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공학 대학 위주…100건 이상 차이나기도

여대생들 취업 정보 격차 심화…여성구직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차별 여전

▲ 서울 소재 한 여대 경력개발센터 앞에 놓인 취업 관련 안내서. (사진 = 장진희 기자)

[한국대학신문 장진희 기자] “남녀공학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과 얘기해보면 여대에서 확실히 채용설명회가 적게 열리더라고요. 아직까지 여대 공대가 취약하다는 편견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여대생들은 다른 학교 기업 취업 상담회를 찾아 방문하기도 합니다.” - 서울 소재 ㄱ여대에 재학 중인 A씨

“남성의 영역이라고 여기는 IT 및 기술 분야 기업에서 특히 덜 방문하는 것 같습니다. 취업 설명회에서 소외된 것에서도 여성의 사회진출이 어렵다는 걸 느껴요.” - 서울 소재 ㄴ여대에 재학 중인 B씨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기업 채용설명회 및 상담회 한 건 한 건이 절실하다. 각 기업 인사담당자를 직접 만나서 ‘알짜배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설명회 및 상담회에서 남녀공학 대학에 비해 여대가 소외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여대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기업이 설명회 등에 소극적인 것부터가 여성 구직자를 배제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서울 소재 대규모 남녀공학 대학에서 진행된 취업 설명회 및 상담회는 연세대 약 200건, 성균관대 약 189건, 한양대 약 166건, 동국대 약 28건, 건국대 약 50건 수준이었다. 그러나 비슷한 규모의 여대에서 개최된 횟수는 이화여대는 약 35건, 숙명여대 약 10건에 그치는 등 현저히 적었다.

대학 관계자들은 주로 공학계열 기업들이 설명회를 개최하다보니 남녀공학 대학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주로 공학계열 졸업자를 채용하는 △현대자동차 △한화케미칼 △LG CNS △한국타이어 등의 기업 중 올 상반기 채용 설명회를 위해 여대를 방문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아무래도 우리 대학에 기계공학과가 없다보니 덜 방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관계자도 “우리 대학은 아직 공학계열 4학년생이 많지 않아 방문을 덜 하는 것 같다”며 “최근 인문사회계열 졸업생을 뽑는 기업에서는 이미 훌륭한 지원자가 차고 넘치기 때문에 굳이 설명회를 오려고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우식 취업컨설턴트(커리어웨이 대표)는 이런 현상에 대해 “기업들은 이미 지원자가 많은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공학계열 취업 설명회에 더 적극적인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기업은 공대 출신들이 많이 가는 현장생산관리, 설비, 품질, 기술 등의 분야에서 여성들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갖고 있어 방문을 자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LG CNS 관계자는 “설명회나 상담회를 개최한 대학들은 전반적으로 해당 대학 출신 사원이 많은 대학들”라며 “특히 이번 채용은 공장 근무자 위주로 채용했는데 여성들의 지원율이 떨어질 것 같아 여대에 방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최대한 많은 대학에 가면 좋겠지만 그럴 여건이 안 돼 여대에는 못 갔다”라며 “그러나 회사에 여대 출신 입사자도 있으니 비선호 현상과는 무관하다”라고 밝혔다.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는 기업이 남녀공학 대학만 방문하는 것은 여성도 동등한 취업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여전히 압도적으로 남성 구직자를 선호한다”며 “이렇게 되면 기업체에서 좋은 인재를 선발하는 데 오히려 제약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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