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일자리, 직종·직군보다 직무를 분석해야 대비 가능

P/F제 팀티칭, 팀워크 및 역량강화 위한 재직자 재교육·전환교육 체제 구축 제안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직업을 직무단위로 분석해야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전문가 양성을 위해 어떤 교육이 필요하고, 어떤 교육방식을 선택할 것인가 알 수 있다. 미래에 자유로운 상상을 할 수 있는 융복합형 인재를 어떻게 양성할 수 있는가, 그게 여기 계신 총장님들의 과제이고 KISTEP도 항상 갖고 있는 숙제다.”

임기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은 2017 사립대 프레지던트 서밋 6차 콘퍼런스에서 한국의 현재 상황은 한계에 부딪혔으며, 4차 산업혁명을 지렛대 삼아 극복하기 위해 대학의 교육을 핵심 요소로 꼽았다. 이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직무별 일자리 증‧감폭을 예측한 KISTEP 자료에 근거해 대학의 융‧복합 인재 양성 노력을 강조했다.

임 원장은 한국이 마주한 세 가지 절벽으로 성장률, 시스템, 신뢰를 꼽았다. 임 원장은 “현재 한국의 잠재 성장률은 3.2%로 내려와 있으며 실제 성장률은 2.67%에 머물고 있다. 과거에 우리가 누려왔던 시스템도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또 한국사회만큼 신뢰가 낮은 국가가 선진국 가까이 간 적이 없다는 프란시스 후쿠야마의 진단이 있다”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위기를 극복하려면 결국 교육에 정답이 있다는 게 임 원장의 진단이다. 임 원장은 “4차 산업혁명과 대학교육 논의는 기승전교로 끝났다. 결국 결론은 교육에서 마무리된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기대감과 우려감을 부르는 요인은 일자리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16년 내놓은 ‘직업의 미래’ 통계에 따르면 2020년까지 710만 개 일자리가 사라지나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200만 개에 불과하다. 업무 환경이 바뀌고, 새로운 시장의 중산층 역할, 기후변화 등의 요인이 이를 이끌 것으로 통계는 전망했다. 임기철 원장은 “향후 5년간 15개국에서 500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로 인해 어떤 직업군이 사라지고 어떤 직업군이 유망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WEF와 미국 보스턴컨설팅의 자료는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일자리 지형 변화라는 피상적 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무역량의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복합문제 해결능력, 인지역량(창의적 사고) 그리고 유연성‧커뮤니케이션과 같은 ‘소프트스킬’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에는 800개 직업의 업무가 자동화될 때 사람의 일자리가 로봇으로 대체될 수 있는 정도를 조사했더니 전체 직업의 5%에 불과하다는 통계 자료도 있다.

이 때문에 직군이 아닌 직무를 분석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임기철 원장의 설명이다. 임 원장은 “사무직이라도 인간적으로 가치판단을 하지 않겠는가. 이런 경우 로봇이나 기계가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직무분석 중심으로 일자리를 재구성해야 한다. 직종으로 보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 인간의 직업 중 5%에서 10%가 대체될 것이고 나머지는 존속할 것인데, 이를 상세하게 분석하려면 직무와 직업을 별도로 분리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KISTEP은 2016년 석사급 이상을 채용한 기업, 연구소, 산업현장의만족도를 조사했다. 대부분의 지표가 기업의 요구보다 낮았으며 특히 문제해결능력 지표는 25% 차이가 났다. 기업이 원하는 문제해결능력에 비해 새로 채용된 개인의 역량이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뒤를 이어 연구기획능력, 프로젝트 관리능력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 대학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임기철 원장은 “미래사회에 대비한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 《대학의 미래》 저자 케빈 케위는 ‘새로운 교수법과 학습법에 열려 있어야 대학에 미래가 있을 것’이라 말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통적인 4개월 1학기 강의식 수업을 P/F제로 평가하는 팀티칭, 3학년 과정의 팀워크 제도를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어떤가. 실험적으로 미래 학교를 한번 조성해 보자는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문제해결능력과 협력, 기획, 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개인 과제의 비중은 줄이고 함께 협동하는 경험을 늘리자는 것이다.

또 임기철 원장은 재직자를 대상으로도 문제해결능력 등 부족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재교육과 전환교육 체제 구축도 제안했다. 《유엔미래보고서》 시리즈를 쓴 미래학자 제놈 글렌이 “새로운 일과 관련된 형태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2050년 실업률이 50%에 달할 것”이라 우려한 것을 들어 NCS 기반의 직무교육 프로그램, 지역 대학과 산업의 협력을 통한 재교육 체제, 이공계 분야로의 전환교육 체계 구축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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