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 반대로 골머리…대학-정부-지자체 합심해야 겨우 달성
국유지 추가 확보 등 과제도…민간 건물 계약·매입 여지도

▲ 고양시 덕흥구에 개관한 한국장학재단 제1호 대학생연합기숙사 전경(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문재인정부가 내세운 ‘기숙사 수용인원 5만명 확대’ 공약이 임기 내 달성될 수 있을지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한국장학재단과 한국사학진흥재단 등 정부 산하기관이 저렴한 기숙사 마련에 힘쓰고 있지만, 대학가 근방 주민들의 반대로 암초에 걸렸다.

문재인정부는 공약집에 청년들이 저렴하고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대학 소유 부지와 인근지역 개발을 통해 기숙사 수용인원을 5만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명시했다. 특히 기숙사 수용률이 현저히 낮은 수도권에 확대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역시 지난달 30일 한국장학재단 업무보고를 받으며 대학생 주거비 완화를 위한 기숙사 확대 등 주요 실행방안을 만들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수도권 지역 기숙사를 확충하기 위한 노력은 정부 산하기관이 주도하는 ‘연합기숙사’ 형태로 추진돼왔다. 국유지와 민간으로부터 건립비용을 기부받아 월 15만원의 저렴한 기숙사를 건립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장학재단은 최근 고양시 덕양구에 1000명 규모의 1호 대학생연합생활관을 개관한 데 이어, 서울 성동구 응봉동에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추진하고 있다. 2019년에 완공되고 2020년에 개관할 이 기숙사는 저소득층 학생들을 우선 받는 게 특징이다.

그러나 대학가 원룸 임대업자들은 경제적 타격을, 지역주민은 범죄유발 등 주거환경이 나빠질 것이라는 이유로 기숙사 건립에 반발하고 있다. 1000명 수용 규모의 고려대는 수년째 지역주민의 동의를 받지 못했고, 한양대 서울캠퍼스 인근 지역 주민들은 한국장학재단 연합생활기숙사와 2400실 규모의 한양대 기숙사 건립에 반대하고 있다. 116실 규모의 총신대 기숙사도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서울시가 처음으로 대학과 주민 분쟁조정에 나서기도 했다.

 

▲ 사학진흥재단 동소문동 행복기숙사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플래카드(사진=한국대학신문 DB)

월 24만원 수준의 한국사학진흥재단의 동소문동 행복기숙사도 초등학생과 주민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지역주민들의 반발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사학진흥재단은 추가 안전시설을 설치하겠다는 설득과 함께 지난 2월에야 가까스로 구청의 건축허가를 받아 착공할 수 있게 됐다.

김종량 한양학원 이사장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캠퍼스 내에 거주하기를 희망한다. 구청과 서울시에 도시계획변경 신청을 하려고 해도 3년째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표류하고 있다”면서 “대학이 이웃 지역사회와 더불어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지만, 대학은 아이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님비현상을 정부와 지역에서 관심을 갖고 해소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민 반발을 극복하고 기숙사 건립에 성공하더라도, ‘수용 규모 5만명’ 수치를 달성하려면 정부와 대학, 지역이 손잡고 나아가지 않으면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별 대학의 신청을 받아 건립을 돕는 사학진흥재단 행복(공공)기숙사와 행복(연합)기숙사는 이외에도 인천재능대학, 원광보건대학, 한성대, 전주비전대학, 영남이공대학, 상명대(2차), 호서대, 신한대, 대경대학 등 여러 대학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들 기숙사는 대부분 문재인정부 임기 내, 즉 2년 안에 완공될 전망이다. 그러나 여전히 5만명을 달성하기에는 부족한 수치다.

따라서 개별 대학들의 노력 외에도 추가 기금 마련·민간기부 등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유럽 국가들이나 최근 경기도와 안양대가 시도한 ‘공유기숙사’처럼 대학가 건물을 민간 비영리 기숙사로 공모·입찰하거나 매입해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혜천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은 “현재 용적률 등에 의한 토지 이용 제약으로 땅을 사지 않으면 기숙사를 더 짓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해 있다”면서 “또한 주택도시기금 이자율도 더 낮춰야 한다. 이 같은 현안을 공약 이행 담당자들에게 전달한 바 있다. 대학가에서 함께 노력해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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