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감사위원 구성·회의록 공개 등 자구책 마련 고심

▲ 서울 C사립대에 '학생회 강압행위'를 고발하는 대자보(빨간 박스 안)가 붙어있다. (사진=이하은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지희·이하은 기자] 최근 잇달아 학생 자치 기구에서 공금 횡령이나 비민주적인 의사결정 문제가 발생하면서 대학 본부뿐만 아니라 총학생회나 동아리연합회 등 학생 자치기구 운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해마다 반복되는 학생회비 공금 횡령 = 최근 서울 소재 사립대에서 총학생회 간부의 공금 횡령 사건이 두 차례 발생했다.

A사립대에서는 지난달 15일 총학생회 간부 남모씨가 학생회비 200여만원을 생활비로 사용하는 등 사적으로 유용해 논란이 됐다. B사립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의 김모씨는 지난 4월 학생회비 1000여만원을 식사비와 유흥비로 사용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총학생회 관계자들은 학생회비는 엄연히 공금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학생 자치’를 위해 총학생회에서 자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이같은 불투명한 학생회비 유용 문제가 해마다 끊이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학생회비 관리의 가장 큰 맹점은 그 공금 사용에 따른 감시체계 부재와 공금의 관리 방식이다.

학생회비는 공금이기 때문에 대체로 자체 감사기구를 통해 정기적인 회계 감사를 받지만 항목에 따라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A대는 학생회 재정이 교비지원금과 자치회비, 기부금 등 3가지로 구분된다. 그중 교비지원금과 자치회비는 각각 학교와 내부 독립기구인 중앙감사위원회로부터 회계감사를 받는다. 이번에 문제가 됐던 것은 기부금 항목으로, 기부금은 따로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대부분의 총학생회에서 개인 명의의 통장으로 재정을 관리하는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사적인 사용과 공금의 구분이 희미해진다는 지적이다.

김선우 전국대학원 총학생협의회 정책사무위원장은 “학생회 명의의 법인 통장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면서 “(이전에는) 학생회가 해마다 바뀌어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올 때마다 통장을 개설했다. 학생회비가 한 통장에 연속성 있게 가면 누가 봐도 투명하게 관리하기 쉬운데 그렇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 일방적인 의사결정…학생 갈등으로 이어져 = 총학생회를 비롯한 동아리연합회, 학과 학생회까지 학생 자치기구의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로 인한 학내 갈등도 빈번하다.

지난달 28일 서울 소재 C사립대 곳곳에 ‘도시공학과 주점에서 벌어진 학생회의 강압 행위를 고발한다’는 대자보가 나붙었다. 도시공학과 학생회가 학교 행사인 대동제에 불참하는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벌금 2만원을 부과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벌금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학생들과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같은 과의 한 학생은 “벌금제는 학생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된 안건이다. 학생회에서도 벌금제 의결 과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모르는 임원도 있었다”며 “이는 명백한 학생회칙 위반”이라고 규탄했다.

학생회칙 제4조에 따르면 학생회는 회원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한다. 결국 학생들은 관련 회의록을 공개하고 즉시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해당 학과 학생회는 학생총회를 통해 전원 탄핵 됐다.

강원권 소재 D사립대에서는 기존 동아리가 신규 동아리의 등록을 고의로 막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탈락한 과정을 공개하라는 학생들의 촉구가 이어졌다.

한 종교계 동아리는 “지난 3월 신규 등록을 요청했는데 다른 종교 관련 동아리의 반대로 탈락했다”며 “동아리 승인 여부에 대한 명확한 근거 없이 진행됐다”고 공정성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몇몇 학생들은 모임을 꾸려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운영시스템은 부정부패의 의혹을 떨쳐내지 못한다. 이런 의혹을 해소하고 공정한 동아리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제가 커지자 동아리연합회장은 “회칙상 문제 되는 것 없이 진행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진화에 나섰지만 어떤 회칙에 근거했는지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 “해결도 학생 자치에 맡겨야” = 이러한 논란이 계속되자 학생 자치기구의 투명성을 제고하려는 학생들의 자구 노력도 나오고 있다.

김선우 위원장은 “몇몇 대학에서 자정적으로 학생회비를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중앙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의 경우 학생회 자체적으로 공모를 통해 외부 감사위원을 꾸렸다. 또 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법인 통장을 따로 만들어 단체 등록을 해서 법인 카드로만 학생회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중앙운영위원회 회의 직후 단과대학별 보고를 포함한 회의록을 블로그와 SNS에 공개하고 있다. 또 ‘선전 소통국’을 마련해 학생들과 소통을 강화에 힘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생 자치의 문제이므로 그 대안 역시 학생의 자율에 맡겨야 할 문제라고 강조한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투명성을 높이는 것은 맞지만 학생 자치는 자치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외부 감사나 독립적인 기구를 선정해서 투명성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타율적이고 위계적인 시스템에서 살다보니 책임의식이라든가, 자체 조직으로서의 기본적인 규범 의식이 낮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결국 자치 기구를 만들어 감시하는 것도 학생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그런 것들이 일종의 훈련이자 교육의 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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