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단 “비도덕적 일에 진심으로 사과…관계자 인사조치할 것”

▲ 중앙대가 QS 평가 조작에 따른 학내 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중앙대 정문에서 바라본 학내 전경.

QS, 중앙대 금년 평가서 제외…한 대의 컴퓨터에서 입력하다 적발된 듯
교수협의회‧총학생회, 대학본부 상대로 대응 논의 중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중앙대가 영국의 대학평가 기관 쿽퀄래리 시몬스 유한회사(QS)의 세계대학평가 관련 조작된 자료를 입력해 순위에서 제외된 사실이 알려지며 학내가 파문에 휩쌓였다.

13일 중앙대에 따르면 QS는 8일 홈페이지를 통해 세계대학평가를 내놓음과 동시에 중앙대를 평가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QS는 자료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몇몇 자료가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입력됐음을 인지, 7일 오전 중앙대에 이를 통보했다.

문제가 된 지표는 ‘졸업생 평판도 설문’이다. 이 지표는 QS로부터 평가를 의뢰받은 기업체 인사 관계자나 기업체에 근무하는 다른 사람이 응답하도록 돼 있다. 중앙대는 QS의 통보 직후 자체 조사를 벌여 평가담당 교직원이 다수의 설문을 직접 작성해 기관에 제출한 것을 적발했다.

중앙대 관계자는 “의욕이 과했던 담당자가 부적절한 데이터를 입력했다. 조사 과정에서 학내 IP 한 군데에서 (다수의 자료를) 넣어서 걸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앙대 본부는 학내 커뮤니티 ‘중앙인’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설명문을 내고 사과했다. 7일 저녁 김병기 기획처장 명의의 1차 경위 설명문이 게재된 후, 9일 오후 3시경 김창수 총장과 현임 부총장으로 구성된 총장단 일동의 추가 사과문이 올라왔다.

중앙대 총장단은 “금년 우리 대학의 평가실무 담당자가 우리 대학의 순위 상승에 기여하려는 과욕과 오판으로, 지난 3월에 본인이 직접 다수의 졸업생 평판도 설문을 입력하는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실을 가르쳐야 하는 교육기관에서 비도덕적인 일이 발생하게 돼 깊은 상처를 입은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총장단은 이를 용납하지 않고 무관용의 원칙을 세울 것이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평가업무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를 철저히 하는 행정체계를 조속히 구축하고, 관계자에 대해서는 인사 조치를 통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학내 반응은 엇갈린다. ‘중앙인’ 총장단 설명문에는 13일까지 40여건의 댓글이 달렸다. 아이디 ‘눈누는나’는 “중앙대에 열정과 패기를 가지고 소신껏 일하는 실무 담당자가 있다는 것에 감동받았다. 그런데 관리자 역할을 맡으셨던 분들이 그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셔서 QS 사태가 벌어진 마당에 실무자를 단죄하겠다?”며 “총장단 일동으로 혼연일체가 돼 그런 말씀을 했다는 것 자체가 리더로서 자격이 없다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책임을 실무자에게 전가하려는 데 대한 비판이다.

이어 아이디 ‘랄랄ㄹㄹ라’를 쓰는 구성원은 “부끄럽다. 졸업생 평판도 설문이 최소 수천건이 있어야 데이터 조작이 가능하다”며 “혼자서 못할 양이라 조직적으로 가담했다고 유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진상조사를 확실히 해 엄벌조치 부탁한다”고 언급했다. 같은 취지의 의견도 다수 등록됐다.

방효원 중앙대 교수협의회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한국 대학은 역사가 길어야 40년에서 50년밖에 안되는데 세계적인 대학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게 쉽지 않다. 중앙대는 특히 이공계보다 인문사회, 예술계열이 강한 대학이라 불리하다”며 “학교를 서열화하고 외부 평가에서 좋은 점수가 나오면 좋은 대학이라고 평가하는 풍토가 문제다. 중앙대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태우 중앙대 총학생회장은 “8일 기획처장 설명문이 올라온 직후 대학본부와 만나 경위와 현황을 설명 받았다. 12일 연석회의를 소집하고 총장단, 기획처장, 평가팀장의 설명을 요청해 입장을 들었다”며 “안성캠퍼스 총학생회와도 공동 대응을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중앙대 교협은 사건이 알려진 직후부터 13일 저녁까지 교수들에게 대응 방향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본부 측에 해당 직원과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등 대응 수위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학생회도 각 단과대와 학생대표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조만간 공식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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