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희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문재인정부는 결국 교부금 대신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을 통한 등록금 인하 정책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약 이행 담당자들은 인지하고 있을까. 이로써 고등교육의 형평성, 대학의 공공성을 확대하겠다는 대학 공약이 얼마나 많은 모순에 부딪힐 것인지를 말이다.

문재인정부는 당장 박근혜정부의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 정책을 유지하되 매년 예산을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매년 5000억원씩 추가 확충한다는 로드맵이다. 그러나 소득연계형 장학금은 학생들의 등록금을 국고로 대체할 뿐, 대학에 대한 지원을 늘리지 못한다는 점에서 엄밀히 ‘복지예산’이다. 국가장학금은 연간 최대 520만원 수준이어서 연평균 737만원의 사립대 등록금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다.

교부금 정책이 반대에 부딪힌 이유 중 하나는 부실한 대학에 국고를 지원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결국 대학구조조정이 맞물린 문제이지만 고민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새 정부의 구조조정 방향은 기존의 ‘평가에 따른 지원’이 아니다. ‘국립대 지원 확대 및 공영형 사립대’ 정책이다. 믿고 투자하는 경상비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이뿐인가.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내놨지만 대학의 비정규직 문제에는 이렇다 할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등록금 인상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학 비정규교수와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려면 결국 인건비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이미 걷는 등록금을 국고로 대체하는 것으로는 또다른 형태의 비정규직 양산 또는 해고만 부추길 뿐이다.

그나마 입학금도 폐지 수순이다. 산정과 집행이 불투명한 입학금은 마땅히 폐지하거나 실비 수준에서 걷도록 법규를 정비해야 한다. 그러나 교육비로 지출되던 이 비용의 공백을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 정부의 재정지원 확충 공약과는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제시하지 않는다면 입학금 폐지 공약은 인기에 영합한 정책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진로·직업교육 및 평생교육 강화 △채용시장에서 학력·학벌주의 타파 기조와도 엇박자다. 현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 정책과 함께 학자금대출 금리 인하 공약은 결국 대학 진학을 독려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모순들은 대학을 통한 정부의 안정적인 재정지원, 즉 고등교육 재정 교부금으로 해결될 수 있다. 결국 정부의 의지 문제다. 문재인정부는 ‘정부가 책임지는 교육’, ‘대학교육 공공성 강화’ 기조를 내세운 만큼 고등교육 재정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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