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메뉴, 식당 거의 전무…“한두 개 메뉴 넣는 것도 방법”

▲ 동국대 채식 전용 식당인 '채식당'의 주간 채식 메뉴. (사진=이지희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채식에 대한 대학가의 관심과 수요는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구성원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할 대학의 배려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인구는 약 2%, 채식을 지향하고 선호하는 채식 선호 인구까지 포함하면 20~30%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식적인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체 여론조사와 채식 관련 제품 및 채식 식당 증가 추이를 보고 내린 추정치다.

최근에는 20~30대의 채식 인구 비율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채식연합 이원복 대표는 “과거에는 40~50대 중장년층에서 건강을 이유로 채식에 관심을 가졌다면 지금은 건강이나 다이어트 뿐 아니라 동물보호나 환경보호에 관심을 갖는 20~30대가 주축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층의 채식 바람은 눈으로도 확인된다. 고려대는 지난해 6월 ‘뿌리:침’이라는 채식 소모임을 만들었다. 이화여대의 ‘솔찬’이나 성균관대의 ‘베지클럽’ 등도 생긴지 1년이 채 안된 신생 모임이다. ‘베지유니스’는 20대들로 이뤄진 채식연합동아리다. 학교에서 채식을 챙기기 어려운 대학생들은 이곳에 가입해 채식 모임을 갖고 정보를 공유한다.

채식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고려대 뿌리:침 회장 박지민씨(미디어4)와 서울시립대 유다님씨(중국어문화3)는 동물권에 대한 관심에서 채식을 시작했다. 이종환 서울시립대 교수(철학)는 조금 독특한 케이스다. 소수자에 대한 관심에서 채식을 시작했다. 일종의 ‘소수자 실험’을 하는 중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배경에서 채식을 시작했지만, 채식을 유지하는 것은 학생과 교수 모두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비건(완전 채식)인 박지민씨는 “채식이 쉽지 않다. 중간에 그만둔 적도 있다. 식사는 학교가 아닌 외부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의 경우 채식 식당이 따로 없는데다, 채식주의자가 먹을 만한 메뉴가 나오더라도 소스나 국에 들어가는 성분을 알 길이 없다.

이종환 교수도 "채식주의자로 살아온 지 6년이지만 학내에서 여전히 채식 메뉴를 접하기 힘들다. 유제품은 먹는 데도 그렇다"면서 "항상 도시락을 싸서 다녀야 한다"고 토로했다.

현재 채식 식당을 갖추고 있는 대학은 동국대와 삼육대, 서울대 정도다. 최근 외국인 유학생이 늘어나면서 대학 마다 채식 메뉴나 할랄 음식 등을 판매하는 경우도 생겼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 세 대학은 직영과 외주 방식으로 채식 전용 식당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가격대가 5000원~7000원 정도로 기존 학생식당에 비해서는 비싸지만 일반 채식 식당에 비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다.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의 저자이자 10년 간 채식주의자로 살아온 최훈 강원대 교수(철학)는 “채식 메뉴를 한 두 가지 넣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최 교수는 “식당에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가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선택권이 생기는 것이고, 비채식주의자와 채식주의자 한 공간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면서 “수요가 적기 때문에 당장에 공간을 만드는 게 어렵다면 이렇게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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