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유사한 모델동물 ‘제브라피쉬’ 이용…뇌전증 연구에 활용 전망

▲ 왼쪽부터 DGIST 김소희 교수, 전남대병원 김명규 교수, 1저자 조성준 GIST 연구원.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국내 연구팀이 물고기의 뇌파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인간과 비슷한 특성이 많아 쥐 등 설치류를 대체할 실험동물로 주목받는 제브라피쉬를 이용한 것이다. 연구팀은 뇌전증 등 신경과학, 의학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손상혁)은 12일 이 대학 로봇공학전공 김소희 교수 연구팀이 김명규 전남대병원 교수 연구팀, 조성준 GIST 연구원과(1저자,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공동으로 제브라피쉬의 다채널 뇌파(EEG)를 세계 최초로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제브라피쉬로 알려진 물고기 제브라 다니오는 척추동물로서 인간과 유전자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치어 상태일 때 몸이 투명해 속이 들여다보이는 특성을 갖는다. 2009년 유전자 전체 서열(총유전체)이 밝혀졌으며, 신경과학 분야에서 인간의 뇌, 척수, 감각신경계의 질병을 연구하는 모델로 최근 활용되고 있다. 때문에 세계적으로 제브라피쉬의 뇌파를 측정하려는 연구가 진행돼 왔다.

그러나 그간 성체 제브라피쉬에서는 조직에 전극을 꽂는 등의 침습적 방식으로만 뇌파를 측정할 수 있었다. 제브라피쉬는 크기가 4cm에서 6cm 정도로 작고, 비침습적 측정을 위해서는 물 밖으로 제브라피쉬를 꺼내야 한다. 때문에 많은 전극을 꽂기 어려운데다 합선이 발생해 다채널에서 뇌파 측정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유연한 회로기판으로 만든 전극을 고안했다. 처음에는 정밀하게 제작하기 위해 PCB 회로를 사용했다. 단단하고 두꺼워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자, 낮은 가격으로 높은 효율을 거둘 수 있는 유연한 회로기판 제작을 의뢰해 시도했다.

동시에 물고기의 입에 관을 설치해 수분과 영양분, 마취제를 공급했다. 구강으로 들어간 수분이 아가미를 통해 배출되며 호흡이 이뤄진다. 이를 통해 머리 부분의 수분을 최소화한 것이다.

▲ 연구팀이 개발한 제브라피쉬의 정밀한 뇌파를 측정할 수 있는 다채널 뇌파 측정 기술 모식도. 물고기의 입을 통해 마취제, 영양분과 수분이 공급되며 아가미호흡을 할 수 있게 한다. 동시에 유연기판으로 만들어진 측정기에서 다채널로 뇌파를 측정한다.(왼쪽) 전극의 모습.(오른쪽)(사진=DGIST 제공)

결과는 성공이었다. 연구팀은 뇌의 특정 부위에서 뇌파가 발생한 뒤 전파되는 것을 정밀하게 관찰해 냈다. 연구책임자 김소희 교수는 “물 밖에서 제브라피쉬를 60분 동안 살려둔 상황에서 비침습적 방식으로 다채널 뇌파를 측정하는데 성공했다”며 “효과적인 치료 약물이 없는 뇌신경계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후보 약물 발견과 신약 개발 연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의외로 (난관이) 간단하게 풀렸다. 유연회로기판보다 훨씬 비싼 공정을 사용해서 해 봤으나, 오히려 저가형 솔루션을 써서 신호측정이 잘 됐다. 의학자들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공학 기술과 융합해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여성과학자지원사업, DGIST 미래브레인 사업과 전남대병원 의생명과학연구원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결과 논문은 8일 저명한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해당 기술의 특허 출원에 나서 지난 5월 가출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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