계를 고민하는 추세다.

지난 정부에서는 해마다 청년의 창업관련 예산 규모를 늘려왔다. 올해 예산으로만 수백억원을 책정하고 집중 투입을 계획하면서 대학가에도 덩달아 창업 붐이 불었다. 학내 창업 지원 전담조직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지난 4월 초에는 전국 40개 창업선도대학에서 1024명에 달하는 창업자 선발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비교적 불안정한 창업보다는 안정적인 공무원직으로 청년층의 관심이 쏠리고 있어 대학들이 창업 지원에 혼선을 느끼고 있다.

지난달 30일 취업포털 사이트 인크루트에 따르면, 사이트 회원을 대상으로 공무원 시험과 관련된 설문을 한 결과 53%가 ‘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혀 성인남녀 2명 중 1명은 공시생(공무원시험준비생)인 것으로 조사됐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로 ‘노후 보장’이 1위를 차지했고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일이 어색하지 않아서’가 그 뒤를 이으며 ‘안정추구형’ 직장을 선호하는 청년층이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실제 노량진 학원가에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졸업유예자나 휴학생, 예비 휴학생이 유독 눈에 띄었다. 수도권 사립대 4학년에 재학 중인 A(23)씨는 “이번 정부에서 공무원을 더 뽑는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에 취업 준비하던 친구들도 공무원 준비로 돌아선 경우가 많다”라며 “다음 학기를 휴학하고 오는 여름방학부터 공무원 학원에 다니기 위해 학원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 지역에서 대학을 다니다 공무원 준비를 위해 노량진에 정착한 졸업유예생 B(25)씨는 “지방에서 인터넷 강의로 수업을 들을 수 있지만, 공무원 채용이 늘어나는 올해가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상경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 여름방학 학생 모집을 위한 고시학원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사진=황성원 기자)

대학들은 바뀐 정부의 정책 동향에 따라 일자리 관련 프로그램을 유동적으로 바꾸겠다는 분위기다. 수도권 사립대 취업지원과의 한 담당자는 “정권이 바뀌고 공기업을 준비하는 취업 동아리가 배로 늘었다”며 “대학들은 기존 사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에 공기업 분야 취업 특강과 NCS 관련 교육을 확대해 활로를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대학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한 지방사립대 취·창업지원부서 센터장은 “학생들의 공무원 채용 관심도가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학교는 학생들의 요구에 맞춰갈 수밖에 없어 공공기업 쪽 채용 프로그램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책에 연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정권이 바뀌니 또다시 판이 뒤집히는 점이 우려스럽다”라며 “공공부문 채용도 단계별 접근이 필요해 보이고, 정부가 취업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대학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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