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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기고
[대학通] 반란의 국제화이상수 영남대 국제교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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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18  19: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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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부터 대학교의 국제교류 담당자로 일해 왔다. 세상의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과연 내가 하는 일의 가치와 의미는 무엇인가 하는 고민은 필자의 인생의 한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다. 거창하게 우리나라 대학교의 국제화는 글로벌 마인드를 함양해 세계화 시대에도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그럴듯한 수사를 동원할 수가 있겠다. 

좀 더 현실적으로 바라보자면 국제화 지표가 대학들 간의 경쟁에서 중요하게 떠올랐으니까, 그리고 궁색하게 말하자면 다른 대학들이 국제화를 열심히 하니까 우리 대학도 해야 한다는 변명도 가능한 것이 대학교 국제화에 대한 인식이라고 하겠다. 필자가 대학교의 국제교류 분야에서 첫 걸음을 내딛었을 때에는 역시나 이렇게 ‘그럴듯한’ 국제화의 당위성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 사실이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화 실무 담당자로서의 경력이 길어짐에 따라, 필자 자신만의 신념과 통찰을 갖게 됐다.

2000년대 초반 네덜란드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을 때였다. 당시에는 네덜란드에서 유학하는 한국인 숫자도 그리 많지 않던 시절이었는데 필자와 함께 지근거리에서 공부하고 어울렸던 한국인 교환학생이 두 명 있었다. 우선 K는 서울의 명문 사립대에서 파견돼 온 친구였고, P는 지방 사립대 출신이었다. 당시 그 두 학생과 네덜란드에서 동고동락 하면서 얻은 경험은 지금도 필자에게 큰 울림을 준다. K는 유학생활 중에도 영어영문학이라는 전공이 무색하게 현지 적응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종종 필자를 찾아와 생각만큼 늘지않는 영어회화 능력을 하소연했고, 그렇게 시작되는 하소연은 그가 가져온 맥주 몇 병을 곁들여 당시 한국에서의 정치 이야기나 신변잡기적인 화제들로 이어지곤 했다. 그의 하소연이 다소 이율배반적이었던 것은, 그러한 불안과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K는 주로 한국인 학생들과 몰려다니고 외국인 친구들과의 교류에는 의욕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P는 달랐다. 그는 이미 미국에서의 어학연수를 통해 유학생활 동안에 한국인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스스로를 가두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뼈저리게 느낀 바가 있었고, 네덜란드에서의 유학생활 동안에는 기필코 무엇인가를 얻어 가겠다는 ‘근성’이 있는 친구였다. 그는 수업 시간에도 보통 한국인 유학생들의 수동적인 태도와는 달리 외국인 학생들을 주도하는 면모를 보이고 다양한 외국인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는 사교의 장에서도 감초 역할을 했다. 그는 껍질을 깨고 나는 새처럼 보였다.

시간이 지나 우리 셋은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K는 결국 유학 기간 내내 발목을 잡았던 영어 능력의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국내 대학원 과정 진학을 거쳐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하지만 씁쓸했던 소문은 바로 그러한 과정에서도 영어 문제 때문에 다른 이의 도움을 꽤나 받아야 했다는 것이었고, 필자는 그래도 그것은 K군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이라고 이해했다. 반면에 P는 외국계 회사 입사에 도전했고, 무난하게 입사해 직장과 대학원을 병행해 학위 취득 후에는 귀하신 몸이 돼 고향에 자리한 회사에 좋은 조건으로 금의환향했다.

그렇게 판이하게 다른 두 사람을 관찰하는 것은 값지고 흥미로운 경험이 됐다. 그것은 일종의 반란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우리 셋이 네덜란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협소한 공간에서 조우했다면, 우리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닳고 닳은 학벌의 굴레와 그로인한 고리타분한 생각을 벗어나지 못했었을 것이다. 그러나 네덜란드, 아니 좀 더 일반화해 대한민국을 벗어나 너른 세계로 나아가면 목을 죄어 오는 편협한 가치관과 인식을 벗어나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그리고 이러한 깨달음은 필자에게 현재진행형이다. 비록 모든 학생이 P와 같은 성공을 이룬다고 보장할 수는 없으나, 필자가 실제로 대학 국제교류 최전선에서 반짝이는 눈빛으로 부푼 포부를 보여주는 학생들을 종종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그러하기에, 필자는 단연코 가능한 많은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이 좁은 공간을 벗어나 세계에 도전하는 것이야 말로 종종 껍데기로 판단하는 이들에게 하나의 반란을 일으키는 길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누군가 “당신은 왜 대학교의 국제교류에 몸담고 있는 것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위대한 반란을 꿈꾸기 때문입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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