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21세기에 대한 논의와 준비가 한창이다. 이달 초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최로 제주도에서 열린 대학총장 세미나의 주제도 '21세기 대학의 역할'이었다.

그러나 이번 세미나에서 기성회비와 수업료 통합에 합의한 사립대 총장들의 논의 석상에서는 이 른바 '21세기적 마인드'는 좀처럼 찾아 보기 어려웠다.

당시 일부 사립대 총장들은 학생들의 반발을 우려해 등록금 통합을 당분간 보류하자는 의견을 제 시했다. 그러자 서울의 모 사립대 총장은 "우리가 굳이 기성회비와 수업료를 통합코자 하는 것은 한총련 잔여세력이 기성회비 반대 운동을 계기로 학생운동의 부활을 도모하기 때문"이라는 논리 는 내 세웠다.

결국 이 회의는 더이상의 반론 없이 오는 2학기부터 전국의 사립대가 동록금을 통합 고지하자는 데 전격 합의했다.

사립대 재정난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총장들의 차마 떨치지 못한 전근대적 논리가 21세기 대학을 논하는 자리에서 상당한 효력을 발휘하는 것 같아 뒷맛이 씁쓸했다.

이같은 논리는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 대비한 '두뇌한국(BK) 21' 사업을 입안, 추진하는 교육부고위관료들 사이에도 남아 있다.

"교수들의 시위는 분명 부산에서 시작됐습니다. 근데 왜 하필 부산이겠습니까."

최근 어느 만찬장에서 만난 교육부의 한 고위관료는 '두뇌한국'(BK) 21 사업 전면 철회를 요구하 는 교수시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직답은 하지 않고 오히려 이렇게 되물었다.

대학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이 관료는 최근 벌어진 일련의 교수시위는 한총련의 핵심세력이 광주·전남지역 학생에서 부산지역 학생으로 바뀌었다는 사실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부연 설명까 지 했다. 즉, 부산에서 한총련 학생들과 교수들이 BK 21 사업을 이슈로 모종의 협작을 꾸민다는 추론이다.

"교육문제에 왜 불순한 정치세력이 개입하는 건지.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사실 이번 교수시위를 놓고 갖가지 해석이 분분하다. BK 21 사업이 대학과 학문분야에 대한 편 중지원을 골자로 한다는 본질적 결함을 안고 있기 때문에 화를 자초한 것이란 견해가 있는 반면, 교수들의 집단 이기주의가 모처럼 발동한 것이라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그러나 교육부 관료의 논리에 따르자면 BK 21 사업에 반론을 제기하는 것은 오로지 불순세력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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