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금 年 4000억~5000억원 규모…폐지시 교육비 감소 현실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문재인정부의 ‘입학금 폐지’ 공약이 국정과제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학가에서는 재정 보전 대책 없이 폐지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학 입학금이 불분명한 근거와 함께 불투명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실비 수준으로 축소 또는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수년 전부터 대학 입학금 폐지를 주장해왔으며, 현재까지 관련 법안만 5건 이상 발의한 상태다.

대학 입학금은 고등교육법과 동법 시행령에서 ‘등록금 외 그밖의 납부금’ 명목으로 징수돼 왔다. 그러나 교비회계에서 통합 관리하면서 입학에 드는 실비 외에도 뚜렷한 내역 없이 불투명하게 사용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입학금이 천차만별이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191개 일반대학 기준 입학금은 평균 64만원 수준이다. 국공립대는 평균 13만8000원이고, 사립대는 71만2000원이라서 57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고려대와 홍익대 등은 약 100만원 수준의 입학금을 걷는데다 국가장학금으로 삭감되거나 환불도 되지 않아 등록금 부담으로 각인됐다. 이 때문에 12개 사립대 학생 9782명은 지난해 10월 시민단체와 손잡고 대학과 정부를 상대로 입학금 반환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19대 대통령 선거에도 영향을 미쳤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외한 원내정당 후보들이 모두 입학금 폐지 공약을 내걸었던 것이다. 입학금 폐지는 국정과제에 우선 포함될 전망이고, 교육부도 하반기에 관련 정책연구를 실시할 계획이다.

입학금 폐지를 눈앞에 둔 대학들은 산정과 집행 불투명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재정 보전 대책 없이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대책 없이 폐지할 경우 전체 일반대학 재정 중 총 4000억~5000억원에 달하는 경상경비와 교육비가 증발하기 때문에 교육 질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는 논리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지난 정부 반값등록금 정책에 맞춰 대학들도 입학금을 2011년에 비해 평균 2만원 이상 줄여왔고, 산정근거와 내역이 불분명하다고 하지만 입학금으로 거둬들인 재정은 교비회계에서 학생 교육에 쓰였다. 입학금을 폐지할 경우 총 교육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국립대 기성회계 폐지 논란과도 닮아있다. 한 지역거점국립대학 관계자는 “어느 대학도 입학금이 왜 그 액수로 산정됐는지, 어디에 쓰였는지 용도를 제출할 수 없다. 우리 대학은 입학금 수입이 연 8억원 상당이며, 이 비용을 당장 줄인다면 고정비용 외 교육·연구 사업을 줄여야 한다는 점에서 과거 기성회계 폐지와 유사한 문제”라면서 “1학년 등록금에 입학금을 포함시키는 방안이 현실적이겠지만 동시에 학생 등록금만 대체하는 현 국가장학금 제도에 대한 재검토, OECD 평균을 상회하는 규모로 고등교육재정 확충 등이 이뤄져야만 입학금 폐지 공약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입학금 산정 근거에 대한 논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교육학과)는 지난달 24일 한국교육학회 주최 교육정책포럼에서 “입학금이 정치권 등에서 오해를 사고 있어 제대로 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며 “입학금은 일종의 입회비이며 과거부터 축적된 명성과 시설 및 인프라를 사용하는 데 지불하는 비용이라는 개념을 분명히 하고, 시민들과 정치권을 설득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서울 주요 사립대학이 적립금을 누적하면서 그와 유사한 '감가상각비용' 논리를 내세운 바 있고, 입학금 수준이 평균 이상인 대학은 과도하게 책정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입학금 산정과 내역이 불투명하다는 점은 분명 개선돼야 할 부분이며, 관건은 역시 재정 보전 문제”라며 “하반기 정책연구를 통해 입학금의 용도와 규모 등을 명확히 파악한 이후 축소·폐지 시 실익과 재정 보전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한 대학교 입학식 모습.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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