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논설위원 /김재관 전남대 교수

코러스(KORUS) 하면 흔히 ‘한미 FTA’나 ‘한-러 관계’를 떠올리곤 한다. 나 같은 정치학자는 자연스레 이것을 연상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올해 초 벽두부터 나를 포함한 국립대 교직원들이 전혀 알지 못했던 코러스란 괴물이 39개 국공립대 홈페이지에 생뚱맞게 등장했다. 처음에 무심코 지나쳤다 시간이 갈수록 이 코러스는 그야말로 괴물이 돼 국립대 교직원들을 골치 아프게 만들고 있다. 점차 그 코러스의 전모가 밝혀지면서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됐고, 결국 국공립대 교수회 연합회(국교련)는 지난 2월 6일 코러스 중지 성명서를 발표했다. 국공립대 노조 역시 지난 5월 12일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하고 15일에는 국민권익위 고충민원을 신청했다.

1만6000명 전국 국공립대 교수의 명실상부한 대표체인 국교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급기야 교육부는 5월 17일 ‘코러스 운영 등에 관한 규정 초안’을 들이밀고 6월 7일까지 개인과 단체 차원에서 의견을 제출하라고 한다. 이에 맞서 지난달 26일에 군산대에서 개최된 국교련 제 8차 공동회장단 회의에서는 재차 코러스 시스템 반대와 더불어 ‘코러스 운영 등에 관한 규정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참 기가 막힌다. 교육부가 적폐 청산의 1호였던 국정 역사교과서를 강행하다 수포로 돌아간 지가 언제인데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또 다시 이런 박근혜식 불통의 작태를 일삼는가? 도대체 그럼 코러스는 무엇이고 무슨 문제가 있기에 그토록 국교련, 국공립대 노조, 전국교원노조가 일제히 반대하고 나서는 것일까?

교육부 주장에 따르면, 코러스 시스템은 39개 국립대학을 대상으로 학사관리 시스템이 빠진 채 제반 행정업무 영역인 재정·회계, 인사·급여, 산학·연구, 업무관리 등을 클라우드 기술을 적용해 처리할 수 있는 통합 행·재정 시스템이다. 무려 총 사업비 554억원(국고 222억원, 대학분담금 332억원)과 참여인력 220명이 투입돼 2017년 초반부터 추진 중인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일컫는다. 그런데 코러스가 마치 반헌법적인 문체부의 문화 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까? 국교련 사무총장으로서 전체주의 사회에서나 가능한 위헌적인 행정부 주도의 코러스 시스템에 대해 4가지 차원에서 위법성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즉 의사 결정의 절차적 부당성, 법리적 차원의 위법성, 재정 낭비의 부당성, 기술적 부당성 등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의사 결정의 절차적 부당성이란 바로 554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을 둘러싸고, 사전에 실질적 이해당사자들(교수와 직원)과 제대로 된 충분한 공청회와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고 일부 대학 총장들의 동의만 얻는 극히 형식적인 절차만 거친 뒤 독단적으로 국립대 자원관리의 선진화, 효율성 제고라는 명분으로 일방적으로 진행했다는 점이다. 2009년부터 암암리에 준비해 오다 전격적으로 2017년 1월 2일부로 추진했다. 이 같은 정책결정의 절차적 부당성과 관련해 지난 1월 중순 국교련 임원진의 교육부 방문 간담회에서 교육부 관계자들도 그 문제점을 인정했고, 사후적으로 국교련과 각 대학에 설명회를 갖겠다는 본말이 전도된 행태를 보이기까지 했다.

둘째, 법리적 차원의 위법성 역시 심각하다. 국립대 재정회계법, 교육기본법(제 23조, 23조 2항), 그리고 전자정부법(3조: 행정기관 등 공무원 책무) 등을 근거로 코러스를 추진한다고 하나 재정회계 업무 외에 산학ㆍ교육ㆍ연구ㆍ급여 등 전 분야에 걸쳐 위법적으로 동법을 과도하게 확대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시스템은 헌법(22조)에 보장된 학문의 자유와 31조 4항에 보장된 대학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더욱 한심한 교육부의 작태는 지난 5월 17일에 소위 '국립대학자원관리시스템(KORUS) 운영 등에 관한 규정'(안)을 각 대학에 시달했는데, 이는 박근혜식 불통의 업무 방식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코러스 규정안 제 4조~6조에 적시된 ‘운영위원회’의 경우 다분히 교육부와 국가기관 관계자의 권력남용 가능성이 존재하는 규정으로 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3조 운영원칙에도 개별 대학만이 해당 데이터의 소유권, 조회, 삭제, 수정, 변경 관리와 데이터 보안관리를 수행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이는 클라우드 방식의 SaaS(Software as a Service) 시스템의 특성상 기만적인 규정이 아닐 수 없다.

셋째, 이 시스템은 국공립대 재정 낭비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즉 막대하고도 부당한 재정지출과 예산 낭비, 중복지출의 문제점이 포함돼 있다. 총 사업비 554억원의 막대한 재원이 투입된 데다 교육부는 2017년 코러스의 운영 및 유지비로 매해 34억을 책정해 39개 대학에 학생 수에 비례한 대학별 분담금을 또다시 요구한다는 점에서 각 대학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게다가 불완전한 코러스 시스템 때문에 기존 업무 시스템이 당분간 이용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중적인 예산 낭비와 중복 재정지출을 야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각 대학에 추가적 분담금을 해마다 내라고 압박하고 있다. 또한 기왕에 막대한 예산이 이미 투입됐기에 이 시스템이 추진돼 마땅하다는 막무가내식 강행 방침을 밝히고 있다.

넷째, 기술적 부당성 문제는 대단히 전문적이고 이해하기 힘든 점이 없지 않다. 이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집약해 보면, 기술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때 현재의 코러스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로 대학의 핵심기능(학사 관리 등)이 누락된 불완전한 시스템으로 현재 산학 연구 기능도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 둘째로 성과에 기초해 자원을 관리할 수 있는 정보를 생성하거나 유통할 수 없다. 셋째로 대학의 규모가 고려되지 않은 시스템이다. 넷째로 유지관리에 기존보다 비용을 더 지출하는 시스템이다. 다섯째 SaaS 방식의 운영은 인터넷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사용자(해당대학)가 인터넷상에서 이에 원격 접속해 해당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모델로서, 소프트웨어를 유지·보수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이나 개인이 이용하기 좋은 방식이다. 따라서 클라우드 기반에 기초한 이 SaaS 방식은 언제 어디서나 접근이 용이하다는 장점과 함께 보안이 아주 취약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즉 해킹이 용이하다는 취약점 그리고 특정 기관이나 개인에 의해 정보나 데이터가 조회, 감시 그리고 통제될 수 있는 결정적인 기술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이상과 같은 4가지 차원의 부당성을 안고 있는 코러스 시스템은 요컨대 국가재정의 막대한 낭비를 초래하고, 허다한 위법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에 대학 구성원들의 반대 원성을 사고 있다. 차제에 코러스 시스템의 설계에서 시행에 이르는 정책과정 전체에 대한 철저한 감사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책임자 색출과 처벌이 필요하다. 즉 코러스는 국정교과서와 마찬가지로 주요한 적폐청산의 대상인 것이다. 신임 교육부 장관의 과제 가운데 하나로 코러스 폐지를 강력히 요청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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