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학 포스텍 교수 연구팀, 신개념 원편광 광센서 개발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해커가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감염시키기 전 하드웨어 단계에서 침입을 원천 봉쇄할 수 있을까. 국내 연구팀이 원편광 형태로 암호화한 광통신 신호를 인식하는 감지기를 개발했다. 전자 신호를 양자 단위에서 암호화하는 ‘양자암호’가 주목받는 가운데, IT보안에 기여할 신개념 기술로 주목된다.
포항공대(POSTECH, 총장 김도연)는 이 대학 오준학 교수(화학공학, 사진) 연구팀이 거울상 구조를 지닌 초분자 키랄성 소재를 활용, 원편광을 감지해 전기적 신호로 변환하는 광센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TV 등 정보통신 기술의 기반이 되는 광통신 기술은 디지털 정보를 빛을 통해 전달한다. 이때 광신호를 받아 전자기기에 입력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 광센서다. 광통신은 크게 무선 통신과 광섬유를 이용한 통신으로 나뉜다.
이때 저가의 해킹 장비들을 이용해 광신호를 해킹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책임자 오준학 교수는 “정보의 수송 과정에서 물리적으로 해킹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광신호 자체를 흔치 않은 편광 형태인 원편광을 써 암호화 할 경우, 신호의 보안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원편광은 일반적인 전기 신호와 다른 특성을 갖는다. 정보를 담은 빛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신호를 중심으로 전기적 힘을 가하는 전기장이 형성된다.
편광은 진행방향에 수직한 임의의 평면이 있다고 가정할 시, 전기장의 방향이 일정한 빛을 말한다. 이 중에 빛의 진행 방향이 원형을 이루는 편광을 원편광이라 칭한다. 회전 방향에 따라 좌원편광, 우원편광으로 나뉜다.
기존 광센서는 좌원편광, 우원편광을 구분할 수 없었다. 학계에서는 광센서에 빛을 통과시키는 선편광판, 위상 지연 필름과 같은 광학기구를 합쳐서 암호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감도가 매우 낮아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 비용이 비싸고 제작 기간이 오래 걸리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연구팀은 모양이 같지만 어떻게 해도 서로 겹칠 수 없는, 오른손과 왼손 같은 비대칭적인 분자구조를 가진 키랄성 반도체 소재를 합성했다. 용액공정으로 더욱 증폭된 거울상 특성을 지닌 초분자체를 제조해 광통신용 원편광 광센서로 응용하는데 성공했다.
이 센서를 통해 광센서에 들어오는 빛을 손실 없이, 즉 더 높은 감도로 원편광을 구분할 수 있게 됐다. 원편광 암호화가 가능해진 것이다. 연구팀은 별도의 광학 기구가 필요 없어 향후 기술 상용화를 앞당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준학 교수는 “가시광 영역에서 좋은 성능을 보여 보안이 강화된 광통신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미징 기술에 활용될 수 있는 원천기술이다. 유기물을 이용한 고성능 광 감지기에 대한 기술로 현재 학술적으로 폭넓게 연구되고 있는 stretchable/flexible(유연성) 소자에도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돼 웨어러블 전자 장비나 스마트 워치 등의 기기에도 응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