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천연물 ‘지황’ 성분의 체내 면역 활성능력 규명

▲ 왼쪽부터 연구책임자 울산대 이창환, 푸단대 진준오 교수. 공동1저자는 곽민석 부경대 교수(맨 오른쪽)와 중국 푸단대 쉬리 연구원.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고통스러운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만으로 알려졌던 암 치료. 기존 치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몸이 갖고 있는 면역 능력을 활용해 암을 치료하려는 연구가 최근 주목받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의 공동 연구팀이 천연 추출물의 암 치료 가능성을 새로 확인했다.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는 15일 이창환 울산대 교수와 중국 푸단대의 진준오 교수 공동 연구팀이 한약재 ‘지황’을 연구한 결과, 체내 면역반응을 활성화시키는 물질 RGP가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면역반응은 인체가 갖고 있는 방어시스템이다. 외부 병원균이나 암세포와 같은 항원이 몸에 들어오면 면역 세포를 늘려 항원을 잡아먹거나 면역 물질을 분비해 이를 사멸시킨다. 하지만 암세포는 성장해가면서 면역 기능을 회피하기 위해 많은 면역 저해 물질을 분비한다. 암이 늘어나고 확산되면 될수록, 면역 기능도 저하되다 작동하지 않게 된다.

기존의 항암치료는 방사선을 쬐면서 암세포가 갖고 있는 유전물질 등을 사멸시킨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상적인 신체의 세포도 죽이게 되며 면역세포도 그 중 하나다. 때문에 최근에는 신체의 자체 면역력을 복원, 활성화시켜 암을 치료하게 하는 면역학적 치료법이 주목받고 있다.

면역학적 항암치료는 특정 암세포 또는 암세포가 갖고 있는 항원 물질에 특이적인 면역 반응을 일으켜 암세포를 몸이 스스로 제거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기존의 항암치료와 조합해 효과를 배가시키는 기법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면역보조제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를 원재료로 하고 있어 안정성에 대한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면역 보조제로 활용될 수 있는 수많은 후보 물질을 연구하던 중, ‘지황’이라는 한약재에 함유된 다당류인 RGP가 면역세포의 일종인 수지상 세포(Dendritic Cell)를 깨운다는 것을 확인했다. 수지상 세포는 외부 물질인 항원을 인식하고 그 항원을 자신의 표면에 배치해 다른 면역세포에게 침입을 알리는 ‘면역계의 경계병’이다.

▲ RGP가 유도한 항원 특이적 면역 활성에 의한 항암효과. 연구팀은 검은쥐(C57BL/6)에 실험 항원인 OVA를 발현하는 흑색종을 주사하고 종양 형성 후 RGP와 OVA를 주사하여 항원 특이적 면역 활성과 항암 효과를 확인했다.  (사진=미래부 제공)

RGP는 본래 빈혈 및 생식기 이상의 치료제로 사용되던 당류로서, 생체 안정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먼저 쥐에 발생시킨 암 세포 주변 림프절에 RGP를 투여했다. 림프샘은 체내에서 면역세포들이 대기하는 일종의 기지다.

RGP가 수지상 세포를 활성시킨다는 것을 확인하자, 이를 구강, 피하, 비강, 근육, 복강에 투여했다. 암 주변의 면역세포가 깨어나 특정 항원을 발현하는 암세포를 찾아 죽이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다만 RGP는 수지상 세포에 존재하는 단백질 수용체 TLR4(Toll like Receptor4)가 있을 때만 효력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TLR4가 없는 쥐에서는 암세포 사멸 능력도, 면역 활성 능력도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수용체가 존재하는 일반적인 경우에는 흰쥐의 대장암과 검은 쥐의 흑색종(피부암)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억제해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암 치료뿐만 아니라 면역 반응을 통해 성장, 전이를 억제한 효과를 근거로 RGP가 암 백신 내지는 항전이 효과까지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항원 특이적 면역 활성에 의한 치료 작용을 보인 것이므로 암 뿐만이 아니라 다른 감염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책임자 이창환 교수는 “천연 물질을 이용하여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면역 보조제를 개발한 것이다. 암 치료, 암 백신 개발, 항전이, 감염질환 등 다양한 질병 치료에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래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지원사업(개인연구), 해양수산부 해양수산생명공학 기술개발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지난 13일 국제 학술지 ‘온코이뮤놀로지’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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