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KAIST 초빙교수(창조경제 연구회 이사장)

▲ 이민화 KAIST 교수

다보스포럼, 옥스포드대학, 가트너 그룹 등 수많은 연구기관들이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 진실은 지난 250년 산업혁명 역사상 기술혁신으로 일자리가 사라진 사례는 없다는 것이다.

왜 숱한 예측들은 지속적으로 오류로 귀결되고 있는가. 우리는 일자리에 대하여 근본적으로 커다란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일자리의 본질에 대해서 진지하게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게 된다. 기술혁신으로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주장의 바탕에는 노동 총량은 정해져 있다는 노동 불변의 법칙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 혹은 일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 의미는 인간의 욕구가 무한하기 때문에 노동 총량 역시 무한하다는 것이다.

노동 총량 불변의 법칙은 인간의 욕구가 유한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즉 인간을 기계론적 입장에서 인식한 결과 의식주나 편리함과 같은 물질적 욕구 수준에서 파악한 한계 인식이다.

인간의 욕구는 물질을 넘어 인간과의 관계 즉 사회적 연결을 넘어 자아의 표현과 자아의 완성에 이르기 까지 끝없이 확장되고 있다. 일자리는 소멸되고 생성되는 것이다.

이제 4차 산업혁명에서 일자리 문제를 바라보자.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을 위한 현실과 가상의 융합’이라고 필자는 정의한다. 1,2차 산업혁명이 만든 현실 세상과 3차 산업혁명이 만든 가상의 세상이라는 두 세상이 융합해 세상을 최적화 시키는 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은 현실과 가상의 융합이라는 관점에서 현실을 가상 세계로 옮기는 6개의 디지털화 기술과 6대 아날로그화 기술로 구성된다. 4차 산업혁명에서 유망한 직업은 인공지능과 12기술 모델의 전문가 및 그룹들이 될 것이다. 이것을 클래스 1의 미래 일자리라고 명명하기로 한다. 이를 세분화하면 인공지능 전문가, 사물인터넷 전문가, 빅데이터 전문가, 증강ㆍ가상 현실 전문가 등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을 위한 현실과 가상의 융합이라는 점에서 이들을 융합해 인간을 위한 가치를 디자인하는 일이다. 현실과 가상의 융합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 직업들이다.

구체적으로 환경, 교통, 도시 등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과 12기술을 활용하는 직업들이다. △노령화 문제 전문가 △환경문제 전문가 △교통문제 전문가 △빌딩문제 전문가 △에너지 문제 전문가 등이 클래스 2의 유망직업들이 된다. 클래스 1과 클래스 2 직업들은 매트릭스 형태로 상호 교차된다.

매트릭스의 x축이 각종 기술축이라면, y축은 사회문제가 된다. 이들이 직물 구조처럼 상호 연동되면서 미래 산업을 이끌어가게 된다. 특정 기술이 아니라 융복합적 기술로써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그 문제해결의 중심에는 인간을 위한 가치라는 중심적 가치가 존재해야 된다. 즉 사회 윤리적인 인식이 바탕돼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문제 융합 전문가들의 양상을 보면 과거와 같은 세무사, 회계사, 전문의, 변호사와 같은 특정분야의 축적된 기술을 반복적으로 활용하는 전문가와는 성격을 완전히 달리한다. 전문가들의 직업을 나누어 보면 크게 세 그룹의 직무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 직무는 반복되는 직무, 두 번째는 창조적인 직무, 세 번째는 감성적인 직무다. 각각의 비중을 맥킨지에서는 각각 67%, 4%, 29%로 분석하고 있으나 숫자에 연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어서 클래스 3의 일자리가 등장한다. 클래스 1,2의 일자리가 현재 인간의 욕구를 충족하는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자리라면 클래스 3의 일자리는 인간의 새로운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자리이다.

산업혁명 역사와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를 대입해보면 1단계인 생존의 욕구를 1차 산업혁명이, 2단계인 안정의 욕구를 2차 산업혁명이, 3단계인 사회적 연결 욕구를 3차 산업혁명이 충족시켜 왔다면 이제 4차 산업혁명에서는 4번째와 5번째 욕구인 자기표현과 자아실현 욕구의 충족이 새로운 일자리의 원천이 될 것이다.

이는 인간의 욕구를 뒷받침하는 유효 수요가 촉발해 인간과 기술이 협력하여 제공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일을 통해서 가치를 만들고 그 일부를 분배 받는 것이 일자리다. 일자리는 만드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지는 것이다.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가짜 일자리이고 세금을 만드는 일자리가 진짜 일자리다.

그렇다면 인간의 가치는 무엇인가? 이제 인간은 물질 가치를 넘어서고 있다. 사회적 연결망을 이용해 자기표현을 확산하는 단계에 돌입하고 있다. 블로그 활동을 넘어 페이스북과 카카오톡과 같은 사회적 연결망(SNS)에서 인간의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바라볼 필요가 있다.

여성들은 심미적, 남성들은 임시적 능력을 과시해 자기를 표현하고 있지 않은가. 초연결 사회는 인간의 자기표현 욕망을 발현한 장이 되고, 투명하고 반복되는 사회에서 자기표현은 결국 자아실현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 결과 4차 산업혁명에서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부분적으로 싹을 틔우고 있다.

새로운 일자리의 원천은 한마디로 개인화된 욕구다. 개인화된 욕구가 사회 곳곳에서 일어난다. 따라서 지금 미래 일자리를 예상해서 직무 능력 표준을 만드는 NCS 직무능력평가 시스템과 같은 접근은 4차 산업혁명에 전혀 적합하지 않은 접근법이다.

미래에 새로 등장할 직업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변하는 세상에서 현시점에서 추세만 알 수 있지 구체적으로 예측한다는 것은 복잡계의 특성상 예측이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 단지 창조적이고 감성적인 일들이 인간의 자기표현과 자아실현을 위한 욕구를 만족시키는 형태로 구현될 것이라는 큰 방향만 제시할 수 있다.

이젠 미래 일자리는 롱 테일 구조로 돌입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전에 수십 가지에 불과했던 일자리의 종류가 이제는 한국에서만 1만개를 넘고, 미국에서는 공식 3만개, 추정으로는 40만개를 넘어서고 있다.

앞으로는 40만개를 넘어 수백만 개의 일자리 종류가 탄생할 것이다. 인류 역사상 새로운 일자리 대부분은 과거에 존재하지 않던 일자리에서 창출됐다.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인간의 욕구로부터 출발한다.

인류가 개인으로서의 인류 차원을 넘어서 집단 인류로서 새롭게 진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호모 모빌리언스’라는 책을 10년 전쯤 출판한 적이 있다. 그 책에서 인간은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로 결합하는 자기조직화를 통해  집단 생명으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기술했다.

바로 이러한 현상이 이제 4차 산업혁명에서 자기표현의 욕구로 등장한다. 개인화된 여행들이 등장한다. 마이리얼트립 닷컴은 패키지여행이 아니라 개인화된 여행을 위해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디어도 개인화 되고 있다. 우리가 늘 쓰고 있는 페이스북도 사실은 나에게 맞춤화된 개인 미디어이다.

의료도 개인화 되고 있다. DNA분석과 개인의 의료기록을 바탕으로 개인에 최적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교육도 개인화되고 있다. 뉴턴과 같은 맞춤형 교육서비스는 개개인에 맞춤 학습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개인화된 능력 발현을 위해 자신의 것을 직접 만드는 DIY(Do It Yourself) 제품의 거래장터도 등장했다. 연예인은 아니지만 연예인과 같은 화보를 찍어 블로그나 사회연결망에 올리는 ‘쁘띠 셀럽’이 확산되고 있다. 내가 무슨 밥을 먹고 무엇을 하는지 알리고 있다. 과거 같으면 개인정보였을 프라이버시가 공유재화되고 있다. 필연적으로 사회는 공유경제로 진화하게 된다.

이러한 일자리의 진화에서 새로운 일자리도 등장하나 기존 일자리의 진화가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또한 각 단계 마다 사회적 가치는 급증한다. 한편 이 과정에서 수많은 개인화 된 서비스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바로 여기에서 거대한 미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유망한 미래 일자리는 한두 가지 거대 직업이 아니다. 수백만 개의 다른 직업으로 구성된다. 주식 시장에서 모두가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주식은 가치를 상실하듯이 모두가 유망하다는 미래 직업도 결국 공급 과잉으로 차별화된 가치를 상실할 것이다.

유망직업은 나머지 것들이고 롱 테일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기업가 정신이다. 정해진 스펙형 대학 교육은 이젠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 앞으로는 협력하는 괴짜를 육성하는 창조와 협력 교육으로 대전환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